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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유는 돈일까 사람일까

by 프라이데이

퇴사가 일상이 된 세상이지만, "내가 퇴사한 이유" 같은 글은 항상 인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글에 회사를 그만두는 진짜 이유를 모두 솔직히 말했을까?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혹은 업종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일반적인 퇴사 사유다. 예를 들어 작은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취직해서 몇 년 후, 토스나 쿠팡으로 이직하는 것. 게임회사를 다니다가 블록체인 쪽으로 전향하는 것. 피고용인 생활을 끝내고 창업하는 것 등이다.

(나는 게임회사 경력 이후 스타트업에 다니고 싶어서 커리어 전환을 했고 에듀테크, 핀테크, AI, 블록체인, 3D등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 외에는 결국 '돈' 혹은 '사람'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연봉 인상이 더디고 인센티브가 없거나 적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주니어 시절에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정해진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의 경우 이직을 통해 연봉을 크게 올려야 한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면 무조건 버티는 것이 좋다. 그곳에서 받은 스톡옵션이 나중에 경제적으로 큰 보상을 줄 테니까. 하지만 연봉의 경우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면 크게 고려하지 않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업무와 그것을 통해 느끼는 보람을 더 찾게 된다.

(박봉으로 시작했지만, 시장과 트렌드를 분석하며 전략적으로 이직한 덕분에 지금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5년 정도는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이유인 경우는 어떨까?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보통 팀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그 범위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동료보다 대표 및 경영진이 퇴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마음에 안 드는 동료를 보는 것도 괴롭지만, 대표의 말과 행동 그리고 비전과 전략이 매일 그대로 드러나는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한 번 싫어지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동호회가 아니라 사회 조직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는 좋아도, 운영 스타일 및 전략에 동의하지 못하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할 때 CEO를 정성평가하는 것처럼, 내가 일할 회사를 고를 때도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전 회사는 최고의 팀이었지만 대표와 경영진이 노답이었다. 결국 난 멋진 팀을 포기하고 글로벌 회사로 모험을 걸었다)


그나마 지금은 이직과 퇴사를 고민하지만, 수년 안에 많은 직장인이 AI에게 대체될 것 같다. 그 후 회사와 직장인도 초양극화가 될 것이다. 한쪽에는 AI로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창조적 업무나 복합적 판단을 하는 소수의 핵심 인재들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한쪽에는 AI Agent가 모든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이런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의 퇴사 고민이 오히려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돈'과 '사람'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선택권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을 통해 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을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업계 상위 10% 안에는 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AI에게 매일 놀라고, 상처받는 중이다)

성수동 연무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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