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과학과 인문주의에 대한 교만한 배척

기독교 교회가 자처한 무지와 몰락의 길

by Francis Lee

15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에 걸쳐 서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근대의 태동기는 인간의 정신사에서 가장 격렬한 전환기였다. 중세 교회가 수세기 동안 절대적 권위로 군림해 온 신적 질서의 틀 속에서 인간은 단지 피조물, 곧 신의 피안적 계획 속에 배치된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 세상은 그저 그 완벽한 세상, 곧 천상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서 잠시 머무는 무가치한 곳이 된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다시금 고대 그리스·로마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재발견하면서, 인간은 단순한 피조물에서 사유하고 창조하는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상은 하찮은 곳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창의력을 발휘하는 매우 고귀한 자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이러한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재발견한 사건이 기독교 교회에는 신적 질서의 붕괴로 인식되었다. 신의 대리자라는 교만에서 세계의 모든 질서를 해석하고 규정해 온 전지전능한 기독교 교회는 인간의 이성이 신적 권위를 대체하려는 시도, 곧 인문주의와 과학을 오히려 ‘교만’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교회가 과학과 인문주의를 격렬하게 배척한 근본 동기는 단순히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통치 권력과 인간과 세상을 해석하는 권위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반응이었다.


이러한 교회의 저항은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과학자들에 대한 박해에서 더욱 강렬하게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갈릴레오 사달이다. 1610년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자신이 만든 천체 망원경을 통해 목성의 위성을 관찰한 기록을 정리하여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다. 그의 관찰 결과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강력히 지지하는 증거였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신학적 진리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성경>에서 “태양이 멈추었다”(수 10:13)는 구절은 우주의 중심이 지구임을 “계시된 사실”로 간주하게 했다. 1616년 로마 교황청의 금서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 위원회는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를 ‘정정 전까지 금서’로 지정했다.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적 관점을 ‘가설로만’ 다루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1632년 출간한 <두 개의 주요 세계 체계에 관한 대화>(Dialogo sopra i due massimi sistemi del mondo)』에서 태양중심설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그 결과 그는 1633년 로마 종교재판소에 회부되어 종신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이 갈릴레오 사건은 흔히 과학, 특히 자연과학과 기독교의 충돌로 묘사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정치적·신학적 긴장이 존재했다. 17세기 초 로마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 이후 개신교에 맞선 이른바 ‘반종교개혁 체제’를 확립하며 교리적 통일성 강화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루터와 칼뱅의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 교회는 이른바 ‘계시 외의 진리’라는 개념 자체를 위험한 이단으로 간주한 것이다. 따라서 갈릴레오가 “자연은 수학의 언어로 쓰인 책이다”라고 선언했을 때, 가톨릭 교회는 이를 신의 계시를 우회하여, 더 나아가 거슬러서 진리를 탐구하려는 인간 이성의 반역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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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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