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으로 전한 달콤한 위로
365일 중 적어도 300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사촌 동생은,
그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늘 에너지가 없어 보일 것 같은데도, 어떻게든 버텨내는 그녀의 모습은 내게 묘한 존경심마저 느끼게 한다.
지난 1월부터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냈으나,
그녀의 바쁜 일정에 밀려 우리는 결국 오늘에야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딱 두 시간.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이후에는 또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떡 케이크를 가져갈게. 회의할 때 동료들이랑 같이 나눠 먹어!"
마치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하듯 내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톡 하고 터졌다.
회의실 디저트는 회사 생활의 몇 안 되는 위로의 시간이었다는 기억이 스쳐갔다.
떡 케이크 하나로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었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만드는 과정이라도 마음껏 즐기자는 다짐과 함께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무얼 만들어볼까?
고민 끝에 딥 오렌지 컬러의 그라데이션을 선택했다.
산뜻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을 주고 싶었다.
장식은 오렌지 카네이션, 버터플라이 러넌큘러스, 그리고 왁스 플라워로 조합했다.
어버이날을 한 달 앞두고, 이 디저트가 어딘가에서 다시 떠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이렇게 단순한 떡 케이크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까지 밝게 채워주길 바라며 손길을 더했다.
완성된 케이크를 보며 사촌 동생은 탄성을 질렀다.
"이거 정말 너무 예쁘다!"
그녀의 눈빛을 보며 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들의 피드백은 단순한 칭찬이나 평가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과정이 그 완벽함을 더 빛나게 해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사촌 동생에게 특별 미션을 하나 부여했다.
“동료들에게 케이크 맛보고 솔직하게 평가를 받아와.”
동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단순히 케이크를 만들고 만남을 가졌다는 것을 넘어, 이 시간이 내게는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았다.
디저트를 통해 타인의 취향과 생각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내가 만드는 작은 것들조차도 조금 더 따뜻하고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다짐을 한 날이었다.
짧지만 소중했던 두 시간.
그 시간은 사촌 동생과의 재회를 넘어,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만남이 동생에게, 또 그의 동료들에게도 작지만 오래 남을 기억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