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16주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각종 SNS에 드러나는 타인의 삶은 늘 활기차고 화려해 보입니다. TV에 등장하는 연애인이나 유명인들의 삶 역시 부러울 뿐입니다.
저렇게 재미있고 맛있고 멋있는 삶을 사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자신이 작아집니다. 그들은 모두 감자만한 금덩이를 하나씩 가지고 사는 것 같은데 내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은 금덩이처럼 생긴 진짜 감자 뿐입니다.
저만 우울한가요?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을 계속 보고 있으면.
악마가 뿌리는 나쁜 씨앗은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켜 생기를 잃게 하고 우울하고 슬프게 만드는 현대판 가라지는 더 광범위하고 더 파괴적입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초라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무지 사는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있는 악마가 뿌리는 더 큰 가라지도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은 자신만 불쌍하게 여기게 만듬으로써 보통 사람은 자기연민에 갇히게 됩니다.
나만 가지지 못하고, 나만 불쌍하고, 나만 소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지 못하고 도무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는 고통받는 타인에게 현실과 사실을 강요할 뿐 공감과 연민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요구만하기에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이 됩니다.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통해 예수님은 우리가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십니다.
만일 여러분이 산에서 길을 잃고 삼일을 굶었는데 눈 앞에 감자 한개와 감자 크기만한 금덩이 한개가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필요한 것을 선택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빌 게이츠는 어느 주일 저녁 시애틀의 햄버거 가게 앞에서 동네 아저씨처럼 줄을 서서 햄버거를 샀습니다.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합해 9,000원짜리 저녁을 먹었습니다.
"돈은 분명 자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돈이 많거나 적거나 사람들은 모두 같은 가격의 햄버거를 먹습니다."
어느 대학교 강의에서 빌 게이츠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감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어 보여도 남들처럼 밥 먹고 자주 외롭고 때론 아프고 종종 힘듭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즐겁게 놀고 여행을 다니고 인정을 받고 색다른 것을 경험하고 인기가 있어도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불안, 무지와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입니다.
이때 자신과 세상을 알기 위해 공부하고 수양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불편이나 고통은 외면하고 다른 것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합니다. 가라지의 유혹인 남들로부터의 인정, 성공, 쾌락과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밭에 좋은 씨를 뿌리셨습니다. 하지만 자는 동안에 원수인 악마가 와서 가라지를 뿌립니다. 자는 동안은 방심한 틈, 혹은 무의식 가운데 우리가 받는 유혹입니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 내가 남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시기, 욕심, 집착, 죄 등의 가라지가 우리와 늘 함께 합니다. 나의 가라지를 깨닫게 되면 놀랍고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죄책감에 빠집니다. 악마는 이것조차 이용합니다. 자기연민에 기초한 두려움을 자극해 우리로 하여금 제 정신으로는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그것을 거두어 낼까요?"(마태 13,28)
우리가 가라지를 알게 되면 받는 즉각적인 유혹입니다. 자신에 대한 실망, 불안, 한계를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입니다. 그것만 없으면, 이것만 해결되면 모든 게 잘 되고 행복할 것 같은 생각으로 그 하나만을 해결하도록 몰두하게 만드는 유혹입니다.
그래서 주인의 가르침이 중요합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29-30)
가라지 역시 우리 존재의 한 부분입니다. 그것을 없애고 싶지만 그렇게 할 경우 우리는 다치게 됩니다. 대신 우리의 가라지를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화해해야 합니다.
내 배우자의 약점, 내 자식의 못남, 직장 상사와 동료, 친구들의 이기심은 나의 가라지와 같은 것입니다. 주인님을 믿고 인내하며 가라지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침내 때가 오면 주인이 일꾼들을 시켜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곳간으로 모아들일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밭에 심어 놓으신 밀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내가 가진 좋은 점, 상대방이 가진 장점을 보고 격려해서 자라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밀을 키우는만큼 가라지는 줄어들 것입니다. 나의 가라지에도 불구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 남에게 축복이 되는 일에 더 신경을 쓰면 우리는 악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내 손에 있는 감자 한개를 소중히 여기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자만한 금덩이는 잊어버려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세상 모든 사람은 감자를 먹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