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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13. 2020

독일 하면 맥주다?

독일의 동서남북 10대 요리


당연하다! 독일에는 독일 사람도 잘 모를 정도로 많은 종류의 맥주(Bier)가 있다. 그만큼 맛도 다양하다. 사실 영어로 비어(beer)라는 단어 자체도 게르만어에서 나온 것으로 추론되는 상황이니 독일이 본산이라고 주장할만하다. 물론 맥주는 이미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중국 허난 성 지역에서 거의 1만 년 전부터 인류가 마셔왔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맥주와는 많이 다른 음료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맥주는 중세 이후로 유럽에서 즐겨온 것이다.


호프와 말츠로 만든 맥주를 신이 보호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글이 새겨진 고전적 독일 맥주잔


문헌상으로는 서기 754년 8월 6일 스위스 상트 갈렌 수도원에 예물을 바친 것에 관한 로트발트의 서한으로 확인된다. 물론 이전부터 유럽 여러 지역에서 맥주를 마셨을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이 당시에 맥주는 오늘의 것과는 약간 다르다. 곡물가루로 만들고 여러 약초를 섞어서 달달하고 알코올 도수도 낮았다. 그래서 장기 보관이 불가능했고 맥주의 꽃인 거품도 별로 없었다.  오늘날 맥주의 주원료인 호프(Hopfen)가 소귀나무(Gagel) 잎을 완전히 대체한 것은 16세기 무렵이다. 처음에는 주로 수도원과 북부 독일의 한자동맹의 회원 도시에서 생산되었다. 예를 들어 함부르크에서는 1376년 457개의 맥주 양조장이 운영되었다. 수도원은 워낙 자체 맥주 생산과 소비로 유명해서 숫자가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위스 상트갈렌의 대성당


사실 오랜 기독교 역사에서는 술을 금지한 적이 없다. 원래 기독교와 금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성경에 보아도 예수님도 거의 매일 밤마다 술잔치를 벌인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예수님을 먹고 마시는 것을 ‘너무’ 즐긴다고 타박할 정도였다. 바울 사도가 술을 사랑하지 말라고 한 말은 완전한 금주가 아니라 절제를 강조한 것이었다. 종교개혁가인 칼뱅과 루터도 술을 마셨고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도 술을 마셨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한 때 정치적 이유로 금주 운동을 벌인 적이 있지만 오히려 역작용으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술을 마시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 다만 절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여러 종류의 맥주


다시 맥주로 돌아가자. 중세에 수도자들이 맥주를 마시는 것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물의 품질이 시원치 않은 유럽에서 맥주는 다른 음료와 다름없는 ‘음식’이었으니 말이다. 그 소비량도 당연히 많았다. 중세 후기 쾰른 시민들은 1인당 1년에 175리터에서 295리터를 마셨다. 하루 평균 500CC 이상을 마셔댄 것이다. 이리 소비가 많으니 제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주세를 부과하여 엄청난 세금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맥주의 생산과 판매도 엄격히 통제하였다. 제후가 통제하는 양조장과 맥주에서만 세금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럴 밖에. 결국 다 돈이 문제다. 사실 신성로마제국이 경제적으로 버틴 것이 바로 주세 때문이라는 말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맥주 제조와 생산 판매를 제후들이 엄격히 통제하면서 아예 순수맥주제조법(Reinheitsgebot)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가장 유명한 것이 1487년 12월 30일에 알브레히트 4세(Albrecht IV, 1447~1508)가 반포한 '뮌헨 순수맥주제조법'(München Reinheitsgebot)이다. 보리와 호프와 물만 사용하되 정해진 향신료를 추가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리고 1616년에는 바이에른 공국의 법령이 제정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실 19세까지 독일에서는 수프에 맥주를 섞어 아침 식사로 먹기도 하였다. 정말로 맥주가 식사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점차 모닝 빵과 모닝 커피에 밀려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알브레히트 4세의 뮌헨 순수맥주제조법 반포 기념 안내판


18세기 중반부터는 정부의 통제가 완화되면서 서로 다른 지역이 맥주들이 독일 전역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1841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양조업자인 드레허(Anton Eugen Georg Dreher, 1810-1863)가 맥주를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을 발견하여 좀 더 오래 숙성되어 맛도 좋고 위생적인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맥주는 이 방식으로 생산된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방법으로 맥주가 만들어졌지만 극소수의 경우에 불과했었다.     


