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보다 사람을 보라
요즘 아파트 시장을 이끄는 가장 큰 트렌드는 바로 '뷰(View)'와 '커뮤니티'입니다. "한강이 보이는가?" 그리고 "식사 서비스나 수영장이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사실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뮤니티는 첫 번째, '공간적 커뮤니티'입니다. 단지 내에 잘 갖춰진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도서관, 식사 서비스 같은 편리한 하드웨어를 말하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커뮤니티'입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웃들의 생활 수준이나 문화적 매너, 흔히 말하는 '민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 "밤 늦게 돌아다녀도 안전한가?", "우리 아이가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부동산 투자의 불변의 진리는 '입지'와 '환금성'입니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내세우는 화려한 '공간적 커뮤니티'가 진짜 빛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입지가 좋아야 합니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덩그러니 지어진 화려한 커뮤니티 시설은, 그 아파트의 가치 상승을 이끄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입지가 좋은 곳에 신축이 들어선다면 어떨까요?
물리적인 시설(공간적 커뮤니티)은 당연히 최상급으로 지어질 테고,
그 입지와 신축을 선호하는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형성하는 분위기, 즉 '사회적 커뮤니티'의 수준도 함께 올라가게 되죠.
이 선순환이 바로 입지 좋은 신축이 갖는 강력한 프리미엄의 실체입니다.
실거주할 집을 찾기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가신다면, 단순히 건물 외관이나 지하철역까지의 거리만 재고 오셔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곳에 사는 '사람'과 '문화'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저는 임장을 갈 때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이고 주중과 주말의 풍경을 모두 봐야 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도 경험해 봐야 하죠.
무엇을? 단지 내 벤치, 상가, 주변 공원, 지하철역 등 모든 곳에서 주민들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해 보세요.
어떻게? 동네 카페나 식당에 앉아 주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들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인지, 대화의 톤은 어떤지 느껴보는 겁니다.
주변에 고급 식당이나 편집샵이 있는지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상권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비 수준과 취향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니까요.
저는 사는 공간이 감정, 사고, 행동,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자극받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우리 아이도 따라 열심히 합니다. 반대로 분위기가 산만하면 아무리 본인이 의지가 강해도 서서히 물들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소득이 늘어나고 가정의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더 나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만약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를 고민하신다면, 당장 몸이 조금 편한 넓은 평수보다는 평수를 줄여서라도 가능한 한 '상급지'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실거주는 최소 6~8년 이상 하게 됩니다. 입지가 떨어지는 곳의 신축 보다, '사회적 커뮤니티'가 이미 검증된 좋은 입지의 구축(가능하면 재건축 예정 아파트)을 선택하는 것이 나중에 웃을 일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입지와 환경이 주는 혜택(자산 가치 상승 + 자녀 교육 환경 + 안전 등)이 훨씬 크기 때문에 후회할 일이 적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글로벌 도시입니다. 앞으로는 아파트를 선택할 때 '안전'이라는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대단지가 주는 안정감과 주민들의 균질성, 이것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성벽 같은 '안전 지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갈수록 이런 안전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살아보니 여기만큼 편한 곳이 없다"라는 말이 있죠? 그 말은 믿지 마시고 직접 가서 확인하세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누구나 자신이 오래 산 곳을 가장 편하다고 느낍니다. 이건 '익숙함'이지 객관적인 '좋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아파트 시장에 '저평가'란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가격 반영이 늦어진 타이밍이 있을 뿐이죠.
어떤 아파트가 비싸다면, 우리가 위에서 이야기한 '사회적 커뮤니티(안전, 생활 문화 수준, 교육 환경 등)'의 가치가 이미 그 가격표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싸고 좋은 물건을 찾기보다, 비싼 물건이 왜 비싼지 그 이유를 '사람'과 '환경'에서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집은 평생 몇 번 사지 않는 큰 결정입니다. 천천히, 꼼꼼히, 여러 번 다녀오세요.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