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유증
몸이 덜덜 떨리면서 눈을 떴다. 정신이 몽롱하고 낯설 정도로 부운 몸이 뜨거운 기운을 뿜어냈다. 오빠를 보내고 먹기만 하던, 살아 있음에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끝 모를 허무에 빠져들던 희유는 자기 몸 상태에 겁이 덜컥 났다.
오빠의 병명은 신장암이었다. 희유도 신장이 안 좋을 수 있다. 삶의 의지가 없는 줄 알았던 희유가 몸 상태를 민감하게 살폈다.
“안녕하세요.”
“응? 신이 엄마? 아니 왜 이렇게 살이 쪘어? 갑자기?”
“아 그래요?”
“못 알아봤어~”
두 달 만이었다. 신이 없이 혼자 외출한 게. 신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병원에 가는 중이었다. 길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이 희유를 보고 놀랐다. 희유가 급격히 살이 찐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희유는 차례를 기다리며 체온과 혈압을 쟀다. 체온은 38도이고 혈압은 150에 100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문득,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오빠뿐이라는 법칙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희유에게도 가까운 거라면? 신이를 어떡하지? 간호사에게 혈압 종이를 낸 후 희유는 열에 들떠 눈을 감았다.
희유가 진단받은 건 급성신우신염이었다. 무조건 누워있어야 한단다. 항생제와 수액을 맞으며 병원에 입원 아닌 입원을 했다. 연락을 받은 유영이 신이의 하원을 맡았다.
흰 구름 위에 내가 있다. 세상이 온통 빛이다. 여긴 천국인가? 신기하게도 눈이 부시지 않다. 하나님! 여기 계신가요? 우리 신이는요? 저 신이 보러 가야 해요! 그런데 너무 편안해서 가기 싫어요. 잠이 와요. 잠시 구름 위에 누웠다. 편안함에 잠이 들려는 찰나, 엄마~ 엄마 언제 와! 엉엉. 신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희유는 눈을 떴다. 커튼이 쳐진 병실에서 홀로 링거를 맞고 있다.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집었다.
[속보. 인천공항에서 에볼라 의심환자 발생, 격리.]
진짜 하나님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이번엔 에볼라로 사람 죽이시려고요? 도대체 왜 태어나게 하신 거예요? 우리나라에 에볼라까지 유행하면 저 진짜 이제 교회 안 다닐래요.
맥없는 상태에서 뜨거운 분노가 일었다. 사람은 이렇게나 무력하다. 신은 사람을 왜 창조했단 말인가.
아직 신이가 끝날 시간도 아닌 한낮이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엔 꿈도 꾸지 않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간호사가 깨울 때까지 두어 시간을 내리 잤다.
수액을 다 맞고 한결 몸이 개운해졌다. 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집 문을 열고 들어 온 희유를 신이가 뛰어와서 힘껏 안는다. 그 조그만 몸으로 엄마 품에 파고들어 두 손으로 감싸는 신이를 끌어안으며 희유는 어떤 충만한 안정감을 느꼈다. 신이에게만 엄마가 필요한 게 아니다. 희유도 신이가 필요하다. 희유는 살 이유를 찾았다.
다음 날 아침, 인터넷 포털을 들어간 희유는 속보를 본다.
[국내 에볼라 의심 환자 음성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