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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26. 2021

보궐 선거의 이슈는 도덕이 아니라 집이다.

여당이 보궐 선거에서 질수밖에없는 이유는?


지난 3월 25일 통계청에서 ‘2020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 가운데 이번 보궐 선거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계 자료가 있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2020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4.8%이다. 10년 전인 2009년의 101.2%에 비하여 3.6%p 상승하였다. 주택 보급률만 놓고 본다면 한국의 주택은 과잉공급이다. 그러나 집값은 오른다. 그래서 주택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은 투기세력 때문에 오른다고 애먼 소리를 늘어놓는다. 중요한 것은 1,000명당 주택 수이다. 2019년 현재 한국의 경우는 411.6호이다.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에서 4위이다. 아직 한국의 주택 수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주택보급율도 수도권만 보면 서울이 96%, 인천이 100.2%, 경기도가 101.5%로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그리고 1,000명당 주택 수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는 374.3호, 인천은 380.5호, 서울은 387.8호이다.     


이런 수치로만 놓고 보아도 수도권에 아직 수백만 채의 집이 부족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을 놓고 볼 때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일부 투기꾼의 농간만으로 집값이 오를 정도로 한국의 경제 규모가 작지 않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아도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의 주택보급률인 약 120%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한국은 약 500만 채의 집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2.4 대책으로 수도권에 83만 채의 집을 짓겠다고 하였는데 태부족이다. 흔히 한국의 주택 시장을 비교하는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1,000명당 주택수가 473호이다. 한국에 비하여 15%나 더 많은 주택이 보급되어 있다. 그런데 이 숫자도 OECD 회원국에서는 15위의 보급률에 불과하다.     


1,000명당 주택수가 500호가 넘고 경제와 사회가 매우 안정된 독일만 해도 최근 5년 동안 지역에 따라 50% 이상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물론 2008년 이후의 세계적 경제 불황과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통화 팽창과 초저금리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여전히 독일조차 양질의 주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어 주택 수요도 감소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도 허구이다. ‘202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인구가 49,554천 명이었다. 10년 후인 2020년에는 51,781천 명이었다. 통계 예측에 따르면 2028년 51,942천 명으로 정점에 이르고 그 후에 줄어들지만 2040년에도 50,855명으로 2010년보다 여전히 130만 명이 더 많다. 게다가 인구는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오히려 늘어난다. 2000년 가구원 수는 3.12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2.69명, 2019년에는 2.39명으로 줄었다. 인구는 느는데 가구원수는 줄어들었으니 당연히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00년에는 3인 이상 가구가 전체의 65.4%나 되었으나 2019년에는 무려 23.5%p나 줄은 41.9%에 머물렀다. 그 반면에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각각 30.2%와 27.8%로 늘어 대세가 되고 있다. 집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2인 가구가 대세라면 소형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더구나 AI와 ICT가 발달될수록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 것이라 집이 단순히 숙소가 아니라 일터이며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혼자 살아도 집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현재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29.2m2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평균인 40m2에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양질의 주택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는 집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2019년 기준 청년들의 자가 거주 비율은 17.2% 밖에 안 된다. 전체 자가 거주 비율인 58%에 비하여 형편없이 모자란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양질의 주택 보급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여당은 오직 40대의 지지만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이 40대, 곧 1970년대 생은 1987년 6.10 항쟁을 비교적 잘 기억하는 세대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60% 이상이 자가 보유자들이다. 다수가 주거 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55세 이상은 그 수치가 70%를 상회한다. 집값이 오르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들에게는 오히려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 더 싫은 일이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한 오세훈은 강남 재건축을 카드로 들고 나오며 취임 한 달  이내에 서울에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치고나오고 있다. 사실 이는 서울시를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게다가 5년 안에 서울에만 신규 주택 36만 호를 공급하겠단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재개발 등을 통해 확보한단다. 게다가 상계동과 목동의 재개발을 반드시 추진한단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서울 시장 단독으로 추친할 수 있는 규모가 절대 아니다. 그래도 무조건 계속 떠들고 다닌다. 서울 유권자의 아킬레스 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계속 오세훈 처가집의 부동산만 물고 늘어진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는 되풀이 말하지만 시대정신(Zeitgeist)을 읽는 사람의 몫이다. 단순히 populism, 곧 대중영합주의를 추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로 드러나는, 곧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 ~1917)이 말한 집단의식(representation collective)으로 드러나는 시대정신을 파악하여 그것에 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이끌 줄 알아야 참 정치인이 된다. 그리고 그 시대정신은 윤리 도덕이 아니다.


여론 조사를 보아도 집에 민감한 20-30대의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선거가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슈의 대전환이 힘들기는 하다. 그러나 여당은 선거에서 가장 편리한 전술인 네거티브 공략이 현재 전혀 먹혀들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라도 주택 문제 해결에 대한 바른 대책을 만들어 홍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보선은 필패이고 더 나아가 내년 대선마저도 매우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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