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다시, 시작을 앞두고

by 문영

"내가 선생님이 자리에서 우는 걸 작년에 몇 번을 봤는지. 그래도 또 수업 다녀오시면 괜찮으시더라고요. 애들 기운을 받으시는구나 했죠."


며칠 전 들었던 선배 교사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내게 작년은 그런 해였다. 그렇게 울었고 그렇게 더뎠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울다 큰 숨 한 번 쉬고 화장실에서 얼굴 상태를 확인하고 이 악물고 교실에 들어갔었다.


"선생님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


위로를 받는 것조차 두려웠다. 누군가의 위로는 수도꼭지를 여는 것과 같았다. 눈물이 줄줄 나왔다.


감추지 못해 당황스럽기만 했던 그 시간들을 나는 무력하게 건넜다.




밤늦게까지 학부모와 씨름하고

집에서 엉엉 울다 자고

새벽같이 또 운전대를 잡고

내 자리에서 울다가

눈물 콧물을 정리하고

그 집 아이들 수업을 들어갔었다.


갑자기 날아온 변호사 의견서들에

부르르 몸을 떨다가

동료들의 피소 소식에 날카로워졌다가

결국 나도 피소되었다.


억울함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줄줄이 경찰 조사가 이어지던 여름,

동료를 배웅하면서 울었고

우리를 응원 와 준 제자들이 고마워서 울었고

내가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서러워서 울었다.


낙엽과 단풍으로 물든 바람이 불던 계절,

친밀했던 동료와의 관계가 깨지면서 울었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다시 시작된 소송으로

발이 묶이면서 울었다.


그 와중에도

수업을 빼먹지 않았다.


갈등관계였던 학생들 반도

갈등관계인 동료의 반도

학부모의 학생 반도


모두 무탈하게 수업을 해냈다.

나는 교사였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었다.

오해에 휩싸이고

관계가 깨지면서

나도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교사로서 받아서는 안 되는 오해를 받은 사람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회적 잣대가 그러하듯

나도 결과만 갖고 나를 몰아세웠다.


눈물로도 씻기지 않는 마음을 덜어내고자

가까운 사람에게 수만 번 털어놓다가

결국 해결되지 않는 자신과

더 초라해진 나를 보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꽉 막힌 답답함은 덜어지지 않은 채

방학을 맞아 방구석에 처박혔다.




내 취미는 독서도 글쓰기도 아니었다.

드라마 시청이었다.

OTT를 유료결제 하고

그동안 못 봤던 드라마를 몰아서 봤다.


울고, 웃으며

다시. 내 일에 몰입할 에너지를 충전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나도 그 흐름을 타고

차곡차곡 일상의 일을 쌓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마음이 떠나지 않았음을.

결국 이 일을 사랑함을.

그리고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지 않기로 했다.


이 일을 사랑한다면

새 학기도 잘 해낼 수 있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의

미지의 고뇌, 눈물이 꼭 내 감정 같았다.


미지처럼 말해 본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멀었으며

오늘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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