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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1. 2021

윤석열, ‘천시(天時)’를 받들다?!

조중동의 끝 모를 윤석열 띄우기

중앙일보가 치고 나가니 동아일보가 이번에는 소설을 쓰고 있다. 3월 11일 자 신동아에 “윤석열, ‘천시(天時)’를 받들다?!”(https://news.v.daum.net/v/20210311100015749)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로는 ‘대선 승리 3요소로 본 차기 대선주자 장·단점’를 달았다. 대선 승리 3요소? 뭔가 보았더니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란다. 그러면서 인용한 것이 맹자의 어록을 모은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장구(章句) 하(下)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天時不如地利地利不如人和." 그러면서 천시를 ‘시대정신’으로 번역했다. 이제 유교의 경전까지 들먹이며 윤석열을 하늘의 뜻과 연결시킬 모양새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글의 제목에 다음과 같은 요약문이 나온다.     


● 천시(天時) 윤석열·이재명

● 지리(地利) 이낙연·홍준표

● 인화(人和) 정세균·임종석     


분명히 《맹자》에서 인화가 최고라고 했거늘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권에서 한참 뒤인 정세균 임종석을 인화를 갖춘 인물로 평가하고 윤석열을 이재명과 동급으로 놓는다. 결국 대선은 윤석열 이재명 양자 대결로 갈 것이란 말인가? 소설도 이 정도면 뇌피셜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맹자집주》를 편집한 주자는 이 문장에 다음과 같은 해석을 달고 있다. “天時謂時日支干孤虛王相之屬也地利險阻城池之固也人和得民心之和也” 이 문장은 중국식 날짜 계산방법인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중국에서 나온 흔히 말하는 사주(四柱)보는 점술과도 직결된다. 支干은 육십갑자의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를 말하는 것이고 孤虛는 천간과 지지의 숫자가 2개 차이 나는 것에서 나오는 불일치에 따라 발생하는 간극을 말한다. 王相은 중국에서 사계절을 음양오행으로 이해한 것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를 논하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므로 생략한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주역부터 시작해서 공부해보면 될 것이다. 地利를 설명하는 險阻城池之固의 내용도 고대 중국의 전투에서 성을 수비와 공략과 관련된 개념이니 이 또한 새로운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人和에 대한 해석인 得民心之和는 문자 그대로 민심을 얻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니 이 또한 설명이 필요 없겠다.

    

결국 이 문장은 군주가 될 사람이 천하를 제패하는 데에 계절을 가려 전쟁에 나가되 아무리 좋은 계절에 공성을 해도 성이 워낙 단단하면 정복하기 힘든 법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최선의 공격은 싸우지 말고 민심을 얻어 스스로 항복하게 만들라는 말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윤석열, 천시를 받들다’라고 해 놓고는 마치 윤석열이 천명(天命)을 받들 사람인 듯이 몰아간다. 그리고는 한 걸음 더 나아가 天時를 시대정신의 구현으로, 地利를 영호남과 충청 경기로 나뉜 지역의 지지로, 人和를 대선 후보를 믿고 따르는 지지자로 해석해내는 엄청난 해석력을 발휘한다. 아마 수능 지문 해독 연습을 지독하게 했던 모양이다. 《맹자》에서 인용한 장구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발음만 보고는 윤석열이 신동아의 ‘천시’(賤視)의 대상이 된단 말인가 할 수도 있겠다. 조중동의 공통 문화와 신동아의 전통대로 거두절미, 제멋대로 해석을 하는 놀라운 구자홍의 비법이다.     


그리고는 시대정신이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의 회생이란다. 그러고 나서 각 대선 후보 분석에 나선다. 그런데 그 내용은 이미 저잣거리에서 다 회자되는 것이니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현재 뚜렷한 3자 대결 구도가 확립되었음에도 지지율 5%대의 군소 정치인들을 집어넣고는 말이 많다.     


도대체 무슨 소리하려는 것인지 모르게 그런 식으로 정신을 빼놓은 다음 결론에 가서 속내를 드러낸다. 그대로 인용해 본다.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벗어던진 것을 신호탄으로 1년 여정의 차기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 미래 5년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하늘의 뜻을 받들 차기 지도자는 과연 누구일까.”     


앞에서 말한 대로 천시는 하늘의 뜻과는 아무 상관없는 계절과 시기일 뿐인데 그것이 시대정신이 되고 더 나아가 하늘의 뜻과 연결된다. 그리고 윤석열을 지칭하고 있다.  


언론 기관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은 합법적이다. 미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한다. 그러나 제발 품격 있게 그리고 지적으로 수준이 높게 했으면 좋겠다.     



나치의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945)이다. 그의 공식 직함은 제국 민족 계몽 선전부(Reichsministerium für Volksaufklärung und Propaganda, RMVP) 장관이었다. 그는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 잠시 독일제국 수상 지위를 계승했다가 히틀러의 뒤를 이어 가족과 함께 자살했다. 히틀러와 괴벨스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 있는 내용이지만 여기에서 생략한다.     


괴벨스는 그가 맡은 부서의 명칭대로 게르만 민족을 계몽하고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최선을 다한 인물이다. 그가 남긴 연설문과 영상 그리고 일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탁월한 웅변가였다. 사실 히틀러보다 괴벨스의 언변이 탁월했다. 대중을 휘어잡는 그의 연설은 늘 히틀러가 등단하기 전에 이루어졌는데 그의 연설만으로도 이미 군중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곤 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이어진 히틀러의 연설이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지는 불문가지이다.     


그 당시 막 활용이 시작된 대중매체, 곧 라디오와 영화가 주는 시청각적인 효과를 간파한 괴벨스는 나치 이데올로기와 히틀러 우상화에 기존의 인쇄 매체와 더불어 그 두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그 결과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에게 합법적인 독재 권력을 위임하였고 그를 기꺼이 따랐다.     


괴벨스는 사악한 세력의 언론 장악이 어떤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특정 이데올로기나 특정 세력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대중매체가 이용될 경우 그 집단의 집단이기주의는 충족될지 모르나 국가와 민족에게는 엄청난 폐해가 발생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이 떠 앉게 된다. 바른 언론이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천시(賤視)할 만한 천시(天時) 따위가 아닌 Zeitgeist, 곧 참다운 시대정신을 읽고 진정한 의미의 나라 사랑을 실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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