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근거
첫 번째 빌딩을 매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제 나는 내가 원하는 지역의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조건으로 살 수 없다는 현실을 파악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땐 다 버리고 본질만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꼬마빌딩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다. 위 두 기준을 만족할 지역은 강남, 용산, 성수, 마포만 고려한다. 물론 각 지역 안에서 투자할 구역도 정해져 있다. 조금 더 풀어쓰면,
위 요소들이 빌딩 투자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아파트가 2배 오를 때 빌딩은 3배 오르는데, 위 호재들이 포함되면 5배~10배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면 이 잡듯 뒤졌던 성수동을 포기하고 용산의 작은 건물을 사게 된 투자 근거는 무엇일까.
단점은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것과 아직 용적률을 다 쓰지 않은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매수할 수 있는 금액대였던 것이다. 향후 내가 신축할 수도 있고, 혹은 밸류업을 원하는 디벨로퍼가 팔아달라고 애원할 수도 있다.
빌딩 매물의 타입을 4가지로 나누면,
내가 매수한 물건은 두 번째 타입이다. 난 아무 손도 대지 않았고, 앞으로도 임차인이 알아서 다 관리한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상권이 좋은(객단가 & 평당 임대료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빌딩 투자 초보인 내가 지금 시장 사이클에서 신축, 리모델링하는 건 큰 모험인데, 정말 운 좋게 편한 조건의 건물을 매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심각하게 매수를 고려했던 성수동 물건은 4번 타입인데 신축할 도로 조건은 안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주택을 리모델링 혹은 대수선 하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금성과 발전가능성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나의 기준과 원칙을 잊고 성수동이라는 이름에만 빠져있던 것이다. 아무튼, 지금 빌딩 시장은 거의 바닥으로 가고 있는 느낌인데 1번 타입 즉, 공실 상태인 신축은 앞으로 원가 이하로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난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예상하면서 왜 이 시기에 빌딩을 매수한 것일까? 왜냐면 빌딩의 경우 급매는 대부분 못난이 물건이고 난 못난이를 살 생각이 없다. 그리고 매력 있는 급매의 경우 나에게 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자금도 부족하고 VIP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브리핑 오기 전에 이미 중개사 지인 혹은 VIP에게 하루 만에 팔릴 것이다. 만약 금리가 더 내려도 아파트는 긴 U자형의 횡보 혹은 하락할 수 있지만 빌딩의 경우 V자 반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거래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그랬다.
즉, 좋은 입지의 빌딩을 싸게 사면 좋겠지만 그 희박한 확률에 승부수를 걸기 보단, 좋은 입지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투자하려고 하는 그 시기에 타이밍이 맞아서 매수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싸고 안 좋은 물건은 사기 싫으니, 싸지 않아도 우수한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많이 오르는 건 비싸고 좋은 입지의 부동산이다.
내 예상으로는 빠르면 2년 후에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전환될 것 같은데 길어지면 5년까지 보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5년 치 리스크를 모두 대비하고 준비한 상태에서 매수 계획을 세웠다. 금리 인하 후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금리가 재인상할 가능성까지 시나리오에 넣었다. 빌딩 투자는 큰 레버리지를 쓰기 때문에 이렇게 리스크를 다양하게 정의하고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에필로그*
2035년까지는 우리나라도 현재 미국, 일본의 트렌드를 따라갈 것 같다. 그래서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방향성은 모르겠다. 다음 사이클까지 예측할 혜안은 없다. 10년 후 초고가 하이엔드 주택은 평당 10억, 20억을 찍을 것이다. 그때까지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투자할 것이다. 수능 끝났다고 노는 게 아니라,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며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