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강’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보여 주었다.
민주당의 200석은 이제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 국민의힘이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과반수 운운하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조국이 조국혁신당을 만들어 ‘검찰 독재 종식’을 구호로 인기몰이하고 있고 이낙연과 이준석도 어떻게 해서든지 한 자리 차지하려고 몸이 달아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염원하는 151석을 이제는 민주당 단독으로는 넘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최대한 긁어모아 봐야 120석 정도가 한계다. 비록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망성은 이제 거의 없다는 선전을 찌라시들이 요란하게 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리스크’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다만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탄핵 정국을 혐오하기에 굳이 200석을 넘기려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기에 ‘김건희 리스크’는 일종의 꽃놀이 패로만 이용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00 초반의 의석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이른바 제삼지대가 가져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연히 그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보인다. 다만 신생 정당으로 조직과 돈이 없는 관계로 비례대표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전라도에서 지역구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불확실하지만, 살아남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준석은 매우 애매한 포지션이라서 건질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대남의 팬덤에 기대를 거는 모양인데 현재 그 존재감조차 사라져 버린 마당에 지역구는 고사하고 비례대표를 얻는 일도 무척 힘들 것이다. 정의당의 후신인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3%의 득표율을 넘기지 못해서 비례대표 한 석 건지기도 힘들 것이다. 결국 최대 50~60석의 자투리 지분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얼마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차기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가 거둔 38석 정도가 조국혁신당의 일차이자 최대의 목표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기득권 세력이 광주 전라도 지역구를 거의 싹쓸이한 덕분에 그런 성과가 나왔다. 나머지 지역 가운데 서울에서만 간신히 2석을 건졌다. 조국혁신당이 국민의당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는 전라도를 휩쓸어야 하는 데 현재 이낙연이 버티고 있으니, 가망이 없는 노릇이다. 결국 조국혁신당은 지역구에서 10%대의 득표율로 선전하고 비례대표에서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2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20~30석을 확보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독식하는 정국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결코 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1.6%, 비례대표에서 7.23%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이 표가 대부분 분산되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으로 갈 것이 뻔하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분당을 각오하고 추진한 당내 세력 장악이 성공을 거두면서 반대 세력의 결집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하겠지만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지난 총선의 70석 정도에서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얻는 일은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거둔 결과는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 실정,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로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면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패하고 문재인 정권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천운으로 살아난 문재인 정권이지만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총선과 대선을 다 이기는 것은 사실 언감생심이었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국민 대다수는 윤석열 후보의 품질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대한 증오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 친문 세력은 죗값을 치르기보다는 이미 놓친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민주당의 분열을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조장하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지략을 이기지 못하여 민주당의 권력을 내놓을 지경에 이르자 조국을 내세워 권력 분할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조국의 개인플레이로 10% 가까운 지지율을 확보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지지율로는 과거 안철수가 거둔 성적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조국혁신당이 차기 국회에서 캐스팅보트의 힘을 발휘하려면 내각제 개편밖에는 없다. 그리고 내각제가 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민주당에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친문 세력의 조장으로서 막후에서 세력 다툼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자민당이 보여 주는 대로 당내의 여러 계파의 이합집산에 따라 얼마든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도 의원내각제 개헌을 치고 나간다면 정국을 주도할 명분이 생긴다. 여론이 예상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검찰 사단이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른바 ‘검찰 사단’을 만들 수 없었다기보다는 ‘김건희 리스크’가 너무 컸다. 김여사를 살릴 수만 있다면 당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윤심 아닌가? 현재 경상도 지역구 현역 대부분이 살아난 국민의힘 공천 결과가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김여사를 살리기 위해 지역구를 내주고 ‘김건희 특검법’을 막는 것으로 타협을 본 것이 뻔히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무리 원칙과 상식이 필요해도 절대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그 상식은 물론 공정을 다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 더 문제는 그런 제왕적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해도 5년 동안 그저 지켜만 보아야 하는 것이 법이라는 사실이다. 탄핵이 그런 제왕적 대통령을 제어하는 유일한 방편인데 의원 200명을 모으기도 힘들 뿐 아니라 탄핵 정국이 가져올 부작용을 생각하면 안 하느니만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근혜를 탄핵해 보았지만 10년도 안 되어 사면 복권되고 여전히 보수 진영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결국 권력자들의 나눠 먹기식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최대 단점이 이처럼 국민의 뜻, 곧 민의가 5년마다 반영될 뿐만 아니라. 그 대선 때의 분위기와 천운에 따라 얼마든지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국민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번 잘못 선택으로 5년 동안 지옥을 맛보아야 하고 그 지옥을 국민의 뜻과 힘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가장 구체적이고 차이가 나는 것은 내각제 말고는 없다. 다수의 폭력에 휩쓸려 묻혀 버리기 일쑤인 소수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데 내각제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리고 특정 정치인인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때 제재를 가할 방법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다수 정당이 합종연횡할 수 있도록 국민이 부추기는 것밖에 없다.
