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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3일 동안 저승에 있었다고? I

기독교가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다.

by Francis Lee

예수라는 실존적 존재와 기독교가 만들어낸 허구 사이의 모순을 지적하는 시리즈를 시작해 본다. 먼저 예수가 죽고 나서 저승에 가서 3일 만에 부활했다는 교리의 허구성을 지적해 본다. 논문 형식으로 작성한 긴 글이라 2부로 나누어 게재해 본다.


서론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죽은 후, 사흘 만에 부활하였다는 주장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 교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사도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모두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라는 구절을 중심 신앙 고백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늘 고백하는 교리다. 그러나 이 ‘사흘’ 동안 예수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사흘 만에’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성경 내에서도 일관되지 않은 진술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순은 누가복음 23장 43절에서 예수가 십자가 옆의 죄인에게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 진술은 예수가 죽음 직후 곧바로 파라다이소스(παράδεισος), 곧 낙원에 들어갔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다른 전승에서는 예수가 하데스(ᾅδης), 곧 직역하면 ‘죽은 자들의 세계’인 지옥에 내려갔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전승이 병존한다(에베소서 4,9, 베드로전서 3,19). 이 두 가지 전승은 명백히 서로 충돌한다. 그래서 후대 교리 형성 과정에서 descensus ad inferos, 곧 ‘지옥에 내려가다’라는 개념과 ‘낙원에 바로 들어가다’라는 상반된 해석이 병립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유대교 전통에서는 아예 ‘지옥’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대교 성서와 제2성전기 문헌에서 나타나는 사후 세계는 ‘스올’(שְׁאוֹל)이라는 음울한 장소일 뿐, 기독교 이후의 천국과 지옥 개념처럼 윤리적·형벌적 성격을 강하게 띠지 않았다. 따라서 예수가 유대교인으로서, 혹은 유대교 전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가 사흘 동안 ‘지옥’에 있었다는 교리는 역사적·종교사적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이며 후대적 발명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예수는 죽은 후 사흘 동안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성경 본문 자체의 모순, 유대교와 헬레니즘 문화의 사후 이해, 그리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교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신학적·종교적 동기를 가지고 ‘사흘 날에 부활하시고’라는 교리를 만들어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1부: 유대교 전통과 사후관


1장. 히브리 성서 속 ‘스올’(שְׁאוֹל)


히브리 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사후 세계의 개념은 ‘스올’(שְׁאוֹל)이다. 스올은 일반적으로 ‘저승’, ‘죽음의 세계’, 또는 ‘무덤’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스올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기독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대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의 교리에 따라 지옥은 죄인이 가는 곳이다. 그러나 유대교의 스올은 윤리적 차별성을 가지지 않으며, 악인과 의인 모두 죽음 이후 간다고 여겨지는 장소다. 예를 들어, 욥기 14장 13절에서 욥은 고통 가운데서 이렇게 탄식한다.


“아, 당신께서 저를 저승에다 감추시고 당신의 진노가 그칠 때까지 숨겨 두신다면! 저를 위한 때를 정하시어 저를 다시 기억해 주신다면!”


이 본문에서 스올은 하나님께 벌을 받는 장소라기보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안식할 수 있는 ‘죽음의 저장소’로 이해된다. 시편 88편의 다음 구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신께서 저를 깊은 구렁 속에, 어둡고 깊숙한 곳에 집어넣으셨습니다.”


여기서도 ‘깊은 구렁’, 곧 스올을 “어둡고 깊숙한(음울한) 곳”으로 묘사하지만, 윤리적 형벌의 개념은 부재하다. 곧 히브리 성서에서 스올은 중립적 죽음의 세계로서, 의인조차 피할 수 없는 보편적 운명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개념은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의 이원론적 사후관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2장. 제2성전기 유대교의 사후 이해


기원전 6세기 바빌론 포로기 이후, 유대교는 페르시아·그리스 세계와 접촉하면서 사후관에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에녹서, 바룩서, 마카베오기와 같은 묵시문학적 문헌은 스올 개념을 세분화하여 의인과 악인의 운명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2.1 에녹서


기독교에서 위경으로 여기는 제2경전인 에녹서 22장은 죽은 자들이 머무는 네 구역을 묘사한다. 여기서 스올은 더 이상 단일한 장소가 아니라, 의인과 악인이 다른 공간에 거주하는 다층적 구조를 가진다. 이는 후대 누가복음 16장의 ‘부자와 나사로 비유’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2.2 마카베오기와 순교 신앙


마카베오 하권 7장은 박해 속에서 순교한 이들이 종말에 다시 살아날 것을 믿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유대교 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적 부활 신앙이 명확히 등장한 사례이다. 순교자들은 단지 죽음을 넘어 새로운 몸으로 회복될 것을 확신했다. 이는 훗날 기독교의 부활 신앙이 뿌리내리는 토양이 되었다.


2.3 바리사이와 사두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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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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