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와 인플레이션
주식, 코인에서 사용하는 레버리지가 아닌, 부동산 투자할 때 레버리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가 아는 방법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투자 경험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여기서부터 고민에 빠집니다. 매달 내는 이자가 아까워서 빨리 원금을 갚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이자'를 향후 시세차익을 위한 '프리미엄 요금'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만약 부동산을 구입하고 8년 후에 매도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은 점점 줄어들고, 화폐 가치의 하락(인플레이션)으로 원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집니다. 즉, 5억을 대출받았다면 8년 후에 갚을 5억은 훨씬 더 낮은 가치를 갖게 되므로 미리 갚는 게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리고 최종 매도 시 이자 비용을 차감하고도 수익이 남는 순간, 부동산 투자에서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매년 물가 상승률까지 감안해서 간단한 수학으로 계산해 보세요. 혹은 ChatGPT, Gemini, Claude 같은 생성형 AI에게 잘 설명해 주면 아주 꼼꼼하게 자금 시나리오와 미래 예측까지 보고해 줍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산 구입할 때 8억이 필요한데, 나의 DSR로 10억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습니다. 남은 금액 중 일부는 따로 떼어놔서 이자 갚는데 쓰고, 나머지로 다른 투자를 하면 됩니다. 자신의 현금 흐름과 투자 기간에 따라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부동산 정책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출받을 수 있는 시기에 최대한 받아놓는 게 좋습니다.
은행에서 20억을 대출받아 빌딩을 샀는데, 몇 년 후에 대환대출을 하거나 대출이 만료되어 새로운 대출을 받으려고 합니다. 감정평가를 했더니 그 사이에 지가 및 임대료가 상승해서 추가로 10억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모은 돈과 10억을 합쳐서 또 다른 빌딩을 삽니다. 이렇게 3개의 빌딩을 매수하고 대세상승장을 만나면 자산은 급격히 늘어납니다. 그때부터는 한 채 팔고 대출을 적당히 갚아도 되고, 더 상급지의 빌딩으로 갈아타도 되겠죠. 자신 상황에 맞게 짤 수 있는 전략이 많아집니다. 대출을 갚는 것이 아니라, 담보물의 가치 상승으로 추가 대출을 받아 자산을 계속 모으는 이 방법이 부동산 자산가들이 하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영원히 숏베팅할게 아니라면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투자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건 재건축 아파트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직장인이 아파트와 상업용 부동산 둘 다 투자하고 싶다면 재건축+꼬마빌딩 전략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대출을 최대한 받고 그 자금을 꼬마빌딩 매수하는데 보태는 것입니다. 아파트가 2배 오를 때, 좋은 입지의 빌딩은 최소 3배 이상은 오르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침체, 하락장이 오면 재개발, 재건축, 꼬마빌딩이 더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무릎이나 바닥에서 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에겐 좋은 기회를 가져다줍니다. 반대로 상승장에선 맨 먼저 오르기 시작하고, 상승 사이클 내에서도 두세 번 가격이 튀어 오르기 때문에 자산이 크게 불어납니다.
앞서 언급한 레버리지 투자는 항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지금 부동산 시장을 하락 사이클 내 마지막 반등장으로 본다면, 아직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영끌은 기나긴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5년 동안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데 아파트 가격이 20% 하락한다면 그걸 견디지 못하고 급매로 던지는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 아파트는 금액이 아니라 같은 비율로 상승하고 하락하기 때문에 오버슈팅된 상급지 및 재건축은 더 크게 하락합니다. 빌딩 시장도 지금 암흑기입니다. 매출이 잘 나오는 법인이라 해도 임대료 상황에 따라 대출이 잘 안 나온다고 합니다. 지난 상승장 막판에 강남 주택가에 우후죽순 지은 오피스 건물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습니다.
저는 긴 마켓사이클에서 현재 위치를 하락사이클에서 바닥으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직선으로 상승하고 하락하는 자산 시장은 없습니다. 시장의 바닥 전에는 항상 극심한 양극화와 불꽃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닥을 다진 후라면 그때는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라면 하나의 시나리오만 가정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제 전망이 틀릴 수도 있으니, 시장이 다르게 가는 경우도 가정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았습니다. 아무튼, 좋은 투자 타이밍이 오면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