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과연 하늘로 오를 수 있을까?

성모승천대축일

지난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발사대를 출발했습니다. 누리호는 발사 123초 후 고도 66㎞ 상공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하며 우주를 향해 치솟았습니다. 


발사 234초 후에는 위성을 보호하고 있던 페어링(위성 덮개), 272초 후에는 2단 로켓을 순차적으로 분리했습니다. 발사 13분 3초 후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목표 고도인 550㎞에서 무사히 사출했고, 이후 20초 간격으로 큐브위성 7기를 차례로 분리하면서 누리호는 발사 1138초(약 19분) 후 비행을 종료했습니다.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추진력, 한치의 오차도 없는 모든 부품의 정확한 작동 외에도 바람과 날씨 등 수많은 요인들을 분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발사체의 심장은 엔진입니다.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에 75톤 엔진 4기, 2단에 75톤 엔진 1기, 3단에 7톤 엔진 1기가 제대로 작동했기에 위성모사체를 정확한 우주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19분간의 숨막히던 누리호의 비행을 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땅을 박차고 오르는 추진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아래로부터의 힘 없이는 우주 비행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구에 산다는 것은 중력을 견딘다는 뜻입니다. 지구 중심부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이 없다면 우리는 서 있을 수 없고 땅에 무엇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중력 덕분에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동시에 중력 때문에 사는게 힘이 듭니다(점프 한번 해보면 압니다). 건강하지 못한 몸은 중력 때문에 아픕니다.


중력은 물리법칙이지만 마음에도 적용됩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한계, 나약함, 감정의 소용돌이는 중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력을 견디며 살지만 언젠가 중력을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하늘로 오르는 승천입니다.


먼저 승천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 승천과 성모님 승천이 다릅니다. 예수님 승천(Ascension)은 하느님 아들이 지닌 신성으로 스스로 하늘로 올라가신 것이고, 성모님 승천(Assumption)은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들어 올리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성모님 승천을 기대해야겠지요.


성모님 승천은 몸과 영혼이 하늘로 들어올림을 받는 것인데 우리 편에서는 그냥 몸에 힘만 빼고 있으면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들어올려 주신다면 우리 편에서도 하늘로 올라갈 몸과 영혼을 준비해야 합니다.


먼저 승천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드럽게 하늘로 오를려면 일단 몸이 가벼워야 하겠지요. 그리고 하늘로 오르는동안 중력과 기압을 견디려면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로 오르고 싶은 영혼, 건강한 몸, 선한 마음과 좋은 인간관계 등이 있어야 제대로 된 추진력으로 승천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를 잡아 땡기는 중력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영원히 살고 싶은 욕심, 안락함만 찾는 몸,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땅에서 단 한 발자국도 점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중력을 넘어서는 방법은 있을까요? 있다면 어디서 배울까요?


바로 성모님입니다. 성모님은 승천의 마법 주문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것은 'Fiat(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의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잉태하리라는 무시무시한 전언에 대해 성모님은 믿음을 가지고 Fiat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틀즈가 부른 'Let it be'도 같은 뜻입니다.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는 Fiat을 매일 연습해야 합니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께 맡기는 Fiat을 실천할 때 영혼이 겸손해지고 몸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성모님은 견디어냈습니다. 인내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홀 어머니로서 감당해야 했던 아들의 죽음, 한 여인으로 살아야했던 삶의 현실, 오직 믿음만으로 견디어내야 했던 그 시간을 희망으로 살아냈습니다. 그래서 영혼의 단단함, 몸의 추진력을 키우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께서는 모든 이를 사랑하셨습니다. 참고 견디는 것만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고 위로하고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스승을 잃은 제자들의 어머니로서, 자식을 잃은 여인들의 친구로서, 믿음과 희망의 제자로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이가 성모님께서 하늘로 오르실 수 있도록 떠받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을 생각하며 하늘로 오를 추진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팍팍한 삶에서도 믿음을 가지고, 희망으로 끝까지 인내하며, 모든 이를 사랑하면 우리도 성모님처럼 승천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과 바른 마음의 힘으로 땅을 박차고 오를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의 힘을 매일 키워야 하겠습니다. 웃는 얼굴로 언제든 하늘로 오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발사 성공입니다, 오버!

매거진의 이전글 감자냐 금이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