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작가 김동식은 유일하게 내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에게 여쭈었다. 사는 게 너무 귀찮은데 죽을 의지가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답답함에 한 질문이었다. 눈 뜨면 눈물이 나고 모든 게 귀찮다. 작가님은 나의 우문에 현답을 주셨다.
[귀찮은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내 맘대로 살면 어떨까여]
문득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김동식 작가는 작품으로 만나서 반했고,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여 그 사람의 인간됨에 또 한 번 반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 진로특강 강사로 모셨다. 그렇게 인연이 닿았다.
작가 지망생으로서 나는 작가님께 글을 공유하거나 종종 안부 문자를 드리고 인스타 친구도 신청했다. 김동식 작가는, 그런 내게 늘 진심을 담은 답변을 주시는 훌륭한 분이시다.
김동식 작가의 에세이집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을 사놓고 1장만 읽은 상태였다. 이 분의 에세이가 어땠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집었고 그 자리에서 후딱 다 읽어버렸다. 샘이 났다. 에세이는 본인 분야가 아니라더니, 사건 위주의 소설만 잘 쓰신다더니, 겸손이었다. 글을 참 잘 쓰시는 분이다.
힐링법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 없으셨단다. 정말 힘든 일이 없었을까? 지금 모든 게 고갈된 내게는 참 부러운 지점이면서도 배울 지점이다. 아마 내가 작가님의 삶을 살았더라면 더 일찍, 애진작에 고갈을 경험하며 힐링법을 찾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 가치관, 태도의 차이였다. 겸손함과 긍정적인 삶, 거기에 필력까지. 와우. 정말 과시욕을 뿜뿜 하셔도 되는 분이셨다. 오락기 게임으로 오락실을 제패하고 순발력과 센스, 유머 감각과 필력, 성실함과 창의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등극하셨다. 자기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잘 활용하시는 분이다.
나는 아직도 나의 강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이렇게 말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진흙탕에 빠졌고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분개하는 중이다. 진심을 다했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라는 게 나는 못 견디게 싫고 화가 난다.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데 또다시 신뢰하며 사람을 만날 거라는 것에서 화가 난다. 마음을 주는 직업이고 그것에 기쁨을 느끼는 어리석음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막막하다. 나는 그런 여러 감정 속에서 현재를 견뎌내고 있다.
김동식 작가의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이라는 에세이집에서 뭔가 말로 구체화할 수 없는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었다. 글쓰기를 통해 발끝부터 채색 중이라는 작가의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게 글쓰기는 취미이며 과거의 영광이었다. 공부를 잘했던 오빠는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오는 나를 부러워했었다. 전교 1등의 부러움을 받는 기분은 뭐랄까, 전교 1등을 넘어선 뭔가가 된 기분이었다. 어깨가 하늘까지 올라가는 느낌. 날 그렇게 해 준 게 글쓰기였다.
나도 김동식 작가처럼 과시욕이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건 사람의 보편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과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인정 욕구에 시달렸다. 내가 갑자기 삶이 "귀찮다"라는 생각에 머무른 것도 인정욕구의 귀결이었다. 지금까지, 잘 가르치는 사람임을 증명하며 살아왔다.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깨달으며 그것을 수업에 녹여냈고 그 과정에서 '나'를 증명해 왔다. 그것은 기쁨이고 뿌듯함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좋은 사람"임을, 아니 "크게 문제가 없는 사람"임도 증명해야 한다. 그냥 내 모습으로 이게 증명이 될까. 나는 이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귀찮음이 몰려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김동식 작가의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을 보면 이미지 관리에 관한 챕터가 나온다. 나도 작가와 마찬가지였다. 부끄럽지 않은 교사. 이게 나의 신념이고 소신이었다. 학생이 뛰어와서 인사하면 내가 어떻게 걷고 있었지? 누구랑 통화 중이었지?를 돌아봤으며 학생들에게 한 말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해 왔다. 아이들과의 신뢰를 저 버리지 않으려고 애써 왔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닿지 않은 채 흩어져 버렸다.
작가의 에세이를 통해, 현답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의지대로 되지 않는 삶을 어찌할 수 없다. 긍정의 힘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삶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김동식은 사람 김동식을 좋아한다 했다. 친구 김동식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나는 과연 사람 문영을 좋아하는가. 연민은 해도 사랑은 모르겠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적이 삶에서 있긴 했었나.
작가의 책을 통해 "나를 긍정하고 현재를 품는 삶의 행복"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내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귀찮은 일을 내려놓고 내 맘대로 하며 이 삶을 끌어안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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