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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다 알게 될까?

세례식 다음 날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7)


예수님께서 세 번이나 베드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셨을 때 베드로는 슬퍼졌다.


나도 선생이지만 같은 질문을 두 번 이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정색을 하고 세 번이나 묻는다면 질문을 받는 사람은 어떨까. 마음이 무너지거나 그 순간을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는 아주 세심하게 베드로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보듬어주고 계시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었을 것이다. 다들 인정하는 첫째가는 제자이지만 본인 마음 한켠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을 거두어줄 분은 상처입은 예수님 뿐이지 않을까.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오늘 복음은 나와 미국 신학교 동기 부제들이 선택한 사제서품식 말씀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씀을 이렇게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 클리브랜드 성요한 주교좌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한덕현 파비아노 새신부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내가 서품을 받았던 16년전 일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후배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주님께서는 내게 어린양들을 돌보라고 하셨다. 그 어린양들 가운데 열한명이 어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지식면에서는 뛰어난 학생들이 마음으로는 아직 여려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는데 신앙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약학대학 새신자 11명


이제 내 몫은 다했다. 하느님께 그들을 맡겨드리며 주님의 다음 명령을 따라야 한다.


"나를 따라라"(요한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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