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스트레스는 학생만의 것이 아니다. 교사도 적잖이 받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사람의 마음이 웃긴 게 비정규직일 때는 그저, 할 수 있음이 감사했다. 개학 스트레스가 뭔 말인가.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원래 내 자리(사실 원래란 없다는 것, 알면서도 교만이다)라는 생각 때문인가. 개학이 두렵다.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다. 아이들 노트 첨삭도, 새 학기 수업 준비도 내 공부도. 무엇 하나 마무리가 된 게 없다.
사실은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간식의 유혹을 떨치던 중이었다. 그런데, 집에 혼자 있는 마지막 날. 아이가 오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자유. 이 두 개가 나를 흔들었고, 거기에 개학 스트레스가 더해져 맥주에 쫄면을 꺼냈다. 생라면 안주에 모닝 맥주가 나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와자작. 생 쫄면을 씻는 순간, 이가 나가는 줄 알았다. 다시 맥주를 냉동실에 넣고 쫄면을 끓였다. 냉동실에 넣다 발견한 돼지 껍데기. 아, 이거 남편은 안 좋아하지?
또다시 합리화하며 에어프라이어로 껍데기도 구웠다. 이제 완성!!!!
쫄면에 돼지껍데기를 함께 비볐다.
그런데... 그닥 맛이 없다. 나는 굳이 이 이른 시간에 왜 이걸 먹고자 했을까. 맥주를 마셨으니 운전도 불가다. 다이어트도 날아갔다. 마지막 날을 대차게 말아먹은 느낌이다.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무엇도 혼자는 맛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날, 차라리 누군가와 밥이라도 먹을 걸. 할 게 많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으면서 굳이 혼자 시간을 써 안주를 만들어 모닝 술을 마시며 결국 할일을 못했다는 게 너무 웃기다. 그렇게 어리석은, 하루의 시작이다.
책상을 정리하고 첨삭할 노트를 폈다. 어리석음은 여기까지. 이제 할 일을 하자. 스트레스를 없애는 가장 최고의 방법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 이 순간, 나는 받아들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