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짜고 마음을 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앙금쿠키 클래스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친 주말과는 달리,
오늘의 하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고 화창했습니다.
그동안 움츠려 있던 벚꽃들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지요.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살, 산뜻한 바람.
공방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마저 가벼워지는 진짜 봄날이었습니다.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
클래스는 앙금쿠키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곱게 정리된 재료들이 놓여 있었어요.
고운 빛깔을 지닌 앙금 반죽, 윤기 나는 견과류, 그리고 파이핑 색소들.
손끝에서 꽃이 피어날 순간을 기다리는 듯한 재료들이 차분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선생님의 레시피는 견과류의 깊고 고소한 풍미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
‘너츠 앙금 쿠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호두, 검은깨, 피칸, 땅콩이 더해져 더욱 깊고 풍성한 맛을 완성하는 앙금쿠키.
손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
오늘 클래스의 주인공은 카네이션.
파이핑 기법을 배우며 하나씩 꽃잎을 짜 내려갔습니다.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이실 때는 너무나 쉬워 보였는데,
직접 손끝으로 꽃을 만들려니 반죽의 질감과 손의 힘 조절까지 신경 써야 했어요.
작고 정교한 쿠키 하나에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컬러를 선택할지 고민하며
강렬한 레드, 은은한 핑크.
손끝으로 색을 섞어가며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붉은 꽃잎 사이로 포인트를 더한 섬세한 그라데이션.
쿠키 위에서 피어난 꽃잎들은 마치 작은 화원을 이루는 듯했습니다.
기분을 가득 채우는 달콤한 향기
쿠키를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순간.
공방 가득 퍼지는 따뜻하고 달콤한 향기.
설탕이 아닌 앙금 특유의 은은한 단내가 조용히 스며들며 기분까지 편안해졌습니다.
구워지는 동안의 기다림이 이렇게 설렐 줄은 몰랐어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촉감과 맛
완성된 쿠키는 충분히 식힌 후 화과자 케이스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담았습니다.
앙금쿠키는 일반적인 쿠키와 다르게 바삭함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합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견과류의 고소함과 앙금의 촉촉함이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들었습니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고소함이 남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다가오는 가정의 달,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특별한 선물이 필요하다면
싱그러운 생화 대신 정성스럽게 빚은 앙금 플라워 쿠키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손끝으로 만들어진 작은 꽃들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