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Apr 23. 2021

윤석열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원래 4지선다의 정답은 주로 4번이던가?

윤석열의 주가가 절정인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난리이고 그에 관한 책도 벌써 3권이 나왔다. 다 돈 벌자고 하는 수작들이다. 그런데 그런 책들이 잘 팔릴 리가 없다. 윤석열 자신이 쓴 책도 아니고 그와 직접 깊은 면담을 진행한 전문가가 쓴 것도 아니니 영양가가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메뚜기 한철 장사를 할 심산이었으나 정작 메뚜기가 날지 않으니 김 빠진 맥주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뜨거우니 대선까지는 계속 그를 빙자한 장사꾼들이 계속 나타날 모양이다. 사실 그를 이용하여 장사를 할 요량이 아니어도 누구나 그에 대한 관심을 삭히기 힘든 법이니 그에 대한 입방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여전히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돋운다. 원래 밥은 뜸을 오래 들여야 더 맛이 나는 법 아닌가?


그러나 주변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리라. 성질 급한 김종인은 계속 추파를 던지고, 대안이 없는 국민의힘은 찜찜하지만 그의 언행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는 자세이다. 사실 서울 보선 이후 그의 행보가 구체화되리라는 여론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종잡을 수가 없고 주변 사람들만 변죽을 울리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에게는 주변의 소음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있다. 그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거품이 많이 낀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상황이 여전한 것이다. 그가 현재 믿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여론조사인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다. 이재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양자대결의 형세를 굳혀가고는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도가 정치의 판을 뒤엎어야 한다는 의견에 비해서는 3분의 1밖에 안 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실망은 가득하지만 그 불만을 해소해 줄 적임자가 반드시 윤석열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누구든 현재의 문제들, 곧 고삐 풀린 부동산 시장, 청년실업,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합된 빈부격차의 악화를 해결만 한다면 차기 대선은 따논당상이다. 그러나 평생 검찰에만 몸담아 왔고 사람보다는 조직이 먼저라는 사람이 그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도 변혁을 바라지만 그 적임자가 윤석열이라고 여기지는 않는 마음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흠결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 이재명과 윤석열이 여전히 치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윤석열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일단은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오고 윤석열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나오는 방법이 더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하지는 않다. 일단 여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이 이재명을 곱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에 대한 반감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니 윤석열이 여당에 들어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의 경우는 친문 수준의 힘을 발휘하는 계파가 없으니 윤석열에게는 쉬운 선택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야당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사실상 경상도를 든든한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친박의 여운이 남아 있고 친박은 아니어도 경상도 터주대감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비록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5% 미만으로 오합지졸처럼 보여도 홍준표, 김무성, 유승민은 야권에서 여전히 강력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 천하의 윤석열이라고 해도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절대로 윤석열을 꽃가마로 모시고 가는 일은 없는 것이다.


