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어브라텐(Sauerbraten)은 사실 독일 모든 지역에서 먹는 가장 흔한 독일 음식이다. 그러나 조리법과 곁들여 먹는 것에 따라 지방색이 드러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라인란트 지방의 사우어브라텐이다.
라인란트 지방식 사우어브라텐
라인란트는 라인 강 중하류 지역에 걸쳐있는 영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쾰른, 마인츠, 트리어, 아헨과 같은 주요 도시를 다 포괄한다. 라인 강 근처 지역으로 프랑스와 접경을 이루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많은 전란이 있던 지역이다. 현재는 알자스-로렌 지역만 빼고는 대부분 독일에 속하고 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되는 지역도 바로 여기이다. 그 소설에서는 마치 독일이 프랑스 영토를 강제적으로 빼앗은 듯이 묘사되지만 역사적으로는 30년전쟁을 마무리한 1648년의 베스트팔렌조약으로 프랑스가 비로소 알자스와 로렌 지역을 얻어간 것이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유럽을 지배하면서 아예 라인 강 동부지역까지 일종의 연방국으로 만들어 프랑스 세력 아래 놓았다.
그러나 1814년부터 1년에 걸쳐 열린 빈 회의의 결정으로 라인란트 지역은 알자스-로렌만 빼고 다시 프러시아 왕국으로 반환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프러시아 왕국은 1871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알자스-로렌 지역까지 자국의 영토에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린 베르사유 조약으로 다시 알자스-로렌 지역만 프랑스로 넘어갔다. 그러다가 제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이 지역의 주인이 다시 바뀌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라인 강 주변 지역의 라인란트는 계속 독일 문화권에 머물렀기에 독일 문화의 유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라인란트 지역의 중심지 쾰른의 석양 경지
라인란트의 자랑할 만한 음식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소개하는 라인란트식 사우어브라텐이다. 사우어브라텐은 새콤하다는 의미의 ‘사우어’(Sauer)와 굽다는 의미의 브라텐(braten)의 합성어이다. 그 말대로 식초나 포도주와 양파, 당근, 월계수, 정향(丁香), 후추 등의 조미료에 소고기를 며칠간 재어 둔 다음 구워서 소스와 감자 등을 곁들여 먹는다. 사우어브라텐은 워낙 독일 전역에서 인기가 있은 음식이라서 라인란트 말고도 슈바벤, 프랑켄, 작센 등에서도 고유한 조리법이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주재료는 소고기 말고도 말고기고 사용된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토끼고기도 이용한다. 그러나 역시 소고기로 만드는 것이 제 맛이 난다.
그런데 라인란트의 사우어브라텐은 원래 말고기를 사용하였다. 나이 들어 더 이상 활용가치가 없는 늙은 말의 고기는 매우 질겨서 바로 먹을 수가 없기에 식초를 사용하여 연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말고기 사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요즈음은 대부분 소고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고기를 사용하더라도 원래 말고기를 사용할 때 낸 새콤달콤한 맛은 그대로이다. 독일 사람들은 새콤달콤한(süßsauer) 맛을 은근히 즐긴다. 물론 한국의 중국집에서 맛보는 탕수육에서 나는 ‘새콤달콤’과는 약간 다르지만 마말이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한 대로 독일 요리에서 ‘질긴’ 것이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 부드럽다. 여기에 대부분의 경우 ‘찰진 감자 덩어리’(Kartoffelklöße)를 곁들인다. 그리고 고기 위에 짭짤한 소스를 부어 먹는다. 취향에 따라 사과소스(Apfelmus)로 단맛을 더하기도 한다. 소고기 대신에 돼지의 넓적다리나 어깨 부분의 고기를 사용한 요리를 펩세(Pepse)로 부른다.
찰진 감자 맛의 크뇌델
바덴 지역의 고유한 사우어브라텐은 라인란트 지역에 비하여 더 달다. 대부분 사탕무 시럽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은 새콤달콤도 좋아하지만 달콤한 것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후식으로 초콜릿과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매우 즐겨 먹는다. 만약 매우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소량의 달콤한 독주를 마시기도 한다. 작센지역의 사우어브라텐은 또 다른 향취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소고기 요리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롯콜과 함께 먹는 작센 지방식 사우어브라텐
사우어브라텐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일단 소스를 만들어 고기를 오래 담가 두는 과정이 복잡하고 감자 덩어리 만드는 것에도 요령이 좀 필요하다. 한국에서 만들다 보면 독일 본토의 맛이 잘 안 난다. 아무래도 조미료를 완비하기가 어렵고 고기도 달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사우어브라텐은 독일에 직접 가서 먹는 것이 좋다. 그거 하나 먹자고 가기에는 그러니 출장이나 유학을 가는 경우에 시도해 보자.
그래도 굳이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하여 조리법을 소개해 본다.
먼저 소고기를 숙성시키는 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다진 양파, 당근, 마늘, 셀러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후추, 소금, 설탕 그리고 월계수, 두향, 정향과 같은 향료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포도주와 포도주 식초를 섞는다. 이렇게 준비한 소스에 재운 고기 덩어리를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보관한다.
일주일 뒤에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키친타올로 닦아 물기를 없앤 다음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굽는다. 이때 양파도 썰어 넣어 같이 굽는다. 적당히 굽고 나서 고기를 잰 소스를 프라이팬에 자작하게 넣고 꿀을 첨가한다. 그러고 나서는 2시간 정도 졸인다. 그 과정에서 30분마다 고기를 뒤집어야 한다. 다 익은 고기를 꺼내고 남은 소스에 다시 꿀빵을 넣고 빵이 다 녹을 때까지 잘 젓는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건포도를 넣는다. 요리된 고기 덩어리를 적당한 두께로 잘라 접시에 올린다.
다음으로 찰진 감자 덩어리 만드는 방법이다. 감자를 삶아서 껍질을 벗긴 다음 오븐에 잠깐 굽는다. 이는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감자가 팍팍해져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감자를 충분히 으깨야한다. 으깬 감자에 계란 노른자와 감자 전분과 버터를 차례로 섞어 잘 반죽한다. 반죽이 매끄럽게 되고 나면 적당한 크기의 공 모양을 만든다. 한 사람당 2개 정도의 분량을 준비하여 소금 간이 된 끓는 물에 넣고 15분 정도 삶는다. 참고로 이 감자 덩어리는 너무 찰지면 안 된다. 독일 사람들은 쫄깃한 음식을 먹을 줄 모른다. 한국의 떡을 나누어 준 적이 있는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삼키는 시점을 찾을 길이 없어서 마냥 씹고만 있었다. 독일 사람이 생각하는 찰진 것과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쫄깃한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다시 감자 덩어리로 돌아가 적당히 익고 나면 채로 건져서 말린다. 적당히 식으면 사우어브라텐과 함께 접시에 올려 먹으면 된다. 감자만 먹어서 심심한 경우에는 가게에서 흔히 파는 미리 조리된 달달한 붉은 양배추를 곁들여도 좋다. bon appe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