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과연 조국의 '그릇'을 키울 수 있나?

정치인으로서의 전망이 어둡다.

by Francis Lee

조국은 여전히 팬덤이 든든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차기를 노리는 것은 고사하고 ‘정치인’으로 서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검찰과 기득권 세력의 모함이라기보다는 조국 자신의 몸값이 너무 낮은 데 있다. 사면 복권 이후 그의 언행이 보여주는 ‘가벼움’은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무게를 가늠하는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기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진보 진영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개혁을 위한 언행만이 아니라 진보 이념의 적극적 실천과 이에 따르는 자발적인 희생,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수 진영의 공격에 당당히 맞서는 ‘강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조국의 경우 이 모든 것에서 실패하고 있다. 게다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범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조차 안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있기에 조국의 그런 이미지는 더욱 그의 정치 투사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난 인물이다. 그리고 지금의 그 자리에 오를만한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그의 ‘적들’에게서도 이끌어내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조국은 비록 검찰의 프레임에 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유가 이념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자식들의 입시 비리라는 상당히 사적인 것이기에 임팩트가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으로서의 무게를 더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력’이다. 처음 조국의 ‘이른’ 사면 복권 소식이 들리자 호사가들은 치고 나가는 정청래의 독주를 견제하는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격이 많이 떨어진다. 물론 조국의 팬덤은 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여전히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모양새이지만 이미 추진력이 많이 상실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한 사실은 무엇보다 설문조사 결과가 잘 말해 준다. 그의 이름으로 세워진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대에 머무는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에서 독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정치 지형의 특성상 조국혁신당도 지역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데 진보의 텃밭인 호남조차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결국 서울 수도권에서 기회를 보아야 하는데 현재 의원 전원이 비례대표인 상황에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조국 자신에게 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라는 벽에 막혀 있다. 당장 내년의 지방 선거만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조국의 이름값을 하기에는 전망이 매우 어두운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수 자리도 내놓고 감옥을 다녀온 상황에서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말고 다른 카드가 없는 조국에게 대안이 없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개하는 주체는 조국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민주당의 ‘관용’에만 의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조직과 자금에서 열세이고 지지도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조국과 조국혁신당이 이 난관을 스스로 극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당장 당조직을 확충하고 자금을 더 모아야 하는 데 지금의 지지율을 보아서는 열성 팬덤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이른바 외연 확장이 필수인데 조국의 언행은 오히려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만 있다. ‘사면이 이재명 지지율 하락에 미친 것은 n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 잘 사는 세대는 극우다.’라는 발언은 그의 정치적 미숙함만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모두가 내 탓이다’라는 발언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결기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조국만이 가진 장점을 부각해야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조국의 사면에 대해 민주당이 별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면해 봐야 어차피 수구 세력이 붙여준 ‘강남 좌파’, ‘입시 비리’라는 딱지를 떼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저 그의 팬덤의 맹목적인 지지에 안주하여 안온한 선비 정치가의 삶을 살아도 별 불편함이 없어 보이는 조국의 정치인으로서의 앞날이 어두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트럼프의 몇 줄 글에 놀아나는 극우 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