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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17. 2022

49재, 그리고 윤석열의 떡과 술잔

I will remember you all

  오늘은 이태원 사태 때 숨진 젊은 영혼들의 평안을 바라는 49재가 열린 날이다. 이날 윤석열 김건희 커플은 ‘아크로비스타’ 주민과 작별식을 하며 떡을 돌렸다. 그리고는 안국역 근처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참석해 ‘방짜유기 둥근 술잔’을 사면서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웃으며 농담했단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두 사람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잡혔다. 그런데 그 가사를 스크롤해 내려보니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사진도 보인다. 희생자 가족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새겨진 글씨가 낯설지 않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참조: https://v.daum.net/v/YlMiyzujOb)  

   

원래 49재는 대승 불교의 예식으로 죽은 이를 기억하기 위하여 7일마다 일곱 차례 지내는 예식을 말한다. 불교의 전설에 따르면 죽은 이는 49일 동안 저승에 머물다가 49일째 되는 날 모든 심판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소승 불교, 곧 상좌부 불교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다. 소승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자마자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49재는 다시 천도재에 포섭되는 개념이 된다. 죽은 이의 영혼이 비록 이 세상에서 힘들게 살다 갔어도 저승에서만이라도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재이다. 이날에는 금지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여기에는 음주가무, 행사 참여, 여행 등이 포함된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오늘 저녁 술을 마셨을지는 국가 안보에 해당하는 매우 엄중한 사항이니 알 길은 없다. 그런데 오늘 이 두 사람은 술잔을 사고 잔치와 다름없는 행사에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뭐 대한민국은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니 윤석열 김건희도 자유롭게 살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한 세상 사는 것 즐겨 보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일부 언론과 야당은 윤석열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성명에서 "잠시라도 참석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말했다.(참조: https://v.daum.net/v/20221217132822943) 다른 말로 인간의 ‘도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그 도리는 윤리도덕에 해당되는 것이다. 윤석열이 오늘 한 행동은 그 윤리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법의 잣대로 볼 때 한치도 어긋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가 윤석열을 탓하겠는가? 그저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랄 뿐이지.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참 어쩔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왜 이 모양이 되었냐고 한탄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때가 좋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TK를 중심으로 한 ‘개돼지’를 욕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너무 아프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 나라는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단일한 배달의 민족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보면 모두 남이다. 북한이 남인 것은 진작 정해진 일이고, 호남과 영남이 서로 남이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남이고, 꼰대와 MZ가 서로 남이고, 부자와 빈자가 남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나라의 지도자와 그 국민이 서로 남이다. 어쩌다가 배달의 민족이 이렇게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지게 되었을까?     


아니 원래 모래알 같은 사람들이 어찌어찌 억지로 모여 살고 있었을 뿐인데 가족과 친족 같은 단일 민족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온 것인가? 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단일 민족 국가였다가 외세의 힘으로 억지로 남북으로 갈려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인가? 남북만이 아니라 동서로 갈려 과거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가 억지로 한 나라인 척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사실은 서로 남이었다는 사실을 coming out 하는 세상이 된 것인가?    

 

갑자기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 떠오른다.(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9dOCUL4AMk)      


햇빛 쏟는 거리에선 그대 그대

고독을 느껴보았나 그대 그대

우리는 너나 없는 이방인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햇빛 쏟는 하늘 보며 웃자 웃자

외로움 떨쳐버리고 웃자 웃자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종소리 바람소리 고이고이 잠들던 날

먼 하늘에 저 태양이 웃는다

햇빛 쏟는 거리에선 그대 그대

고독을 느껴보았나 그대 그대

우리는 너나 없는 나그네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그렇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을 잠깐 다녀가는 이방인이다. 그리고 누구도 대신 죽어주지 못하는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외로운 존재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아니 사랑은 고사하고 단군 할아버지를 공통 조상으로 하는 한 민족인데 왜 일본과 미국은 사랑하면서 막상 같은 한국 사람에게는 무심하고 이토록 서로 증오할까? 도대체 왜 그럴까?     


여기서 갑자기 또 노래 한 곡이 떠오른다. 영화 <Coco>의 주제가 <Remember Me>다.(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h-w3BAUQhA)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Remember me, don't let it make you cry
 For even if I'm far away, I hold you in my heart
 I sing a secret song to you each night we are apart
 Remember me, though I have to travel far
 Remember me each time you hear a sad guitar
 Know that I'm with you the only way that I can be
 Until you're in my arms again, remember me     


모든 인간은 신의 모습(imago dei)으로 창조된 영혼이 담긴 소중한 존재다. 그 영혼이 구천을 헤매지 않기를 신에게 기원해 본다. 특히 오늘 이태원 참사로 불귀의 객이 되어 이제는 중음계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해본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이 세상의 쾌락을 즐기느라 그들의 영혼을 돌아볼 시간이 없는 모양이니 나만이라도 돌아보겠다. 그리고 모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I will remember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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