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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Apr 13. 2024

관계의 힘

사람이 기적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힘든 한 주였다.

계속 화가 났고 그렇게 화가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힘들다를 달고 살고 있었으며 정말로 기운이 없었다.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기도 어렵고 자존감이 떨어졌다. 인터넷으로 옷을 샀다, 취소했다를 반복했다. 온몸이 무겁고 아팠다.


위기감이 엄습했다. 나 이대로 괜찮나.

내 삶에 기쁨이 없어졌다.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한두 명이라도 시간이 맞으면 만나려고 했다. 우리는 매우 오랜만에 여섯 명이 모였다.


한 동네서 지지고 볶던 친구들이었는데 이들을 만나러 한 시간 반을 달려갔다. 사실, 피곤했다. 온몸이 무겁고 힘들고 쑤셨다. 너무 찐 살로 인해 입을 옷이  없었고 그래서 친구들 앞에 나서기도 뭐 했다. 그래도 갔다. 용기를 냈다. 이들과의 만남이 절실했다.


나의 판단은 옳았다. 우리는 시종일관 먹고 떠들고 걸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어떤 말을 하지 않았는데 특별했다. 요 며칠, 아니 요 몇 주, 요 몇 달,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웃고 웃고 또 웃었다. 숨 넘어가며,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웃었다.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웃고 떠들며 먹었다. 계속 만나지 않으면, 뜸하게 연락하면 할 말도 없다던데 이들은 예외다. 우린 말할 기회를 잡느라 애썼고 그 모습이 웃겨서 웃었다.


모이면 여고생이 된다. 나이도 모습도 잊은 채 그때의 그 마음으로 웃고 떠든다.




다른 세상에 잠깐 다녀온 기분이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고 스트레스는 여전한데 힐링을 하고 왔다. 내게 고향 같은 친구들. 이들이 힘을 주었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해 보고 싶은 의지를 주었다.  


문득, 또 함께 놀고 여행 가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겠다,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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