사족이 너무 길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독일 맥주의 맛을 감상해보자. 현재 독일에는 1,500여 개의 맥주회사가 1년에 916억 리터의 맥주를 생산한다. 양으로 따지면 세계적으로는 5위이고 소비량도 1인당 1년에 99.7리터로 유럽에서도 체코와 오스트리아에 이어 3위이다. 결코 엄청나게 많이 만들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종류와 맛에서는 독일이 단연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둥켈비어 한잔


독일에서 마시는 맥주의 종류는 대표적으로 필스, 바이첸비어, 헬레스, 슈타크비어, 엑스포트, 퀠쉬, 알트비어, 슈바르츠비어, 둥켈비어, 베를리너바이쎄, 메르첸, 고세 정도가 있다. 물론 상표로 구분하는 것이 더 쉽기는 하다. 크롬**부터 시작하여 에르**까지 독일의 10대 맥주 회사의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다 합쳐도 독일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도 안 된다. 독일 각 지방의 고유한 맥주의 생산과 소비량이 훨씬 많은 것이다. 그만큼 독일의 맥주는 오랜 전통을 지닌 지방색을 보여주고 있다.


각 종류별로 간단히 소개해 보자.

  

필스 비어

  

필스(Pils)는 필스너라고도 부른다. 원래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에 있으나 지금은 체코의 도시가 된 필센(Pilsen)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만든 것은 특히 ‘필센 물’을 사용한 것을 표기하기도 한다. 저온 발효의 방법으로 만들며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알코올 도수는 4%에서 5.2% 정도이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며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아 사랑을 받는 맥주이다.


사실 독일 맥주는 그 맛을 한 가지로 품평할 수 없는 것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술 맛도 다양한 법이니 특정한 맥주의 맛을 두고 좋다 나쁘다를 함부로 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맥주라면 그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필스가 바로 그렇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독일 유학을 가서 ‘필스너’의 맛을 보고 나서 맥주가 맛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맥주 가운데 필스가 일종의 첫사랑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독일을 그리워하면서 가끔 바로 이 필스 맥주를 찾게 된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한국에서도 많은 종류의 독일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어 그리워만 하고 말던 과거와는 달라진 세상에 살고 있다.


바이첸 비어

    

바이첸비어(Weizenbier)는 고온 발효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알코올 도수가 5%에서 5.6%로 약간 높다. 밀과 보리 맥아를 추가하여 맛이 풍부하다. 주로 남부 독일에서 즐기는 종류로 정제를 하여 맑은 색이 나는 크리스탈(Kristallweizen)과 정제를 하지 않은 헤페(Hefeweizen)가 있다. 헤페바이첸의 경우 걸쭉한 한국의 막걸리 느낌이 나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는 속설이 있는데 한국에서 막걸리를 많이 마시면 살이 찐다는 속설과도 관련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살이 찐다기 보다는 알코올성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러니 맥주의 종류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절제를 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독일과 한국의 음주 문화가 워낙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술자리에서 과음을 하는 문화는 한국이 훨씬 강하다. 독일의 경우 330밀리리터 한 잔의 맥주로 식사와 대화가 마무리되는 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잔으로 마시는 맥주는 양도 많고 상당한 경우 소주를 마신 다음 ‘입가심’으로 마시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시 말해서 독일에서는 대화를 나누다가 목이 마르면 입을 축이는 것이 맥주라면 한국에서는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기 위하여 취하려는 목적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문화가 더 나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 문화적 상대주의가 보편화된 현실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러나 만취 상태에 이르도록 술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불러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참조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헬레스 비어


헬레스(Helles)는 뮌헨과 도르트문트에서 각자의 고유한 맛으로 생산하는 저온 발효 방식의 맥주이다. 호프보다는 맥아를 많이 사용하여 다른 맥주에 비하여 맛이 싱겁다. 강하지 않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맥주를 마시다 보면 종류별로 맛이 다른 것을 감별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커피 바리스타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알코홀의 작용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맛의 차이를 굳이 구분할 의미가 크게 없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저온 발효 맥주와 고온 발효 맥주의 맛의 차이 정도만 구분해도 충분할 것이다.


