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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29. 2021

오세훈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누구인가?

집과 취업은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이다.

오세훈과 박영선의 지지율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론 지지율이 실제 투표율에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선이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그 격차가 거의 20%p에 이른 것을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오세훈 지지율은 매우 강력한 상황이라 전세를 뒤집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청년들은 왜 오세훈을 지지하는가?     


현재 청년들이 주거 불안과 취업 불안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의미에서 오세훈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현재 청년층의 자가 보유율은 17.2% 정도에 머물고 실업률도 10.1%에 이른다. 그리고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률이 60% 대에 머물고 있다. 집도 없고 직업도 없으니 당연히 돈도 없다. 그러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이 정말로 그리 심각한 악조건에 있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2021년 2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10.1%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0.5%보다 나은 성적이다. 그리고 유럽연합 평균인 22%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미국의 8.9%에 비해도 크게 나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청년층,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정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청년층은 이제 정부에 등을 돌리기로 작정하였나?     



그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속담, 곧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이 그들의 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포기하지만 아는 사람, 이웃 사람이 벼락부자가 되고 상대적으로 나는 ‘벼락 거지’가 되는 상황에 처하면 배가 더욱 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런 벼락 거지로 내몰리게 된 이유가 꼭 능력 차이만은 아닐 때 그 고통을 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LH공사 직원들의 투기는 그런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망해왔던 청년층에게 문자 그대로 그들의 인내심의 한계에 마지막 한 방울이 되어버렸다. 이미 사회적 기득권층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왔다는 생각으로 불만이 가득한 청년층에게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수치적으로는 실업률이나 자가 보유율에서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아도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경제 지표도 상대적으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형편없이 나빠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청년층의 불만을 대증요법으로 달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심지어 통계적으로 청년층의 여론 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율과는 늘 차이가 있어 왔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삼으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선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한다고 해도 내년 대선은 그리 만만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윤석열의 지지율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면서 이제는 이낙연은 거의 후보군에서 멀어지고 이재명조차도 조사 기관에 따라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모두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분노의 표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한국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하여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심한 나라이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는 전체 부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39%, 미국의 37%보다는 낮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30%이고 영국은 23%, 프랑스도 23%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본의 19%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빈부격차를 한국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다. 그리고 최근의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이러한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 놓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안이하게 부동산 관련 증세로 이를 무마해 보려고 하고 있다. 문제 그대로 언 발에 오줌을 누는 형국이다. 어느 나라든지 빈부 격차는 사회적 혼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최근 군부의 쿠데타로 국정이 극도로 혼란해진 미얀마도 상위 1%가 국가 전체의 부의 26.7%만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재 청년층이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적 혼란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를 너무 안이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년층들은 인생의 봄에 있어야 하지만 그들에게 봄은 너무 멀리 있다. 그들이 봄기운을 느끼도록 하지 않으면 레임덕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이제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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