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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7. 2023

독일의 가스 요금이 폭등했다고?

결국 안방 권력 투쟁이 한국을 잡아먹는다.

가스 요금 폭등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세운 변명은 유럽 국가 전체가 가스값을 엄청 올린 데 비하여 한국의 경우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워낙 거짓말에 달인이 된 자들이 모인 집단이라 처음부터 신뢰가 안 갔다. 그래서 내가 잘 아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가스와 전기 요금 추세를 살펴보았다. 할 일도 많은데 왜 내가 일일이 자료를 찾아 이런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유럽, 특히 독일에서 가스값이 폭등한 주요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러시아가 독일에 공급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그동안 독일은 에너지 특히 가스를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다시피 하였다. 그래서 보수 기민당의 메르켈 정부 시절에 이른바 Nord Stream 1에 더하여 Nord Stream 2까지 증설하던 차였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와 미국이 패권을 놓고 우크라이나 땅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독일이 비상시국에 처한 것이다. <한국은행>조차도 2022년 5월에 발행한 보고서에서 독일의 에너지 문제 해결이 난망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독일은 보란 듯이 이 위기를 극복해 내고 있다. 일단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녹색당, 민당 연합 정부는 2022년 12월 가스 요금 대납 제도를 실시하였다. 정부가 국민의 12월 치 가스 요금을 대신 내주고, 2023년 3월부터 전기 가스 요금 상한제를 실시한 것이다. 사실 정부가 당장 가스 요금 상한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기업 측에서 반발하여 타협책으로 대납하고 3월부터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인 90억 유로, 13조 원은 세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또한 교통비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49유로 티켓, 곧 7만 원 정도만 내면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하였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2조 원씩 분담한다. 이는 2022년에 이미 실시한 9유로 티켓 정책이 대성공을 거둔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경제를 보호하는 조치를 현명하게 취한 결과 독일 많은 이른바 ‘전문가’들이 예언한 경제 파국을 비켜갔다. 오히려 2022년 독일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2023년 1월 기준으로 독일 가정에서 1년에 5,000kwh, 한 달에 412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1년에 약 1,800유로, 약 240만 원의 요금을 지불한다. 한 달에 20만 원 정도다. 가스요금은 어떤가? 2023년 1월 기준으로 1kwh에 11.8센트, 150원 정도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 11월 수준에 머무는 가격이다. 어떻게 하였길래 2022년 가을 일시적으로 폭등했던 가스 가격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나? 독일 사민당 연정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명한 대처를 했기 때문이다.    

 

먼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차단하자마자 가스 수입선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국민이 겨울에 사용할 가스를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확충하였다. 이를 위해 LNG 터미널도 건설하였다. Wilhelmshaven에 건설한 첫 번째 LNG터미널은 1월 중순에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서 Lubmin과 Brunsbüttel의 LNG 터미널도 가동에 들어갔다. 위기가 닥치자마자 정부가 나서서 가스 공급 확충 정책을 반년도 안 되어 실시한 것이다. 독일에서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느리게 돌아간다. 특히 관공서는 거의 달팽이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 독일이 위기가 닥치면 이런다. 이것이 독일의 저력이다. 운석열 정권처럼 문재인 정부 타령이나 하지 않는다. 나는 사민당의 숄츠 총리가 전임 총리인 메르켈에 대한 단 한마디도 부정적인 말을 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무용지물이 된 Nord Stream 2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메르켈이었는데도 말이다. 한국 같았으면 세금을 낭비하고 러시아의 음모에 놀아났다고 정부가 ‘빨갱이’ 타령을 하고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수구 언론의 기레기들은 변죽을 울리고 영남과 강남의 ‘개돼지들’은 그 장단에 춤추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다시 가스와 전기 요금으로 돌아가보자. 정부만 잘한 것이 아니다. 독일 국민은 서로 ‘네 탓이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에너지 위기가 오자 독일 전통의 근검절약 정신을 충분히 발휘하였다. 난방 온도를 낮추고 쓸데없는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였다. 물론 유럽의 겨울 날씨가 온화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기민하게 대책을 마련할 것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왔다.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로 유럽 최강 국가인 독일을 괴롭히려던 작전은 실패했다. 러시아의 속내는 뻔한 것이었다. 미국이 유럽 대륙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NATO의 핵심 국가인 독일을 흔들어서 NATO를 붕괴시켜 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2023년 1월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더 공고한 단합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의 음모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자원과 무기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인 러시아의 힘을 경계하던 유럽이 이제 경계심을 서서히 풀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가 과거 개항기 중국과 마찬가지로 ‘종이호랑이’였다는 평가도 나오는 판이다. 그래서인가? 독일은 세계 최강의 Leopard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그동안 전 세계가 독일에 레오파르트2 탱크를 보내야 한다고 문자 그대로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매우 현명하게도 미국도 동일 수준을 탱크를 보내야 한다고 물고 늘어지는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독일이 14대의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보내기로 한 데 비하여 미국은 M1 Abrams 31대를 보내기로 하였다. 미국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니 독일보다 적은 숫자를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독일은 세계 3대 무역 국가이다. 자원, 특히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여 철저히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특히 독일의 가스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그동안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그래서 외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러나 숄츠 총리 정부는 위기 발생 6개월 만에 상황을 정리해 버렸다. 이것이 현명한 국가 지도자와 정치가, 그리고 국민이 있는 나라의 모습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마치 망나니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 칼끝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을 바라보면 조선 말기의 모습이 그대로 떠오른다. 주변 강국이 조선을 삼키려고 기세등등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가 시아버지 대원군과 며느리 민 씨 패거리로 갈라져 안방 권력 싸움에만 골몰하던 그 모습 말이다. 중국과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의 패권 전쟁이 오기도 전에 IMF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와도 권력 투쟁만 일삼는 정치가들을 보면 절망만 하게 된다. 그저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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