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당신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뛰어난 동물이 되라. D.H. 로렌스


달리기를 하면 확실히 살이 빠진다. 달리는 사람 가운데 뚱뚱한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것이 증거다. 달리기는 몸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꾸준히 하면 살이 빠지고 근육이 늘고 피부가 좋아진다. 그래서 건강만이 아니라 외모를 가꾸기 위해 달리기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몸은 음식 부족이라는 도전에 대처하면서 진화했기 때문에 몸은 자연스럽게 남는 연료(대부분 지방)를 음식을 못 먹을 때를 대비해서 저장한다. 그것도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포상까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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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리버먼은 인간이 진화한 자연선택의 우선순위가 일반적으로 건강보다 번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 직면했고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남는 지방을 저장하고 틈날 때마다 쉬도록 진화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울한 말이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우며,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더 맹렬한 식욕이 몸이 잃은 열량을 섭취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은 달리기에 적합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우리의 머리 뒤쪽에는 다른 유인원들에게 없는 적당한 크기의 목덜미 인대가 있다. 이 인대가 하는 일은 딱 하나다. 달릴 때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일이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치타처럼 빠르지도, 사자처럼 힘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을 선택함으로써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발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네 발 보행의 속도, 힘, 민첩함을 포기하는 대신 수 백만 년 뒤 도구 제작자와 오래달리기 선수로 진화했다.


네 발로 달리는 것에 비해서 두 발 달리기는 엄청나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작열하는 열대의 태양 아래서 열을 적게 받는 데다가 땀을 흘림으로써 달리기 속도와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니나 자블론스키는 말한다. "인간을 오늘날의 인간으로 만든 것은 그저 그런 오래된 별 매력 없는 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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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 동물들은 대부분 헐떡임으로써 몸을 식힌다. 심하게 헐떡거리면서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대형 동물은 15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지친다. 하지만 거의 맨살에서 물기 있는 체액이 스며나오는 우리의 몸은 땀이 증발하면서 몸을 식힘으로써 우리를 일종의 살아있는 에어컨으로 만든다. 울트라 마라토너가 적당히 서늘한 날에 96킬로미터 이상을 지속적으로 달린다면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의 양만 9킬로그램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몸의 진화와 더불어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보다 더 빨리 달리기보다 더 오래 달리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합심해서 사냥감을 공격하고 지칠 때까지 몰아가거나 상처 입은 먹이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 쫓아갔다. 거기다가 인간이 가진 먹잇감을 쫓는 추적에 대한 열정은 그들을 쉬지 않고 달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피로와 고통을 느낄 때 조차도 추적과 탐험,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멈추지 않았다. 이처럼 달리기는 생존을 위한 활동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에 새겨진 사냥의 본능과 쾌감을 일깨운다.


하지만 30억년에 걸쳐 다듬어진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현대에 들어 문화적 진화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다. 인간은 더 이상 달리기에 적합한 생명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가고 있다. 오히려 달리는 인간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이 선택한 현대의 생활방식과 익숙해진 생활습관은 사람의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과체중과 운동부족이다. 좀 더 살펴보자.


2006년 처음으로 전 세계 과체중 인구수가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인구수를 앞질렀다고 한다. 8억명의 인구가 충분히 먹지 못했다면 10억명의 인구가 과체중이나 비만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배를 곯던 시대가 끝나고 먹을 것이 너무 많아진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우리 몸에 새로운 문제를 가져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인 남성은 80퍼센트 이상, 여성은 77퍼센트가 과체중이며, 그 중 35퍼센트는 비만이라고 한다. 1988년만 해도 비만 인구는 겨우 23퍼센트였다. 거의 같은 기간에 미국 아동의 비만율은 2배, 청소년은 4배로 늘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비만율이 13퍼센트인데 OECD 국가의 비만율은 평균 19.5퍼센트다. 그 가운데 멕시코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인구 비율이 1988년에서 1999년까지 단 11년 동안 33.4퍼센트에서 59.6퍼센트로 거의 두 배가 되었다.