물론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각제에도 많은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내각제가 힘든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의 보수성이다. 한국 국민은 신라시대부터 17계급을 만들고 서열대로 제 분수에 맞게 사는 세상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를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족하기보다는 가장 ‘센 놈’이 다 먹고, 그 주변에 붙은 기생 세력이 떡고물을 얻어먹는 프레임에 최적화된 것이다. 그래서 사는 동네, 아파트 평수, 학교, 직장, 연봉, 자동차, 옷, 심지어 음식도 ‘명품’을 정해 놓고 소수만 그것을 소유하고 플렉스하고 대다수는 그것을 바라만 보고 부러워하는 기형적인 사회를 다름 아닌 국민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프레임이 대단히 모순적일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사다리의 꼭대기에 올라 그 쾌락을 누리겠다고 안달을 부린다. 그러나 과연 한국인 가운데 얼마나 강남의 50평 아파트에 살면서 벤츠를 몰고 다니고 특수활동비로 수십억 원을 물 쓰듯 쓰고, 아내에게 철철이 에르메스 정장과 디올 백을 강제로 선물 받도록 할 수 있을까?
상식과 공정이 이미 무너져서 몰상식과 불공정이 뉴노멀이 된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방법 가운데 으뜸은 정치 제도의 개혁이다. 정치는 정치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선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 결정, 정책에 대한 권력, 영향력 또는 통제권을 얻기 위해 사회 내에서 또는 다양한 집단이나 개인 사이에 발생하는 활동, 행동 및 토론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개인과 그룹이 집단적 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할당하고, 관리 구조를 수립하는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정치는 선거, 로비, 협상, 정책 입안, 권위 행사 등 광범위한 활동을 포함한다. 흔히 정부 기관과 연관되어 있지만, 정치는 기업, 조직, 커뮤니티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다. 정치의 핵심은 권력의 분배와 행사, 사회 내 갈등과 불일치의 해결과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는 사회 내 권력의 분배와 행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권력은 정치적 권위, 경제적 영향력, 사회적 지위, 문화적 자본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늘리려고 노력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영향력에 도전하거나 재분배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정치다. 개인과 집단은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의 이점도 인식하기에 협상, 타협, 합의 구축은 정치 과정의 필수적인 측면이 되는 것이다. 정치 활동은 정부, 법적 체계, 선거 과정과 같은 기관이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들 기관은 의사결정과 거버넌스를 위한 규칙, 규범, 절차를 확립하고 정치 행위자의 행동과 정치 과정의 결과를 형성한다.
또한 정치는 공공 정책의 수립, 실행, 평가를 포괄한다. 정책 입안에는 사회 문제를 식별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이나 규정을 제정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선출직 공무원, 관료, 이익 단체, 시민을 포함한 정치 행위자들은 공공 정책 결과를 형성하기 위해 토론과 옹호에 참여한다. 여기에서 정치적 이념, 가치, 신념은 정치적 담론과 행동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개인과 집단은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와 같은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동의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선호도, 우선순위 및 거버넌스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는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투표, 옹호, 시민 참여를 통해 선출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를 얻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더해 정치는 변화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역동성을 반영하면서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고, 거버넌스 구조와 정책을 새로운 상황에 맞게 조정하려는 노력이 포함된다. 그러나 정치 시스템은 확립된 제도, 전통, 권력 구조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기 때문에 연속성의 요소도 나타냅니다. 결국 정치는 사회가 통치되고, 자원이 할당되며, 집단적 결정이 내려지는 방식을 형성하는 다면적이고 복잡한 현상이다. 여기에는 권력 분배, 정책 수립, 커뮤니티 내 갈등 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활동, 행위자나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바로 그래서 정치를 정치가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민 전체가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한국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선거뿐이다. NGO를 결성하여 다양한 집단의 욕구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도록 요구할 수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 이는 기득권자만을 위한 권위주의적 시스템 안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권력자가 실질적 독재자로 모든 권력을 독점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는 길은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 사회에서 분출하는 다양한 계층의 여러 욕구를 반영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각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권력 독점에 눈이 먼 정치가들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수직으로 등수를 매겨서 서로 차별하는 데 익숙한 국민의 정치의식에 더해 학연·지연·혈연도 모자라 이데올로기, 나이, 성별로도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내각제는 거의 impossible dream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조국혁신당이 기적을 일으켜 캐스팅보트를 할 역할을 맡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조국의 활약에 눈길이 간다. 조국이 건너겠다고 공언한 ‘윤석열의 강’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건희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 사단을 동원한 개혁 공천도 기꺼이 포기하는 이 기형적 상황을 극복할 방법인 내각제의 기폭제를 조국이 터뜨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국이 세운 조국혁신당의 도움으로 국민이 ‘윤석열의 강’을 넘는다면 손뼉을 칠 만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