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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사랑하는 법

나의 사랑스런 십자가

성 금요일(Good Friday) 십자가 경배를 바친다.


구원의 상징이자 예수님 사랑의 절정인 십자가를 경배하며 나의 십자가, 내가 두려워하는 고통의 십자가를 떠올린다.


과연 우리는 사랑스러운 것만 사랑할 수 있을까?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십자가와 같은 고통을 사랑할 수는 없을까?


정호승 프란치스코 시인의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는 글이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십자가를 통해 고통의 고통만을 생각하기에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는 짐이자 고통이다. 


하지만 그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는 것은 어떨까. 


등에 지고 가거나 땅에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정히 품에 안고 가는 것 말이다.


등에 지고 감으로 힘이 더 드는 이유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억지로 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에 안고 가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기 의지와 인내가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안고 가셨을 것이다. 마치 엄마가 젖을 먹일 때 아기를 품에 안고 먹이는 것처럼 당신의 십자가를 귀한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시인의 글에서 가장 마음을 꿰뚫는 것은 나 자신이 바로 '나의 십자가'라는 점이다. 


내 속에 너무나 많은 내 자신이 모두 나의 십자가이며 그것만큼 나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없기에 '나'라는 십자가를 나 대신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며 나도 그것을 꼭 품에 안고 가야겠다고 용기를 내본다.


그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것이 아니라 십자가로 인해 주어질 인류 구원의 선물을 생각하며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의 십자가를 꼭 안는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무엇보다 무의미한 고통이란 없음을 믿으며 감히 고통을 사랑하고자 한다.


고통이 사랑하지 말라고 나를 뿌리쳐도 절대 놓치 않을 각오로 더 꽉 껴안는다.


십자가의 길에서 고통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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