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포걷달 Apr 07. 2024

봄이 오니, 벚꽃 인가?

걷달 에세이: 내 인생은 당신과 다르지 않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 날이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꿈틀대더니, 이윽고 3일 정도 지나니까 펑 하고 만개해 버린다.


밤에 보아도 어찌 이쁜지. 그래도 낮에 보고 싶은데, 이 녀석은 꼭 주중에 피어버린다. 한 번도 내 뜻대로 주말에 만개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은 이미 낮부터 벚꽃 정취에 빠져 있었을 텐데.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겨우 저녁에나 만나니까 ‘낮 동안 벚꽃 만개를 함께 하기가 어렵다.


퇴근 후,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아내는 이제 들어와 혼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덴다. 딸아이는 아직도 학원에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자기 친구들하고 한강으로 벚꽃을 보러 갔덴다.

“어이쿠, 늦었군”


아내에게 설거지는 나중에 하고 그냥 나오라고 했다. 그 사이에 딸아이도 친구들과 헤어지고 들어오는 길이라고 전화가 왔다.

아빠가 기다릴 테니 마포역에서 보자.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밤에 보아도 이쁜 장미가 아닌 벚꽃이다. 간혹 바람에 흩뿌려지는 벚꽃잎들을 손으로 잡아, 다시 가지에 붙이고 싶다. 오래도록 봄에 겨울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인거지. 너는 평생을 꽃만 폈으면 좋겠다고 혼자 키득거린다.


언제가는 여름 선풍기를 꺼내고 다시 다락에 넣는 일들이 인생의 벽걸이 시계 같이 느껴지곤 했었다. 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면 한 해가 가듯이, 이제 벚꽃이 피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니 금방 일 년이고, 세월이 한순간일 테다. 어쩌면 나는 내년에도 이 꽃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좋은 날에 궁상이라니. 부정할 수 없는 갱년기가 스윽 왔다.


아내와 딸이 도착했다. 우리 가족도 벚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한가득 눈에 담고 간다. 우리 같은 남편과 아내가 저기에도 있다. 서로가 깔깔거리니, 봄이 정겹다.

- end


벚꽃은 밤에 보아도 벚꽃이다, 화려하다. 이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