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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30. 2021

윤석열은 왜 정치발언을 이어가나?

수구 언론의 “별” 만들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하다 물러난 노영민이 MBC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대선 출마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정치 개입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과연 윤석열이 공개적으로 정치 개입을 한 적이 있나? 없다. 모두 수구 언론의 이른바 별 만들기 공작일 뿐이다. 지난번 중앙일보의 윤석열과 김형석의 만남에 관한 보도에 이어 조선일보가 “전화 대화”를 통하여 들은 윤석열의 말을 자기들 멋대로 해석한 기사가 나왔던 것이다.      


3월 29일 자 조선일보의 전화 인터뷰 기사에서 김은정은 윤석열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짜깁기하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다가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며 ‘그런데도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 여권이)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윤석열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매우 친절하게 해석해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시민들께서는 그동안 이 모든 과정을 참고 지켜보셨다’면서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투표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정치라는 건 시민들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묻고, 또 잘못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場)으로 규정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한편으로 투표하지 않으면 현 정권의 부당함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게 윤 전 총장의 시각이라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야권 후보 선거운동을 직접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아직 정계 진출을 선언하지 않은 상황이라 ‘한 사람의 시민일 뿐’임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야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잔가지를 쳐내고 순전히 윤석열의 발언만 읽어보면 상식 수준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것을 가지고 윤석열이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지지한 것으로 단정해 버린다. 이것이 수구 언론의 전형적인 보도 관행임을 알 때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윤석열은 지금까지 자중자애 모드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정치판에 잘 못 뛰어들어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패가망신한 선배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윤석열이 수구 언론의 생태를 잘 알고 있음에도 중앙과 조선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동정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수구 언론들이 친절히 안내해준 현재 윤석열의 움직임은 김형석과 이종찬을 만난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리고 여당에 대해 나아가 대통령에 대하여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이른바 좌파 인사들만을 비난하며 대통령과 그들을 구분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윤석열은 지금까지 야권과 손잡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적이 전혀 없다. 검찰에 30년 가까이 몸을 담아 오면서 정치판의 모든 더러운 모습을 누구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윤석열이 그리 호락호락 야권 정치가들의 술수에 넘어갈 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김종인이 윤석열의 이른바 “별의 시간”을 논하며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김종인은 그때그때 아무한테나 별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11년 전에는 안철수가 별이라고 했고 5년 전에는 박영선이 “큰 별”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는 윤석열이 별이란다. 한국에 무슨 별이 그리 많은지. 군대에서만 보이던 별을 사회에서도 보는 김종인의 혜안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해야 하나?     


정치판에서, 특히 한국과 같이 정권과 정당의 운명이 함께 바뀌는 정치판에서는 생존 자체가 줄 서기에 달려있다. 동아줄인지 썩은 줄인 지 식별하는 혜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김종인의 식견이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정치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이번에 오세훈이 보선 후보로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선거 분위기도 달아오르게 만들어 단번에 이른바 ‘선거의 킹메이커’로 부상한 모습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선거의 여왕’이었던 박근혜의 말로를 보면 선거의 킹이나 퀸이나 별로 자랑스러울 것도 없어 보인다.     


암튼 윤석열이 별이 되든 아니면 변호사가 되어 전관예우를 받든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그를 이용하여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수구 언론이나 정치가들의 속내를 잘 알고 처신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현재 윤석열의 행보를 보면 그들의 속셈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녀 보인다.    

  


일단 서울과 부산의 보선이 끝나면 자신의 언행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 너무나 뻔한 이 시점에서 정중동만 지속하는 그의 모습이 수구 언론들의 조바심을 더욱 끓게 만드는 것을 보면 윤석열의 정치 감각도 보통 단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형준은 물론 오새훈은 윤석열과는 체급이 다르다. 야당에서는 윤석열이 보선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바랐겠지만 언감생심이다. 박형준이 아파트 두 채가 아니라 한 동 전체를 샀어도 그리고 피노키오보다 훨씬 더 긴 코를 가지게 되어도 현재의 부산에서는 무조건 당선된다. 그리고 오세훈을 이기기에는 현재 서울의 상황이 박영선에게 너무 좋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이 나서서 어떻게 해서든 윤석열을 보선에 얽어보려고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할 윤석열이 아니다. 그러면서 수구 언론을 통해 슬쩍슬쩍 자기 의견을 흘리는 모습에서 이미 그의 '노련한' 정치가 다운 면모가 엿보인다. 야권이든 수구 세력이든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윤석열을 결코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 어찌 흘러가든 윤석열은 내년 대선에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이재명과 맞설지 너무 흥미진진하다. 내년 대선은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진검승부가 될 것 같다. 바야흐로 정치의 봄이 한껏 무르익게 될 것이다. 그 전조인가? 올해 꽃들이 유난히 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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