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제시하는 근본적 길만이 답이기 때문이다.
근대 사회학의 고전적 패러다임은 이른바 ‘세속화론’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Max Weber는 사회가 합리화되는 과정에서 종교가 점차 그 힘을 잃으며, 이른바 Entzauberung, 곧 ‘탈주술화’가 근대의 특징이라고 보았다. 또한 Émile Durkheim 역시 종교를 사회적 연대의 원천으로 보았지만, 근대 사회가 전문화되고 합리화되면서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세기말에 등장한 post-secular society, 곧 탈세속사회의 개념은 이러한 고전적 전망을 넘어, 오히려 종교의 회귀와 재등장, 특히 근대 이후 새로운 공공 영역 안에서 종교와 세속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학계에서는 세속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곧 종교는 과학의 발전, 근대 국가의 제도화, 자본주의 경제의 확산과 함께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유럽과는 다르게 미국의 종교적 활력이 지속되었다. 미국은 세계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선도한 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특히 개신교 교회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는 사회로 남았다.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정치계에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강력한 로비 집단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중동을 중심으로 이슬람의 부흥 현상이 나타났다. 중세 이전에 세계 문명을 이끌었던 이슬람권이 기독교 문명에 밀리면서 수백 년 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1979년 이란의 호메이니가 이끈 혁명을 비롯하여,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세속 민족주의 대신 종교적 정체성을 내세운 종교 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 못지않게 탈세속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에서 세력을 확장한 다양한 신흥 종교운동이다. 한국의 통일교도 이 시기에 세계종교로 성장하였다. 근대화가 이루어져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탈세속사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대표적 학자인 Jürgen Habermas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서구 사회가 종교를 다시 공공 담론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속주의 사회라고 해도 종교를 단순히 사적인 차원으로 축소할 수 없고 민주주의적 공공 영역 속에서 종교와 세속이 이른바 ‘상호 번역’의 과정을 거쳐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현상이었던 이른바 globalization, 곧 세계화는 다양한 종교가 한 사회 안에서 병존해야 하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냈다. 이민자가 야기한 다문화 사회는 특히 서유럽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초로 하는 공공질서와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을 야기하게 되었다. 특히 서유럽을 파고드는 이슬람교의 세력 확산은 기존의 기독교 문화에 익숙한 유럽인에게 외국인 혐오증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탈세속사회는 종교가 단순히 사적인 신앙의 차원을 넘어 공공 영역 속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는 곳으로 기독교 교회도 환경 위기, 난민 문제,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논의하는 주체가 될 것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에서 환경 문제를 깊이 다룬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탈세속사회가 과거의 이른바 제도 종교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인들은 제도 종교를 거부하면서, spirituality, 곧 영성 자체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기보다는 요가와 명상, 치유 영성과 같은 이른바 ‘비제도적 종교성’에 더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른바 신흥 종교, 또는 뉴에이지운동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한국의 천부교, 통일교, 신천지와 같은 집단에서 볼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기성 종교 집단도 정치 세력화 하여 미국의 복음주의 개신교 집단의 로비 단체화, 중동의 이슬람 세력의 정치화, 러시아 정교회의 정치 세력과의 결탁에서 볼 수 있는 종교의 세속화도 종교의 ‘타락’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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