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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08. 2022

윤석열의 ‘약한 고리’가 김건희라고?

오히려 김건희는 윤석열의 가장 강한 고리다.

진중권이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서 “(김건희에 대한 공격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약한 고리”라며 “여성을 공격해서 이미지를 실추하면 더 큰 타격을 본다. 그런 전략이 깔려있다”라고 말했단다. (참조: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788406632526376&mediaCodeNo=0)

    

요즘 이유를 불문하고 김건희가 집중타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든 저잣거리의 술 안줏감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초딩 아이들의 입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 김건희 ‘비난가’는 마치 후일 백제 무왕이 된 서동이 아이들을 시켜 거리의 유행가로 만들어 버린 ‘서동요’를 연상시킨다. 그 당시 서동은 아이들에게 뇌물을 주어 노래를 퍼뜨렸다는데 김건희 ‘비난가’에는 그런 ‘음모’가 굳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를 얻을 일도 없을 터이니 말이다.   

  

진중권이 말한 ‘약한 고리’는 사실 과거 러시아 혁명에서 ‘빨갱이’들인 볼셰비키, 특히 레닌이 사용한 용어다. 진중권이 한 때나마 ‘진보의 입’을 자처한 시절이 있기에 ‘빨갱이’ 사전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서 공산주의 혁명의 전 단계로 브르주아 혁명의 발생은 역사적 필연이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제국주의가 출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레닌이 생각하기에 러시아에서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상황에서 분명히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이 존재했다. 이 계급이야 말로 러시아 제국이라는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였다. 그리고 일단 소비에트 혁명이 성공한 후 세계의 공산화를 도모하였다. 서양의 제국주의적 수탈의 희생자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식민지가 그 주요 무대였다. 그러나 소련이 또 다른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 자본주의와 다름없는 산업화를 추구하고 위성국가를 건설하면서 마르크스가 추구한 공산주의의 완성을 위한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은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공산주의, 곧 빨갱이 국가가 실질적으로 소멸한 오늘날 약한 고리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일반적으로 강한 고리, 곧 가족, 친구, 측근이 정보의 획득과 확산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오늘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획득하고 확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약한 고리는 결국 가장 강한 유대를 맺고 있는 아내, 친구, 측근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윤석열이 무너지는 데는 민중의 촛불이나 국회의 탄핵이 아니라 김건희, 한동훈, 윤핵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강한 관계를 맺는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는 매우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것이며 궁극적으로 편향된 것이기에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는 데 오히려 방해된다. 고전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폭군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그의 최측근에 모인 간신배들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강한 유대 관계를 맺은 이들이 사실 독재자가 무너지는 데 가장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이 모순적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히틀러는 괴벨스의 선전선동술에 독일 민중과 마찬가지로 넘어가 버려 결국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는 최측근인 김재규가 쏜 총알 두 방에 황망하게 황천길을 떠나게 되었다. 가장 믿은 자에게 가장 쉽게 배신을 당하는 것 인간의 운명, 특히 독재자의 운명이다. 독재자는 흔히 자신의 권력에 누수가 올 것을 두려워하여 가장 충성심이 강한 자를 신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충성스러운 측근은 함께한 시간, 정서적 유대, 친밀감, 이익 공동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윤석열에게 김건희는 이 네 가지 척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한동훈도 마찬가지이다. 윤핵관은 마지막 이익 공동체의 잣대로 측근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든 내쳐질 운명에 놓여 있기도 하다.      


결국 윤석열의 가장 약한 고리는 진중권이 말한 대로 김건희다. 그러나 그의 분석은 틀렸다. 김건희가 민중이 공격하기 쉬운 먹잇감이기에 그가 약한 고리가 아닌 것이다. 김건희 자체가 윤석열의 가장 강한 고리이기에 그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해 줄 위치에 있고, 바로 그러한 이유로 가장 약한 고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개인적 친밀 관계가 사회적 관계의 네트워크 안에 놓이게 될 때 정확한 정보의 획득과 확산에 가장 약한 고리의 역할을 하기에 윤석열의 몰락의 제일 원인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


오늘 뉴스에 보니 김건희를 싫어하는 집단에서 김건희의 이른바 ‘쓰레빠’와 ‘꼰 다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을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비판하고 나섰다. 그래서 관련 사진을 보니 조선일보가 말한 대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는 사달이었다.(참조: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12/07/DLDPHZKGWZBYXOS6EUDVVVYZJA/) 김건희가 치를 떨고 안 들어가려던 청와대의 상춘재에서는 쓰레빠를 끌고 다니는 것이 관행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최고 권력자 앞에서 단지 윤석열의 아내일 뿐 아무런 공직이 없는 김건희가 편한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꼰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도 정작 나라를 대표하는 윤석열은 사선에 약간 삐딱한 자리에 앉아 있고 김건희가 베트남 수반을 정면으로 대하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보면서 강한 고리가 김건희라는 사실을 천하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읽을 수 있겠다. 대통령실에서 내보내는 김건희 사진의 모토는 오로지 하나다. 김건희가 '주인공'임을 밝히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강한 고리가 바로 가장 약한 고리가 된다는 것을 김건희 윤석열 커플은 정말로 모르나 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내년에 벌어질 사달이 이미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다. 가장 강한 고리가 가장 약한 고리로 변하는 사달 말이다. 그래서인가? 건희 사랑 페 쥔장을 하다가 쫓겨난 강신업이 한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을 제2의 박정희, 이승만으로 만들겠다. ... (윤 대통령이) 제 말은 듣는다.”    

 

지난 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강신업이 한 말이다. 융(C,G, Jung)이 말한 동시성의 이론이 맞아떨어지려나 보다. 어디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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