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성수동 꼬마빌딩
"OO님 편에서 도와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멘토와 통화하면서 들은 말이다.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나는 뜻밖에도 충격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0.1초 동안 외로움을 느끼며 눈물이 나올 뻔했다.
2024년 12월 24일, 한 중개법인과 미팅 후 성수동 물건을 받고 답사를 했다.
이미 내 투자금으로 매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 평단가로 이 골목 물건을 살바엔 그냥 근처 주택을 사서 내가 리모델링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중개사에 전달했고,
때마침 잔금 때 근생으로 매수 가능한 주택 물건이 나왔다.
가격은 조금 저렴했다.
주택 모양이 안 좋아서 공사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이미 나는 "성수"라는 이름에 빠져있었다.
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만큼 현명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그 후 중개사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소통했고 은행 RM과 통화하면서 대출 시나리오도 점검했다.
대출비율, 대출금리, 리모델링비용 등의 조건을 변경하면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 실투자금 목록을 추출했다. 너무 빠듯한 자금스케줄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가격도 조금 깎았다.
두뇌와 감정이 따로 노는 비합리적 결정을 앞두고 멘토에게 최종 확인을 부탁했다.
(물건과 가격은 괜찮다) 하지만,
내가 너무 조급한 상태이고
예비자금이 부족하고
건축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돼있고
경험이 없는 나 혼자 하다가 중개사, 건축사, 시공사 모두에게 당할 위험
빌딩 투자는 잘못하면 모든 에쿼티가 녹을 수 있음
향후 1-2년간 시장 방향이 확실하지 않으므로 확실한 리스크 대비가 돼야 함
1시간 가까이 통화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일주일 동안 품었던 희망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속이 뻥 뚫리면서 머릿속이 맑아졌다.
투자할 때 누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다양한 확률을 계산해서 합리적인 결과를 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마음의 평정을 잃었던 나.
신호는 무시하고 소음만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안도감과 함께 평화가 찾아왔다. 일주일 동안 꾸었던 꿈은 끝이 났지만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극도의 절제된 생활과 절약, 투자로 모은 돈을 이렇게 쉽게 쓰려고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현재 소액으로 빌딩 투자 세계로 진입할 때 우선순위는 아래와 같다 (입지는 기본)
신축, 리모돼서 손댈 것 없는데 싸게 나온 물건 (시세 이하로 매입)
현재 공실인데 임차 맞출 자신 있는 물건 (임대료 상승을 통한 가치 증가)
리모델링(대수선) 해야 하는 물건
신축해야 하는 물건
난 경험도 없는 첫 투자인데 3번부터 덤빈 것이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달려가 보자.
남들이 서울 똘똘한 한 채를 외칠 때 부산 재건축 아파트를 샀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꼬마빌딩 투자를 하려고 한다.
난 2025년이 대한민국의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바닥 후 모든 자산이 V자 반등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알기 때문에 지금 움직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