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요안나 프란체스카)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5

201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뛴 '살아있는 사람 8'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달리고 있으며, 매년 살아있는 사람의 기획과 준비, 실행에 있어서까지 실제적인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늘푸른' 살아있는 사람 윤현지 요안나 프란체스카를 소개합니다.


저는 윤현지 요안나 프란체스카라고 합니다. 매년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많은 살아있는 사람들 중 한명입니다.


첫 번째 마라톤을 신청하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거창한 이유로 마라톤을 신청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 치열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동네에 작은 커피점을 오픈한지 1년쯤 되었을 무렵, 저는 매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숨을 쉬고, 먹고, 자고, 울고, 웃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무엇이 저를 지탱하고 있는지, 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때에 매년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마라톤에 나가신다는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김성래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2012년 10월 경주에서 저의 첫 번째 마라톤이 시작됩니다. ‘살아있는 윤현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라톤을 신청했고 용감한 형제님들과 함께 저는 연습 없이 무모하지만 ‘무작정 달리기’를 해냈습니다. 본능적인 뜀박질은 제법 할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었고 함께이기 때문에 용감했었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마라톤을 뛰고 나서, 2012년 경주국제마라톤


매번 마라톤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들리면 달리는 것의 의미와 스스로에게 한 다짐을 생각하며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의미와 다짐은 기억나지 않고 식수대에 놓여있는 물과 간식이 기다려지고 또 몇 km를 달렸는지 안내하는 안내판을 기다리고 지나온 길을 확인하며 한 숨을 쉬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달립니다. 마라톤을 하다보면 맞은편에 달리고 있는 낯선 마라토너를 보며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아는 이들이 지나가면 더 큰 소리로 응원을 하기도 합니다. 서로를 위한 응원의 소리들과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는 어떤 음악 소리보다 경쾌합니다.


그러다보면 팔과 다리가 멈춰지는 달리기를 이어갑니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뒤를 힐끗힐끗 봅니다. 제 경우는 늘 얼마 남지 않은 경쟁자들(?)과 서로 눈치를 보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적 달리기로 이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달리고 알았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멈춤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과 꼴찌는 부끄러운게 아니라는 것을요.


달리는 와중에도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는 끊임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숨이 쉬어진다는 것, 아름다운 풍경들 속에서 뛸 수 있다는 것, 특히 매 마라톤을 함께하는 수많은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하루는 삶의 대한 또 다른 감사로 이어집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로 달리기를 시작했겠지만 자신만의 레이스에 저처럼 살아있는 순간의 감사를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라톤의 때는 맑고 밝고 따뜻했습니다. 물론, 춘천마라톤에는 비와 함께 제주마라톤에는 바람과 함께였지만 10월의 마라톤은 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2012년 10월 첫 마라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은 제가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쁜 숨을 내쉬면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목마름이 또 살아야겠다는 목마름이 되어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앞으로도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우리들의 이름처럼 제가 살아있는 동안 저의 마라톤 여정은 계속 되겠지요? 살아있는 우리 모두 또 만나 달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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