복 비어


슈타크비어(Starkbier)는 맥즙 원액을 많이 사용하여 알코올 도수도 6.5%가 되는 말 그대로 강한 맥주이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바로 보크비어(Bockbier)이다. 이 맥주는 저온 발효와 고온 발효의 두 가지 방법으로 다 생산하는데 주로 겨울철에 생산하고 소비한다. 색깔도 밝은 색부터 불투명한 바이첸까지 다양하다. 이 맥주는 현재 니더작센의 아인베크(Einbeck)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중세에 매우 고급 음료의 대우를 받으며 유럽의 여러 나라에 수출되기도 하였다. 도수가 세고 맛이 강한 맥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엑스포트 비어


엑스포트(Export)는 주로 도르트문트, 뮌헨, 비인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보크비어와 마찬가지로 맥즙 원액을 많이 사용하여 맛이 강하다. 색깔도 보크비어처럼 다양하다. 알코올 함량이 5% 정도로 다른 맥주에 비하여 약간 높고 맛도 강해서 인기가 많다. 그러나 필스에 비해서는 상대가 안 된다. 대표적인 산지로는 도르트문트, 뮌헨, 비인이 유명하다. 물론 각 지역의 특색이 있지만 특히 도르트문트 지역에서는 석탄과 철강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즐겨 마시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마초의 분위기를 맛보려면 한 번쯤은 마셔보아야 할 것이다. 도르트문트 엑스포트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뮌헨 액스포트 맥주이다.  이 맥주는 도르트문트 것에 비해 더 짙은 색을 띠고 쓴맛도 그만큼 강하다.


쾰쉬 비어


쾰쉬(Kölsch)는 말 그대로 쾰른에서 생산되는 맥주이다. 고온 발효법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코올 성분은 4.8% 정도로 약하다. 인구 110만 명의 독일 4대 도시인 쾰른은 로마제국 시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게르만 지역의 선진 문명을 이끌던 역사가 있다. 주도답게 여기서 생산되는 맥주는 쾰른만이 아니라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 주(Nordrhein-Westfalen) 전체에서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맥주도 하도 유사 상품이 많아지다보니 1985년에 맺어진 쾰른 조약에 따라 일정 기준에 맞는 맥주만에 이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쾰른은 맥주 역사에서 뺴 놓을 수 없는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1250년부터 맥주 제조를 하고 엄청나게 소비하던 도시 답게 여전히 맥주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1494년의 기록에 따르면 이미 그 당시에 쾰른에는 맥주 양조장이 60개가 넘었다. 그리고 맥주 생산 조합의 힘이 강력하여 생산량과 품질을 엄격히 통제하였기에 매우 이득이 높은 산업이었다. 19세기 후반까지도 맥주 양조장의 숫자는 100개 정도에 불과하였으니 그 위세를 짐작할만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쾰쉬 맥주는 1906년 쉬너 양조장 (Brauerei Sünner)이 최초로 생산하여 1918년에 쾰쉬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그 역사가 ‘겨우’ 100여 년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전통은 그 몇배가 된다. 그러니 쾰쉬에 담신 역사를 음미하할만 하다.


알트 비어


 알트비어 (Altbier)는 네덜란드 접경지역인 북부 독일의 니더라인 (Niederrhein)과 베스트팔(Westfalen) 지방에서 생산되는 맥주로 특히 산업 도시인 뒤셀도르프에 가면 어디서나 보인다. 그리고 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비록 이름은 같아도 맥주 제조에 사용하는 맥아의 종류가 달라서 맛에 차이가 난다. 이찌되었든 알트비어는  고온 발효 방법으로 만들며 색이 짙고 쌉쌀한 맛이 강하다. 그 이름은 오래된 양조법을 따랐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슈바르츠 비어


슈바르츠비어(Schwarzbier)는 어두운 색깔이 나는 맥아를 사용한 데서 그 이름이 나왔다. 그러나 이름은 슈바르츠비어이지만 색깔이 흑맥주답지 않게 밝은 것도 생산되고 있다. 저온 발효 방법으로 만들며 알코올 도수가 4.8%에서 5% 정도이다. 주로 중부 독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달달한 맛이 강해서 이 맥주만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지역을 꼽으라면 튜링엔 (Thüringen), 작센 (Sachsen),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를 들어볼 수 있다. 달달한 맛이 강해서 이 맥주만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색이 검은 이유는 갈색맥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맥아를 바싹 볶아서 그 색이 짖어지게 되기도 한다. 이 맥주는 역사가 매우 오래되어 문헌으로는 1390년에 브라운슈바이크 (Braunschweig)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독일이 분단되어 있던 시절에 이 맥주는 동독의 주요 수출품목이기도 하였다. 주로 헝거리로 수출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상표로 판매되니 이 또한 애주가들의 기쁨을 배가시키는 선행을 베푸는 맥주라고 하겠다.  


