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사가 모 아니면 도인 극단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좋으면 너무 좋지만, 싫으면 정말 싫은, 호불호도 분명하고 애매모호한 것은 진짜 싫어하는 사람이다.
연애할 때도 밀당을 제일 싫어했다.
좋으면 당겼고 싫으면 밀었으며 상대방이 뜨뜻미지근해도 나는 상대방을 밀어버렸다.
그랬던 내가, 사회라고 달리 행동하겠는가.
정말 친했던 옆자리 동료와 갈등이 반복됐고 나는 더 이상 그를 가까이하지 않기로 스스로 마음먹었다.
그 실천 방법은 이직이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다시 그의 옆자리에서 새 학기를 맞이했다.
관계 때문에 이직을 하는 건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란다.
어쩌면 다른 나라는 직장에서의 관계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래도 우리나라 정서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입학식에 축가로 부를 노래를 함께 연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노래는 아름다웠고 오늘따라 잘 불러졌다.
연습의 여운으로 자리에 돌아와서 제법 큰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문이 열렸고 그가 들어왔다. 나는 뚝, 노래를 멈췄다.
같은 실, 다른 동료 선생님하고 하하 호호 신나게 수다를 떠는데
문이 열렸고 그가 들어왔다. 나는 뚝, 수다를 멈췄다.
그도 알 것이다.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것을.
업무가 늘어서 정신없는 것은 정신없이 해결하면 될 일이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좀 더 준비하고 부지런히 다니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는 혼자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관계는 없다.
나는 그와의 관계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만 생각했다.
갈등을 일으켜 놓고 모른 척하는 그 모습이 정말이지 못 견디게 싫었다.
그러나 요즘 나의 태도를 보면서 문득, 정말 그 때문만일까?라는 반문을 했다. 나의 행동이 참 별로다.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나는 물줄기의 방향을 틀었다.
협곡이 나오면서 감정은 급물살을 탔다.
곤두박질치는 마음을 말 그대로
쿵, 내려놓는다.
될 일은 되게 마련이고
안 될 일은 끝까지 안 될 것이다.
싫은 감정은 좋은 감정보다 힘이 세서 좋았던 기억을 다 무찌른다. 이때 쓰이는 에너지가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한다.
멀리 해야 한다는 원칙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살면서 과연 이것도 익숙해지려나 관찰하다,
역시나, 끝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