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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1. 2021

윤석열에 대한 '걸레스님'의 예언?

보수언론의 어설픈 윤비어천가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3월 11자 중앙일보에 “윤석열 ‘절이나 좀 다녀볼까’.. 새삼 떠오른 '걸레스님' 예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내용을 보니 중광((重光ㆍ1935~2002)이라는 승려가 윤석열을 만나 친해진 다음 “관상을 보니 사법고시는 좀 늦게 합격하겠지만, 앞으로 크게 될 놈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신자가 아닌 윤석열이 현재의 아내인 김건희와의 결혼도 한 승려의 중재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리고 윤석열의 모친이 불교신자였던 것까지 친절하게 소개하며 외할머니의 동생으로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봉모까지 끌어내고 있다. 원래 정치가 집안으로 미화하려는 것인가? 이 정도면 중앙일보가 본격적으로 윤비어천가를 쓰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튜브를 뒤져보니 중광과 윤석열이 강원도 산사를 돌며 술잔을 기울이다 “크게 될 놈”이라는 말을 했다는 주장을 이미 어떤 유튜버가 2020년 8월 1일에 한 바가 있다.(“신지호의 쿨-톡] 중광 스님, 윤석열 관상 보고 ‘장차 크게 될 놈, https://www.youtube.com/watch?v=2B3HWiBEpUI) 그리고 여기서 신지호는 윤석열과 김건희를 맺어준 것이 승려였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중앙일보의 김기정은 새로운 소식을 전한 것도 아니고 그 바닥에서 돌던 한참 된 ‘카더라’ 소문을 재탕한 것인가? 원래 언론은 신속 정확 공정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기본 임무이다. 그런데 이미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돌던 소문을 재탕한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자세도 안 잡혀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김기정은 위의 글의 결론부에 가서는 윤석열의 ‘정치 일정’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4월 7일에 있는 재보선 선거 전까지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설 뜻이 없단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문’을 낸 손경식이라는 사람이 공보 담당자는 아니란다. 그럼 그런 공보를 이리도 친절히 한 중앙일보의 김기정이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말인가?     


이다음에 나올 이야기는 무엇일까? 현재 거주지가 과거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자리에 들어선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이니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윤석열의 거주지 마련을 위한 신의 섭리라고 할까? 아님 충암고등학교 8기이니 그 학교의 자리가 풍수적으로 왕이 나올 성지라고 할까? 그것도 아니면 윤석열의 친가 쪽으로 6대조까지 뒤져서 마침내 날아다닌 육룡을 찾아낼까? 그리고 윤석열이 키우고 있다는 반려동물 7마리의 사연도 준비된 것은 아닐까? 그 가운데 유기견 2마리와 유기묘 3마리의 사연이 애틋할 법도 하다. 조중동이 가짜 뉴스를 자주 생산하여 퍼뜨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지만 문자 그대로 이는 선을 넘어선 느낌이다.


      


나는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기에 중광에 대해서도 어느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관상이나 사주를 보았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탁월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그림과 글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에 초대되어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독일 함부르크 미대에는 초빙교수로 강의까지 할 정도였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1980년대에는 천상병 시인 이외수 소설가와 더불어 한국의 3대 기인으로 회자되던 인물이다. 그런데 검사나 만나 그의 정치적 장래를 예언해준다고? 기자 가운데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이들도 많은데 이는 소설도 아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승려 가운데 예언으로 뛰어난 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경우는 탄허 스님이 있다. 그분의 예언은 상당한 신빙성을 지니며 아직도 점술가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예연을 할 정도가 되려면 상당한 공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고난 근기가 있어야 한다. 불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도 그러한 예언의 '은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예언이 일개 검사의 출세를 다루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내로라하는 중앙 일간지인 잘난 중앙일보가 기행으로 조계종에서 파문당한 한 승려의 말을 기사화하는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검찰 개혁 다음은 언론 개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조중동의 요즘 보여주는 행태가 그런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은 세계 공통적이다. 전 세계의 그 어떤 언론매체도 완전한 가치중립(value-free)을 충족하는 기사를 낼 수는 없다. 미국의 CNN은 트럼프와 극단적 대립을 했고 Fox News는 그 대척점에서 미국 백인 보수주의의 선봉에 섰다. 독일의 Spiegel은 대표적인 좌파언론이다. 그리고 die Welt는 보수적인 논조를 편다. 그러나 이런 언론들은 최소한의 품격을 지킨다. 한국의 조중동처럼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카더라'를 무차별적으로 퍼 나르며 선전선동을 일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품격 있는 보수' 정론지를 볼 날이 올까? 현재의 조중동의 행태를 봐서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언론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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