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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7. 2021

윤석열의 신당 가능성은 있는가?

한국 정치 지형의 새 바람을 기대한다.

현재 윤석열의 지지율은 다른 두 대선 유력 후보자인 이재명과 이낙연을 크게 앞서고 있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은 37.2%의 지지를 얻어 이재명의 24.2%, 이낙연의 13.3%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바람의 효과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원리원칙주의자로 비치는 윤석열이라는 인물에게 기성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의 새로운 바람에 대한 기대가 투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은 인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돈이 절대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황색 바람을 일으킨 노무현도 민주당 당내 경선을 택했다. 그 이외에 바람을 일으켜 당을 세웠던 이들은 안철수를 비롯하여 하나 같이 실패했다. 그것이 한국의 정치지형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전혀 힘을 못 쓰는 상황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여러 악재로 흔들거리는 상황에서 윤석열이 기성 정당에 선 듯 들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는 현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300개의 의석 가운데 정의당이 6석, 국민의당이 3석, 열린민주당이 3석, 기본소득당이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10석으로 24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20석에는 모자라 비교섭단체의 지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양당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통령 중심제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에서는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머지 군소 정당들 가운데에서도 윤석열과 결이 비슷한 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국민의힘과의 통합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역시 큰 희망을 두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창당 밖에는 길이 없다.     


한국의 정당법(참조:https://www.law.go.kr/%EB%B2%95%EB%A0%B9/%EC%A0%95%EB%8B%B9%EB%B2%95)에 따르면 5개 이상의 지방당을 시도 단위에 설치하고 각 지방당의 당원이 1천 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돈이 든다. 그러나 5천 명 정도의 지지자를 동원하고 6개의 사무실을 임차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보수 지지층이 국민의힘에서 이탈하여 신당으로 온다면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의 유지와 운영은 돈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당을 창당하여 아직 버티고 있는 안철수가 2013년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2014년 재보선에 나섰지만 참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2015년 국민의당을 다시 창당했다. 그리고 2016년의 총선에서는 38석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의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안철수가 3위로 낙마하고 2018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쓴 맛을 보면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더니 결국 2020년 과거와 같은 명칭의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총선에 나섰으나 겨우 3석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서울 시장 선거에서 안철수는 선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안철수는 아직 죽지 않았다. 험난한 한국의 정치판에서 벌써 8년이나 버텨온 관록의 정치인이 되었다.      


과연 안철수의 행로가 윤석열에게 반면교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일단 현재로서 신당 창당은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른바 ‘촛불 민심’으로 들어선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서 대통령과 더불어 당 지지도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동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보수 언론의 흉계만이 아니라 여당 자체의 개혁 의지와 실천 노력의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통사적으로 여당이 인기가 없으면 야당의 인기가 오르는 법인데 현재 국민의힘은 전혀 그 잇속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3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전국의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6767.html)에서 국민의힘은 32.4% 더불어민주당은 30.1%의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4월 7일 시장선거를 앞둔 서울에서의 지지율 격차는 국민의힘이 36.4% 더불어민주당이 27.6%로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국이 혼란한 것을 감안해 보아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30%대를 유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중반을 저지선으로 하고 있는 한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이나 차기 총선에서 현 정국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40% 가까운 국민은 정치 자체에 염증을 느끼거나 관심이 없는 상황이기에 현재는 양 당의 핵심 지지층만이 기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정체된 정국을 타파할 길로 신생 정당의 수립이 흔한 선택지가 되기 마련이다. 현재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 가운데 일단 이낙연은 그럴 가능성이 제로이다. 이재명은 민주당 내에서 아웃사이더이기는 하지만 탈당과 창당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현 판세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창당의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윤석열밖에 없다.     


윤석열이 창당을 실제로 하기도 전에 창당을 한다는 소문만으로도 그 영향력은 막강할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한국사회여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계층이 다양하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특히 가정주부(54.0%), 중도성향층(45.7%), 자영업자(43.9%), 서울 시민(46.1%), 대전·세종·충청 지역민(46.7%)의 지지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의 71.2%을 지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보수층의 54.2% 대구경북의 52.6%, 50대의 45.1%, 60대 이상의 49.1%가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다. 그동안 억눌려온 보수층이 힘을 내고 싶어도 마땅한 인물이 없던 차에 등장한 윤석열은 이들에게 구세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신당 창당을 하여 이러한 보수의 지지를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윤석열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고 대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윤석열이 들고 있는 최대의 카드는 바람이다. 그에 대한 인기를 계속 유지하며 신당을 창당하여 바람을 일으키고 국민의힘의 의원들을 절반 정도만 빼앗아 올 수 있어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는 한국의 정치판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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