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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22. 2022

윤석열이 공간에 삶을 지배당하는 국민의 슬픔을 알까?

국민은 청와대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공간이 필요하다.

윤석열이 세종로의 청와대에 한사코 안 들어가고 용산 미군 기지 사이의 국방부 청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공간에 정신을 지배당하기 싫어서라는데... 변명치고는 참으로 가당치 않다.


공간에 정신이 지배당하는 자가 어찌 비명횡사한 수백 명의 원혼이 맴돌고 있는 삼풍백화점 자리에 올라선 고층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가? 스스로 말하는 대로 공간에 지배당하는 심약한 자라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에서 비명횡사한 자는 박정희 한 사람뿐인데 그 독재자의 혼이 삼풍백화점에서 비명에 간 수많은 국민의 원혼보다 더 무섭다는 말인가? 정말로 21세기 ICT와 AI 시대에 가당치 않은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토록 공간에 정신을 지배당하는 자가 근엄한 경비원의 허락 없이는 새벽 배송조차 들어갈 수 없는 구중궁궐 같은 아크로비스타에서는 어찌 그리 잘 버티고 있었는지 문자 그대로 신앙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살고 있는 아크로비스타는 2004년 강남 최고급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진 것이다. 그 터에는 원래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이 있었다. 그 당시 50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으면 93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원인은 부실공사였다. 그런데 이때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 대신에 소금을 20톤 정도 뿌렸다. 소금을 뿌리는 것은 영혼을 몰아내는 의식이다. 귀신을 쫓아내고 그 땅을 정화시키는 행위이다. 원혼을 달래서 저승으로 잘 가기를 바라는 의식은 천도재이다. 그런데 이 당시 땅 주인은 그 천도재 값이 아까워 싼 소금만 뿌려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 그 원혼들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중음신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승을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무속에 따르면 그런 땅에 지어진 집에 살고  있는 자들은 이 중음신이 내는 음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당이나 영이 발달한 자들이 이를 잘 느끼게 된다. 그런데 무당들은 오히려 그런 음지를 더 좋아한다. 귀신과 접신을 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경우 정신과 몸이 이유 없이 아픈 경우가 많다. 귀신이 무당의 몸을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당들은 대부분 건강이 안 좋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김건희가 스스로 영이 발달되었다고 말했고 몸이 아프다고 했다는데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비록 5년짜리지만 이제 엄연히 ‘영부인’이니 말이다.


그런데 무속 관계자의 이론에 따르면 현재 윤석열이 고집하는 국방부 청사가 있는 용산의 군사 기지도 중음신의 음기가 넘치는 곳이다. 청, 일제, 미국의 군 시설이 있던 자리답게 전쟁으로 죽어간 원혼들, 특히 젊은 군인들의 원혼이 떠돌고 그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건희는 비록 무속 신앙의 논리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중음신의 기가 넘치는 곳만 골라서 가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이른바 기가 센 자리에는 국방부나 군사기지 같은 화기가 넘치는 건물이 서서 그 기를 제압하는 것이 무속 논리적으로 타당한 법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공간에 쉽게 지배당하는 정신은 가진 자가 있으면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청와대가 구중궁궐 같아서, 국민과 소통이 불가능해서 청와대에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다고 떼를 쓴다, 그런 정신이라면 먼저 작은 구중궁궐인 아크로비스타를 당장 개방하여 국민에게 넘겨주기 바란다. 특히 진짜로 공간에 삶을 지배당하는 이들에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신만이 아니라 몸도 공간에 지배당하는 이들이 수 없이 많다. 빈민촌의 쪽방, 1평 남짓 고시원, 도시 변두리의 비닐하우스에서 오늘도 추위를 견디며 버티는 수많은 민초들이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있는 이들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의 40%가 집이 없고, 설사 집이 있어도 매우 열악한 규모의 집에서 사는 이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야 말로 문자 그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통을 삶의 의지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슬픈 이들이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인 이유에는 이런 주거 환경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앞에서 말한 대로 국민의 40%는 집이 없어 2년마다 철새처럼 이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주거공간의 넓이는 아크로비스타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간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법이 정한 한국의 최소 주거 면적은 1인 14㎡, 2인 가족 26㎡, 4인 가족 43㎡이다. 그러나 이는 턱 없이 좁은 것이라서 건축학계는 적정 주거 면전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66㎡이다. 20평 남짓 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마저도 작은 것이다. 4인 가족이 20평 정도의 집에서 복닥거리며 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 없다. 기준이 현실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29.7㎡였다. 여기에는 기숙사나 요양원과 같은 집단 거주 시설은 제외되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4인 가구의 평균 면적은 120㎡, 곧 36평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 평형은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른바 중형 아파트의 넓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중대형 아파트, 곧 85㎡초과 135㎡이하 규모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은 16억 원, 수도권은 8억 5천만 원, 지방은 3억 8천만 원이다. 그보다 작은 이른바 국민주택 규모에 해당하는 중소형 아파트, 곧 60㎡초과 85㎡이하 규모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서울은 15억 원, 수도권은 7억 7천만 원, 지방은 3억 4천만 원이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 한 달 평균 임금이 320만 원이다. 3~4인 가족이 ‘인간답게 살만한 집’을 서울에서 장만하고자 한다면 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41년 동안 모아야 한다. 정년퇴직하고도 근로 기간만큼 더 모아야 한다는 소리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지방에서 구매하려면 9년이 걸린다. 맞벌이 부부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10년 정도 꼬박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이 0.73%p 차이의 당선이라는 신공을 보인 결정적 이유는 국민의 분노다. 그리고 그 분노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이런 집 문제이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윤석열은 지금까지 청와대는 죽어도 안 들어간다고 떼쓰는 모습 이외에 제대로 보여준 국정 운영 청사진이 없다. 그런데도 윤핵관들은 물론 그 존재감조차 사라진 이준석마저 아부성 발언만 남발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의 구중궁궐은 청와대와 같은 가시적인 건물이 아니라 간신배들이 만들어 놓은 더 높고 복잡한 미로를 말한다. 인의 장벽은 물리적 건물보다 더 무섭다. 보이는 건물은 부수기가 쉽지만 간신들이 쌓은 보이지 않는 장벽은 부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의 장벽으로 이승만은 쫓겨났고, 박정희는 급사했고, 박근혜는 탄핵당했다. 윤석열은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집 문제’로 투정을 부리는 일을 당장 멈추고 역사에서 배울 줄 알기 바란다. 정작 현재 시급한 것은 국정을 운영할 집의 터가 아니라 분노한 국민들의 집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보다 더 복잡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어딜 간들 그 정신을 차릴지 참으로 암울한 일이다.


점술을 공부한 사람들의 용어로 기미라는 것이 있다.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큰 소란이 일어나면 반드시 앞으로 올 더 큰 재앙을 미리 예고하는 징표가 되는 것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후 2년 만인 1997년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도산하는 IMF 사태가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만에 박근혜가 헌정사 처음으로 탄핵되었다. 현재의 국방부 청사를 둘러싼 사달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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