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 신학과 예수 사후 3일에 관한 교리의 형성 과정
3부: 교부 신학과 사후 3일 교리 형성 과정
1장. 서론: 신약성경 이후의 교리적 공백과 해석의 필요성
앞에서 말 한 대로 신약성경은 예수의 사후 3일을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 사이의 공백을 방치할 수 없었다. 구원자 예수의 행적이, 특히 죽음과 부활 사이에 3일이나 빈 행적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예수의 행적이 빈 공간은 또 있다. 12살에 성인식을 하러 나자렛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이후 30살에 갑자기 출가를 하고 신의 뜻을 선포하는 공생활을 시작하기까지 무려 18년 동안의 기간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런데 신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요셉의 아들로 살아왔을 것이라고 짐작하고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러나 죽음과 부활 사건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되는 요소이기에 이에 대한 빈틈을 허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신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특히 교리적으로는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이 인간 존재 전체, 곧 살아있는 자뿐 아니라 이미 죽은 자들에게도 미쳐야 한다는 신학적 필요성 때문이었다. 이 필요성은 예수가 죽은 다음에 머문 ‘장소’에 관한 교리적 상상력을 자극했고, 궁극적으로 교부 신학에서 체계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2장. 사도신경의 ‘저승에 가시어’ 조항
2.1. 사도신경의 형성 과정
사도신경(Apostolicum)은 2세기말에서 4세기경 서방 교회의 세례 신앙고백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로마 교회에서 시작된 것으로만 추측되고 있다. 오늘날 전해지는 사도신경에는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라는 구절이 포함된다. 라틴어로는 ‘descendit ad inferos, tertia die resurrexit a mortuis’인 이 문장은 원래부터 사도신경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곧 2세기에 등장한 사도신경의 원문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 신경’( Symbolum Romanum)에는 이 구절이 없는 것이다. 로마 신경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Credo in Deum Patrem omnipotentem;
et in Christum Iesum, Filium eius unicum, Dominum nostrum,
qui natus est de Spiritu Sancto ex Maria Virgine,
qui sub Pontio Pilato crucifixus est et sepultus, tertia die resurrexit a mortuis,
ascendit in caelos, sedet ad dexteram Patris,
inde venturus est iudicare vivos et mortuos.
Et in Spiritum Sanctum,
sanctam Ecclesiam, remissionem peccatorum,
carnis resurrectionem.
이 신앙고백에 따르면 예수는 죽고 나서 바로 하늘에 올라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았다고 나온다. 그런데 죽고 나서 하늘에 오르기 전의 3일간에 관한 내용을 첨가한 사도신경의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라는 문장은 4세기 무렵부터 서방 교회 전승에 삽입되었으며, 8세기 이후에 와서야 가톨릭 교회에 보편화되었다. 곧 신약성경에 나오는 여러 관련 구절의 애매한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후대 교회가 점차 ‘저승에 가시어’에 관한 교리가 첨가된 것이다.
2.2. 라틴어 번역과 의미 변형
전에 말한 대로 라틴어 ‘inferos’나 ‘inferna’는 본래 ‘아래에 있는 것들’, 곧 ‘죽은 자들의 영역’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데스(ᾍδης)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원래 하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신 가운데 하나였다. 티탄의 전쟁에서 승리 한 다음 형인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그리고 하데스는 죽은 이들의 세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장소도 그의 이름을 따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중세 신학, 특히 신자들의 신앙에서 이 단어는 점차 ‘지옥’과 동일시되었다. 그 결과 예수가 실제 지옥 형벌의 장소에 내려갔다는 이미지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이는 누가복음에서 예수가 직접 말한 ‘낙원’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개념일 뿐이다. 그래서 이 모순은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교리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교부들이 해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오한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교부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게 된 것이다.
3장. 초기 교부들의 해석
3.1. 이레네우스
영지주의와 맞서 싸우면서 정통 기독교 교리의 기초를 확립한 것으로 명성이 높은 이레네우스((Irenaeus, Ἰρηναῖος, 약 130년~200년)는 자신의 논문인 <이단 논박>에서 예수가 “죽은 이들 가운데로 내려가 구약의 믿는 이들을 해방시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예수의 구원 사업이 아브라함, 다윗, 선지자들까지 포괄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그도 이를 ‘지옥 형벌의 장소’가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의 스올이나 하데스 곧 죽은 자의 일반적 영역으로 이해했다. 이레네우스는 폴리카푸스의 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폴리카푸스는 다름 아닌 예수가 가장 사랑한 것으로 알려진 요한의 제자라는 전설적 인물이다. 이런 계보가 그의 주장의 권위를 높여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계보는 전설일 뿐 문헌을 근거로 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일단 교회에서 ‘정통’으로 인정되면 그 권위는 신의 경지에 이르는 법이니 그의 말은 교회 안에서 진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3.2. 터툴리아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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