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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15. 2020

예거슈니첼은 독일제다

독일 동서남북 10대 요리


사람들은 비너슈니첼(Wiener Schnitzel)만 있는 줄 알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예거슈니첼(Jägerschnitzel)을 안 먹어 보았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비너슈니첼을 수입 변형하여 돈가스를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슈니첼은 진한 소스가 듬뿍 얹어진 사냥꾼의 음식을 먹어보고 나서 말을 해야 한다.     


원래 슈니첼은 중세 독일어로 얇은 조각을 의미하는 ‘슈니츠’(sniz)에서 온 말이다. 슈니첼의 원조 격인 비너슈니첼은 반드시 송아지 고기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돈가스는 무조건 돼지고기다. 왜냐고? 일본에서 소고기는 비싸니까. 이처럼 비너슈니첼처럼 만들었는데 송아지 이외의 다른 고기를 사용하면 반드시 그 고기를 명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기다. 법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뭐 그래도 이제 오스트리아 제국은 사라졌으니 다른 나라에서 짝퉁을 만들어도 제재를 가할 수는 없으니 ‘아니면 말고’이다. 사실 비너슈니첼이나 그 짝퉁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퍼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 되기는 했다.     


다시 예거슈니첼로 돌아가 보자. 독일에도 소보다는 돼지가 더 흔하니 고기는 소고기와 더불어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지방에 따라 약드부어스트(Jagdwurst)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소시지는 다른 말로 슈투트가르터(Stuttgarter)라고도 부른다. 당연히 이 지역 고유의 소시지이다. 흔히는 슁켄부어스트라고도 한다. 커다란 소시지 덩어리를 단면에 따라 넓게 잘라 조리하여 소스와 함께 먹는다. 예거슈니첼은 슈바인슈니첼과 더불어 독일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슈니첼이다. 여기에 더해 람슈니첼과 치고이너슈니첼도 좋아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예거슈니첼이 독일 맛이 난다.      



통상적으로 비너슈니첼은 빵가루를 묻혀서 돈가스처럼 기름에 튀기고 소스 없이 레몬을 뿌려 먹지만 예거슈니첼은 고기 자체만을 요리하여 걸쭉한 버섯 소스와 함께 먹는다. 이것이 별미다.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름 자체가 사냥꾼의 음식의 포스가 느껴져서 특별한 맛을 기대하게 된다.

     

제대로 된 독일식 예거슈니첼은 고기를 튀기지 않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다음 버터에 굽는다. 그러기 위해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얇게 두드려준다. 소고기는 특히 더 세게 두들겨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소스에 사용하는 것은 양파와 비슷하게 생긴 샤로테(Schalotte)를 사용한다. 양파처럼 얇게 썰어서 백포도주에 노릇하게 볶는다. 여기에 다시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미리 삶은 양송이버섯, 살구 버섯, 우산버섯 등을 넣어 졸인다. 취향에 따라 파프리카와 크림을 추가하기도 한다. 바이라게로는 튀김 감자나 파스타 또는 쌀도 곁들여 먹는다.

    

그런데 예거슈니첼과 관련하여 약간 슬픈 역사가 있다. 구동독 지역에서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시지를 주로 사용하여 예거슈니첼을 만들어 먹었다. 이유는? 음식 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로 약드부어스트와 비어슁켄을 사용하였다. 이 소시지는 고기로 사용하고 남은 부위와 삼겹살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겹살이 금겹살이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위이다. 그래서 소시지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이 소시지를 식감이 좋으라고 두툼하게 썰어서 재료로 사용한다. 여기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다. 소스로는 토마토 페이스트를 주로 사용하는데 얇게 썬 양파와 함께 졸인다. 여기에 녹말을 넣어 소스가 걸쭉해질 때까지 잘 젓는다. 바이라게는 고기를 사용한 예거슈니첼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감자, 파스타, 쌀 등을 이용한다. 소시지를 사용한 것이라 가격이 무척 저렴하여 구동독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도 좋다. 그래서 지금도 소시지로 만든 예거슈니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지금은 동서독이 하나의 독일이 되었지만 1949년부터 1990년까지 41년간의 분단의 상처는 통일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통일되기도 전에 이미 구동독은 구서독에 비하여 모든 것이 뒤졌다. 특히 1970년대 중반부터는 그 격차가 현격해져서 더 이상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대중매체를 통하여 알게 된 구서독의 풍요는 강한 유혹이 되어 많은 구동독 주민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통일이 되고 나도 꿈에 그리던 그런 풍요는 누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기존의 산업이 도산해버리고 많은 젊은이들은 구서독으로 ‘탈주’하여 구동독 지역의 빈곤을 가속화하였다. 독일 정부의 엄청난 노력으로 이제는 동서 빈부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구동독 출신의 주민들은 ‘2등 시민’이라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심정을 이 예거슈니첼의 재료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알지만 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여러 지역의 여러 종류의 예거슈니첼을 찾아  다녀볼 만하다. 먹는 데는 죄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bon appetit!     


일단 여기서 독일 10대 요리를 1차 정리해본다. 그러나 여기에 소개한 요리 말고도 먹을 만한 독일 요리는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이어서 더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다음에는 요리보다는 후식으로 즐겨 먹는 것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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