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살짝 추운 날
"$200입니다."
1년전 미국에 와서 모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크레디트 카드를 신청했는데 나의 월 크레디트 카드 한도가 이백불이라고 했다. 나는 본당 주임신부라고 말하면서 속으로 '내가 어딜봐서 한달에 $200 밖에 못 쓸 것 같은가?'라고 눈을 부라렸지만 '계속 크레디트를 쌓으면 됩니다.'라는 대답만 들었다.
난 나의 크레디트 점수를 모른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신용 점수에서는 한참 아래 있을 것만을 짐작할 뿐이다.
2011년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들어갔을 때가 떠오른다. 신용카드가 필요해 대구 반월당 시내에 있는 삼성카드 본점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내밀었다. 직원은 서류를 보다가 나를 아래 위로 한번 쳐다보고는 '신용카드는 발급이 어렵겠습니다.'하고 서류를 돌려줬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신학교에 들어갔고 십수년을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한 경력이 없었다. 아마 신용 점수가 빵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보좌신부 한달 월급이 그리 쎄지는(?) 않았다.
그래서 동기 신부에게 어떻게 신용카드를 만드는지 물어보니 주교좌 성당 옆 대구은행 지점에 가면 만들어 준다고 해 마침내 생애 첫 신용카드란 것을 만들었었다.
본당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겨 이참에 나도 은행을 갈아탔다. 월 $200에 스크레치가 났던 나는 호기롭게 연회비가 있는 꽤 괜찮은 크레디트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몇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미국에서 집을 소유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 '없다.'고 했더니 '렌트비를 얼마나 내냐고?' 물었다. 당황하며 '렌트비를 내지 않는다.'고 했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분위기는 어색했지만 어쨌든 신청한 크레디트 카드를 approved 받았다. 꽤 기분이 좋았다. 세상에서 인정받았다고 할까, 아니면 운이 좋았다고 할까 ㅋㅋ
바보같은 생각을 접고 나의 크레디트를 생각한다. 그것은 세상 은행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쌓이는 보화다. 도둑도 좀도 쓸지 않고 사기와 범죄 걱정없는, 재물로 쌓는 것이 아니라 보속과 선행으로 쌓아가는 하늘 나라 크레디트, 어쩌면 낮으면 낮을수록 더 좋을지도 모를 신기한 보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