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다른 길을 봤다

by 닭강정

오늘의 시

《아이 덕분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그게 최고인 줄 알았다
그걸 향해
숨 가쁘게 달리던 20대

그러다
아이를 낳고
일을 멈췄다

처음엔 무서웠다
흘러가는 시간,
잊히는 나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멈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른 길을 봤다

정해진 틀 말고
스스로 만드는 삶

회사가 아닌
내 이름으로 하는 일
출퇴근 대신
내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하루

아이 때문에
내 자리를 잃은 줄 알았는데
아이 덕분에
진짜 나의 자리를
다시 그리게 되었다




에세이:

아이 덕분에, 멈췄고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속도에만 집착했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 빠른 승진.

늘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정답이라 믿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겼고,

잠시 멈춘다는 선택을 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그리고 자연스럽게 퇴사.

처음엔 ‘잠깐 멈춘다’고 생각했지만,

그 ‘잠깐’이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을 채웠다.


처음엔 초조했다.

잃어버린 시간, 비어 있는 경력,

뒤처졌다는 불안감이 조용히 따라왔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전에는 몰랐던 세계가 열렸다.

시간과 에너지의 제약 속에서

더 명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그리고 나도 조금씩 나만의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 때문에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새롭게 만든 시간이었다.

아이 덕분에 멈출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다시

내 속도로, 내 길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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