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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더운) 경산에서 피서하는 법

최고의 금요일

언제부턴가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 대구가 아니라 경산이 되었다. 뭐든 일등이 가장 좋긴 하지만 미안하게도 경산이 그 자리를 맡았으니 대프리카에 사는 대구 시민 입장에서는 경산에서 살기는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경산에 왔다!


오늘 올 들어 가장 더운 37도, 나만의 해방구로 떠나야 할 때다.


거기다가 오늘은 금요일이니 금상첨화다. 사제관에는 금요일 공동식사가 없다. 일하는 자매님들도 쉬셔야 하기에 아침미사 후에 식당이 아니라 각자의 방으로 간다.


아침으로 떡 하나에 커피 한잔, 거기다가 과일까지 있으면 좋다. 간단한 일을 몇가지 처리한 뒤 나만의 피서를 떠난다.


일단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을 벗어난다. 차로 30분이면 팔공산에 갈 수 있다(팔공산은 지난 5월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이 되었다).


수태골에 차를 세우고 힙쌕을 차고 가볍게 산을 오른다. 일단 숲으로 들어서니 시원하고 물소리가 경쾌하다. 그래도 땀은 빗물처럼 떨어진다. 폭포에 멈춰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꼬마김밥을 먹는다. 최고다!


오늘은 너무 더워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중간에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는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고 눈을 감는다.


어느새 팔공산 동봉 정상이다. 때마침 구름이 햇볕을 가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내려오는 길에는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여름(I Musici의 음반이 가장 좋다)을 들으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팔공산 계곡 물 앞에서


수태골에서 멀지 않은 곳에 팔공산 온천이 있다. 수질이 좋은 이곳에서 피로를 푼다. 사우나와 냉탕을 오고가는 사이 생기가 돋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복숭아가 먹고 싶어 와촌에서 길가 할머니에게 복숭아 1박스를 샀다. 집에 오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좀 있다가 비빔면을 해 먹으면 오늘 피서는 일단락 된다.


오늘 피서하는데 든 비용은 꼬마김밥 3천원, 온천 7천원(1천원 할인권 사용), 복숭아 1만원 5천원을 합해 총 2만 5천원이 들었다. 


나눠주고도 냉장고를 가득 채운 복숭아까지 있으니 더위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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