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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08. 2024

트럼프가 한반도의 구세주가 될까?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 결국 다 죽는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북한은 공산주의 독재로 정치적 안정을 이룬 것에 비해 남한은 좌우 대립이 극한에 이르러 양 진영이 서로를 몰살시킬 기세로 분열되어 있었다. 박헌영의 좌익, 김구의 민족주의, 이승만의 해외파가 갈려서 서로 권력 싸움을 벌였다.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때 김규식이 나서서 좌·우파의 화해를 도모했으나 실패하고 장덕구 암살로 그나마 한 편이었던 김구와 이승만은 원수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김구마저 암살당하고 세력을 확장한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좌익 몰살 작전에 심혈을 기울여 박헌영의 남로당은 박정희가 관련된 여수·순천반란 사건 이후 지하로 숨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미국은 사실상 한반도를 포기하는 전략을 추진하여 1949년 남한 지역을 점령했던 마군을 철수하고 고문단 500명만 남겼다. 그 유명한 애치슨 라인이 그어져서 한반도가 미국의 방위선 밖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소련과 제3차 대전이 일어나도 패전국인 일본의 섬을 방위선으로 삼아 막강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동원하고 해 볼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이승만을 불신하여 남한의 군사력을 키울 생각을 전혀 안 했다. 아무런 군사력이 없던 이승만이 틈만 나면 ‘북진통일론’을 내세우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승만에게 군사력을 주면 이승만이 미국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전쟁을 벌일 것으로 판단한 미국은 남한의 군대 증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승만이 아무 힘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북한을 선제공격하여 통일하겠다는 헛소리를 한 것이 북한의 김일성에게 침략의 명분을 준 측면도 분명히 있다. 권력자의 헛소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다름 아닌 이승만이 잘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남로당의 우두머리였던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일단 남한으로 쳐들어오기만 하면 이른바 ‘바닥 빨갱이’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여 적화 통일이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한 정보 당국도 이미 1949년에 북한이 남한을 침략할 것이라는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서까지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에도 들어갔지만 북침 운운하는 남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은 미국은 오히려 남한의 전차, 전투기를 모두 압수하고 곡사포, 대전차포의 90%를 압수했다. 모두 이승만과 국방장관 신성모의 입방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1950년 5월 30일에 치러진 총선에서 이승만의 여당은 참패하여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이승만의 정치생명이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야당이 지배하는 제2대 국회가 출범한 것은 1950년 6월 19일로 한국전쟁 발발 6일 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만은 전방부대 지휘관 대부분을 교체하고 부대 위치도 변경하고 그나마 보유한 중화기와 차량의 60%를 후방으로 이송했다. 전선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이승만이 국가 안보를 위해 형세 판단을 정확히 하는 지도자였다면 이런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한 정보 당국의 보고서를 비고 올바른 형세 판단을 했다면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승만이 그런 ‘미친 짓’을 했다. 그래서 북한군은 서울을 3일 만에 점령하고 낙동강 전선이 형성되기까지 북한은 파죽지세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국가 지도자의 정확한 형세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승만이 타산지석으로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제 남북한은 다시 전쟁 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데 서슴지 않고 있다. 늘 한민족을 강조하며 통일을 국시로 내세우던 북한마저 남한을 주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남조선으로 부르면 한민족의 의미를 부여하던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딴 나라’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늘 해왔듯이 서해 5도 지역에서 군사력 시위 모드에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남한도 과거와는 달리 9.19 합의를 파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대응 포 사격을 감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이 한국전쟁 전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온다. 다만 그때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기는 하다. 무엇보다 주한 미군이 평균 25,000명 정도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의 군사력은 현재 세계 6위로 세계 34위인 북한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전쟁이 난다면 남한이 북한을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에 핵무기가 있고 미사일 성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한반도 지형의 특성과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쉽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 뻔하다. 결국 우크라이나나 팔레스티나가 보여주는 대로 재래 군사 무기를 사용한 전투가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 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많은 군사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쉽게 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에 잘 버텨주었고 서방의 군사 지원으로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장기전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양측의 피해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고 모두 추측이지만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GDP의 몇 배가 되는 자원을 전쟁이 쏟아부은 상황으로 서방의 지원이 없으면 패전만이 아니라 파국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군부의 부패와 정치적 무능이 드러나면서 서방의 지원도 주춤해지고 있어 젤렌스키는 더욱 사면초가에 처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결국 당하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국민뿐이다.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문가의 추측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난민은 1,500만 명 정도 발생하였고 그중에 수백만 명은 유럽으로 피신하여 유럽 전체의 골칫거리로 전락하였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많은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손쉽게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스라엘 정규군은 65만 명이고 팔레스타인 정규군은 3만 명에 불과하여 문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 팔레스타인이 잘 버티고 있고 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하였다. 이스라엘은 엄청난 화력을 동원하여 팔레스타인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현재 이스라엘의 1년 치 GDP를 이미 전비로 다 써버려 재정 위기가 이스라엘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 더 길어지면 이스라엘은 경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어차피 게릴라전에 능한 팔레스타인 전사들은 휴전 이후에도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을 공격 목표로 삼으면서 계속 괴롭힐 것이 뻔한 일이다.     


전쟁은 일어나기가 어렵지만 일단 한 번 일어나면 전쟁 당사국에 모두 피해를 입히게 된다. 특히 한반도와 같이 좁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은 남북한 양측에 동시다발적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런데 이제 남북한이 모두 서로를 주적이라고 지칭하면서 한 판 붙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단독으로 붙으면 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최장 3개월을 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이 미·일의 지원을 받고 북한이 중·러의 지원을 받는 대리전 양상이 전개된다면 지난 한국전쟁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미·일이 남한에 전쟁 무기를 지원하고 그 화력으로 남한은 버티게 될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로 전쟁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그 포탄과 총탄으로 상처를 입는 것은 한반도와 남북한 국민일 뿐이다. 이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군수업자가 될 것이고.     


너무나 뻔한 전쟁 시나리오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 일단 일어나면 남북한이 다 죽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전쟁을 회피해야 하는 데 미국의 민주당 소속 대통령 바이든은 얼마든지 한반도 전쟁이 발생해도 좋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어도 말리지 않을 기세다. 그런데 내년 미국 대선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트럼프는 지난번 임기 때 보여준 태도를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과는 무역 경쟁에만 몰두하고 북한의 김정은과 딜을 하여 동아시아에서 안보 차원의 안정을 가져올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가져올 길은 남북한 당사자가 아니라 늘 역사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강대국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현재 추세로는 트럼프의 승리가 거의 확실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의 실정에 다름 아닌 미국 국민이 진절머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정계의 기득권층과 언론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그가 이른바 ‘정통’ 정치가가 아니라서 워싱턴의 문법에 어긋나는 독자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계도 언론도 길들일 수 없는 야생마 같은 인물이 바로 트럼프다. 그래서 특히 방산업체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상호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민주당의 거물들과 언론 거물들이 중심이 되어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 나오지 못하도록 법에 따른 투쟁과 더불어 언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사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현재 미국 국민의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무운을 적어도 지금은 안심하고 빌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미국 정계의 기득권층과 언론의 공격을 잘 이겨내고 다음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여 평화 무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강대국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매우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 그러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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