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맥주는 맛도 없다

사람 좋아하는 녀석

by 문영

참고 참다가 생라면을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렸다. 라면이 부들부들해졌다. 캔맥주를 땄다. 그것도 무려 740짜리. 좋아하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며(요즘 다시 보기 중이다) 들이켰다.

세상에, 맛이 없다.


[너는 어떤 걸로 기분을 푸니.]

[나는 사람 만나서 수다 떨며 맛있는 거 먹는 걸로 푸는데.]

[사람 좋아하는 녀석, 동네 좋은 친구 사귀어 봐.]

[사귀기는커녕 있는 모임에서도 나왔어.]


사람만 좋아하다가 큰코다쳤다. 그것도 여러 번. 사람을 찾지 말자고 다짐했다. 수다 떨고 싶을 때 기도를 드리자, 찬양을 듣자고 생각했다.


특히, 직장 동료에게 내 개인사나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다짐은 역시 다짐으로 끝난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러움이 복받쳤는데 따뜻한 위로가 수문을 열었다.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어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K가 내 손을 잡는다.


"선생님이 자꾸 울어서 큰일이네."


봇물이 터져버렸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다. 소리 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직 내 차례가 아닌데 나는 벌써 눈물이 난다.


왜 그 험한 곳을 가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뭘 잘못해서 경찰서를 간단 말인가. 감당하기 힘든 복합적 감정이 눈물로 쏟아졌다.




맥주를 싱크대에 버렸다. 생라면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S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어제 그냥 가셔서 전화드렸어요."

"죄송해요."

"죄송은요. 괜찮으세요?"

"괜찮.. 아야죠.."


전화를 끊고 말랑해진 마음에 또 눈물이 나온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직장 동료에겐 더더욱 마음을 뺏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때보다 더 깊이 위로받고 있다. 마음이 홀라당 가 버렸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다치기 마련이다. 그걸 경험을 통해서 안다. 가족 외에는, 친구들 외에는 마음을 키우지 않기로 했는데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나는 결국, 혼자서는 맥주도 즐기지 못하는 "사람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이것이 이 사달을 내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믿는다. 일은 결국 해결될 것임을. 바랄 뿐이다. 마음을 지키고 싶다. 사람 좋아하는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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