사실 서울 시장 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결코 야당으로 민심이 기울어서가 아니었다.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실정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특히 박근혜를 촛불민심으로 탄핵하고 현 정권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준 현재의 20-40대 이른바 MZ세대가 아무리 현 정부에 불만이 있어도 한번 버린 정권을 또다시 택 할리는 만무한 것이다. 그런 사정을 검찰에서 일하면서 누구보다도 잘 파악했을 윤석열이 경거망동을 하여 지금의 인기를 말 그대로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이 야당으로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김종인의 말 대로 제3지대를 규합하고 세력을 형성하여 여당과 야당의 개혁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최선일까? 그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단 창당을 하려면 조직과 돈이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현재 정당은 고사하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이 자력으로 이를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재명과 다르게 윤석열은 고집이 있을 뿐 추진력은 부족해 보인다. 추진력이라는 것이 본래 자신의 생각을 좌고우면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고 주변에서 내게 바라는 것을 파악하여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는 조직 관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역량이다. 행정이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에게 그런 역량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철저한 상명하복적인 검찰이라는 특별한 조직에서만 살아온 그에게 정치계는 전혀 낯선 생태계이다. 검사로서 비리 정치인들에게 호령하던 입장과 정치인이 되어 그 물 안에서 문자 그대로 ‘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당 안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친북’ 정서는 윤석열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장애이다. 국민의힘의 5선 의원인 서병수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간근혜가 과연 탄핵을 당할 만큼 위법을 저지른 것인지 보통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 이것이 야당의 현실이다. 이런 발언에 대하여 여론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못해 분노하고 있다. 오세훈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20대마저도 이런 발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친박 정서는 야당에 넘치고 있다. 친박 정서와 박근혜 사면 요청의 근거는 국민 통합이다. 그런데 여기서 야당이 말하는 국민은 경상도 유권자들일뿐이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이명박과 박근혜를 용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하는 ‘국민 통합’은 대다수가 경상도인 야당의 지역구 민심 달리기용 선전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로 넘치는 야당을 윤석열 같은 성격의 인물은 결코 견뎌내지 못한다. 더구나 그는 박근혜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이 꼴 저 꼴 보다 보면 속이 뒤틀리는 것이 정치판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지역 연고가 철저한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윤석열의 당선 가능성을 위하여 가장 좋은 선택은 이재명과 힘을 합쳐 신당을 꾸리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극복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고 국민의힘도 별 볼일이 없다. 이럴 때 줏가를 최대한 올리고 흥행몰이를 하는 방법은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몰이는 하는 것이다. 궁합이 맞는 두 사람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식으로 서로를 밀어준다면 둘 중의 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은 따논당상이니 뭘 망설일 것인가?


물론 양당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기존의 정당을 무시하고 새로운 당을 세우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당을 세운다고 해도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 동원이 문제이다. 윤석열의 처가가 재산이 상당하다고는 하지만 정당을 수립하는 것이 개인 기업을 차리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니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치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은 노하우가 필요한 일인데 윤석열은 이재명보다도 이 분야에 경험이 일천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당 창당과 제3지대 규합이 논의되는 것은 아무래도 안철수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늘 보여준 것처럼 윤석열을 밀면서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하는 방법이 또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서울 시장 보선이 보여주는 것처럼 안철수의 협력보다는 MZ세대의 분노가 결정적 작용을 한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안철수의 힘이 얼마나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안철수 카드가 유효한 것은 당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안철수가 국민의당 조직을 그대로 윤석열에게 빌려준다면 창당 작업이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김종인의 지원은 물 건너간 일이 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김종인을 버릴 때 윤석열에게 미칠 영향을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바지사장 노릇만 했지 스스로의 정치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김종인을 중용할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당에 들어가 이재명과 더불어 한 판 붙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친문과의 영원히 풀 수 없는 앙금이 너무 두텁게 쌓여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에 여당의 초선의원들의 조국 발언을 둘러싼 사달에서 드러난 대로 아직 여당의 최대 계파는 친문 세력이기에 그들의 눈 밖에 난 상황에서 여당에서 무엇을 해볼 도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에 들어간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모양새가 되어 친문과의 화해도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차기를 노려볼 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여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윤석열이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버려야 할 것인데 그의 성격으로 볼 때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윤석열에게는 여당에 들어가기도 야당을 택하기도 그렇다고 이재명과 안철수와 더불어 제3지대를 규합하는 일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4지선다 가운데 가장 편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아예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그가 쌓은 이미지와 처가의 재산만으로도 평생 먹고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로 정치판은 가장 썩은 동네이다. 그런 곳에 굳이 들어가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사실상 윤석열에게는 없다. 그리고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욕을 안 먹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겨우 4년의 영화를 누리자고 그 고생을 하는가? 뭐 그래도 기어코 하겠다면 말릴 일은 아니다만...





작가의 이전글 진보논객은 왜 김어준 밖에 안 남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