더 심각한 전망은 202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약 27억)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주된 이유는 각 개인이 욕망을 자극하는 수많은 음식 앞에서 절제하지 못해서, 곧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환경이 대단히 ‘비만 지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떠도는 유목민으로 오랫동안 수렵을 해 왔다. 그러다가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면서 안정적으로 더 많은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인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시간이 흘러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발전을 거듭하면서 식품에도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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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당은 예전에는 꿀에서 유일하게 얻을 수 있었는데 18세기 노예농장에서 시작해서 산업화된 사탕수수가 대량으로 재배되면서 가공된 설탕이 일반화되었다. 1970년대에 옥수수에서 고과당 시럽을 만들어내면서 당의 가격은 100년 전의 5분의 1이 되었다. 당의 양은 엄청나게 풍부해지고 당의 가격은 엄청나게 내려간 덕분에 미국인은 연평균 45킬로그램 이상의 당을 먹는다. 너무 많은 당(탄수화물을 포함하여)이 너무 빠르게 몸으로 공급되니 우리 몸의 소화계는 남는 것을 내장지방으로 저장하고 이 때문에 뱃살이 찔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 식생활에 음주, 흡연, 스트레스가 추가되면 솔직히 살이 찌는 속도를 운동으로 따라 잡기는 어렵다.




우리는 도무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인은 하루에 평균 500미터를 걷는다고 한다. 적당한 수준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20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의 조상들이 하루 식량을 얻기 위해 느리거나 빠르게 하루에 약 31킬로미터를 걸었던 것에 비하면 우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걷기만해도 심근경색과 뇌졸증 위험이 31퍼센트 줄어든다. 2012년에 65만 5천명을 조사했더니, 40세를 넘은 사람들이 하루에 단 11분만 운동을 해도 기대수명이 1.8년이 늘어났으며, 하루에 1시간 남짓 운동을 하면 4.2년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거기다가 현대인들은 보통 일주일에 약 70-100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10년 중 4-6년에 해당되는 시간인데 이것은 수면시간이나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더 길다. 인간의 몸은 수렵과 채집에 걸맞게 진화했으며 매일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쉬면서 먹을 때는 주로 쪼그려 앉아서 먹었다.


하지만 오늘날 어디에나 있는 의자의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짧지만 모든 사람을 의자의 노예로 만들었다. 방구들 문화가 익숙한 한국인마저 이제 방바닥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 하기 때문에 식당은 의자가 있는 테이블로 바꾸지 않으면 장사가 잘 안 될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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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편리함 속에 갇힌 우리는 육체적 활동을 잃어버렸고 몸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척추 모양의 변화와 척추 근육의 불균형은 요통을 가져오고, 관절염과 평발은 급속히 늘고, 사용하지 않는 뼈와 근육은 점차 몸을 약하고 무능력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앉아 있기라는 질병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말까지 있다. 실제로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앉아서 지내는 비활동적인 여성은 하루에 세 시간 이하로 앉아있는 여성에 비해 사망 확률이 94퍼센트 높다고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주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




2011년 인류는 흥미로운 역사적 이정표를 지났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심장정지, 뇌졸증, 당뇨병, 고혈압 등 비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결핵, 에이즈,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비록 지금은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지만)와 같은 감염병 사망자보다 많아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른 원인들보다 생활습관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어떻게 죽을지 사실상 스스로 선택하는 셈이다.


우리 몸은 지나치게 쓰지 않는 것에도, 너무 잘 먹는 것에도, 너무 편하고 너무 깨끗한 것에도 잘 적응되어 있지 않다. 의료 및 위생 분야에서 이룩한 최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드물었거나 몰랐던 다양한 질병인 비감염성 질환에 걸린다. 거기다가 과도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그리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생태계를 파괴하며 해로운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암, 알레르기, 폐질환, 피부병, 우울증 같은 현대의 질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대는 부모보다 더 오래 살지 못하는 첫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살이 안 찌는 것보다 건강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매일 걷고 뛰고 몸을 움직여야 살이 찌게 되어 있는 우리 몸을 조절할 수 있다. 거기다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몰입하게 되면 매력있는 사람이 된다. 결국 살을 빼서 되고 싶은 모습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해답은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