둥켈 비어


둥켈비어(Dunkelbier)는 밝은 맥주와 흑맥주 중간 정도의 어두운 색깔을 지닌 약간 단 맛이 나는 맥주를 말한다. 역시 맥아의 양 조절로 이런 색깔이 나오게 된다. 알코올 성분이 낮은 말츠비어(Malzbier)나 카라멜비어(Karamelbier)의 경우는 색깔이 어둡고 더 달달하다.


베를리너 바이쎄 비어


베를리너바이쎄(Berliner Weisse)는 약간 새콤한 맛이 난다.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베를린에서 만들어 판매되는 밝은 색의 맥주이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이름은 1987년부터 사용된 것이니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환경보호운동과 연계되어 이른바 슬로우 푸드 (slow food)에 속하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메르첸 비어


메르첸(Märzen)은 과거에 3월에만 만들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3월에 만들어 여름이 되면 교회의 축일에 사용되곤 하였다. 고온 숙성법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코올 성분이 매우 높다. 교회의 행사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교회 축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술을 즐겨 마신다. 잔치에 술이 빠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 그리스도도 살아 생전에 먹고 마시는 것을 그토록 즐긴 분 아니던가? 그러니 기쁜날 술 한잔을 하는 것은 기독교 문화에서도 매우 오래도니 소중한 전통이 아닐 수 없다.


고세 비어


고세(Gose)는 구동독의 작센 지방의 튜링엔과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만드는 고온 발효 방법으로 만든 밝은 맥주이다. 베를리너바이쎄와 마찬가지로 이 지방에서는 맥주에 독주를 섞어 마신다. 한국에서 만드는 쏘맥과 똑같다. 역시 술은 톡 쏘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물론 지나친 음주는 삼가 해야 하지만 말이다.


 일단 이 정도로 독일의 주요 맥주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앞에서 말한 대로 독일 맥주를 대체적으로 이 정도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지역마다 고유한 토속 맥주가 있기에 그 맛을 다 보려면 아예 독일에 살면서 주유천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욕심을 버리고 수입된 것만이라도 가끔 맛보며 독일의 맥주 역사를 음미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환경 문제가 민감한 주제로 다가오지만 필자가 유학을 갈 때만 해도 독일이 환경 보호에서는 세계에서 최첨단에 서 있다는 것을 자부할 정도였다. 그래서 단순히 쓰레기 분리 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만이 아니라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는 전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지금도 이 운동은 진행중에 있다.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세 가지 요소, 곧 운석, 기후 변화, 전염병이 결코 공상과학 소설의 주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금 여기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의식이 유럽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 있고 그 가운데 인간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환경이다. 그래서 환경보호는 단순히 환경을 정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의 고삐풀린 생산과 소비의 매커니즘을 극복하는 주요 기제가 되었다. 재화의 생산과 소비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세상이지만 그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인류의 생존 자체에 연관된 것이기에 멈출 수는 없다. 맥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독일의 음주 문화에서는 과음과 과식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독일이 맥주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한국에 비해 많지 않은 이유는 오랜 음주 문화의 전통에서 배우게 된 것이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끝으로 한 마디 더 하자. 한국에는 옥토버페스트가 특히 유명한데 이때를 위해 별도로 만드는 맥주가 있다. 이를 비슨비어(Wiesnbier)라고 한다. 그러나 독일 각지의 많은 축제에서는 각각의 고유한 맥주를 생산하여 잔치 분위기를 특별히 더하는 습속이 있으니 옥토버페스트에만 매달릴 것은 없다. 어찌 되었든 bon appetit!


푸짐한 안주를 곁들인 맥주 잔치


추가로 독일에서 유명한 권주가를 추가해 본다.


Trink, trink, Brüderlein, trink

Lass doch die Sorgen zu Haus' –

Trink, trink, Brüderlein, trink

Lass doch die Sorgen zu Haus'!

Meide den Kummer und meide den Schmerz

Dann ist das Leben ein Scherz –

Meide den Kummer und meide den Schmerz

Ja, dann ist das Leben ein Scherz!


직역해 본다.


마셔, 마셔 친구야, 마셔

걱정은 집에 두고

마셔, 마셔 친구야, 마셔

걱정은 집에 두고

근심과 고통 다 비키라고 해

그러면 인생은 한 바탕 희극이야

근심과 고통 다 비키라고 해

정말로 그러면 인생은 한 바탕 희극이야


맞는 말이다. 좋은 친구와 맥주 한잔 나누면 인생 별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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