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달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포건달 Jul 12. 2024

No 44, 노여워마세요

미친(美親)녀석: 내 스무날의 고독과 사랑 이야기


어제까지 비가 내렸어요

어느 곳은 물이 넘치도록 내렸었기에

어젯밤 내리는 비를 보며 마냥 감상에 젖은

나를 욕할 사람도 있을 테지요

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지만

결코 그들에게 죄지은 표정을 하진 않았죠

그만한 걸로 죄지은 표정을 하기엔

나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 거죠

노여워 마세요, 여러분

내겐 더 중요한 보상이 있을 테니까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이 없어요

단지 두려워할 뿐 그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몰라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거겠죠

난 그래서 당신의 짐을 덜어드리려구요

큰 다리에서,

그것은 높기도 높은 섬과 섬을 이어주는 거죠

그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차라리 내 머리 위 하늘보다 나아요

더 푸르고, 더 생동감 있고

그것은 진짜 하늘이죠

까마득해서 어쩌면 한 뼘 길이로만 보이는 곳  

그곳에 삶이 보여요

난 그래서 결심한 거죠 삶을 찾아가기로

남들은 그것을 바보 같은 짓

바로 나 자신보다 사실은 죽음을 더 걱정했죠  

그것이 여러분인 걸요

난 느껴요  바람을 가르며 바다가 아닌

하늘을 향해 삶을 찾아간다는 것

그것은 죽음이 아닌 거죠 삶의 의미예요

내 곧 하늘이 되면 여러분께 보상할게요  

가득히 여러분 가슴에

추억을 적시는 비만을 내리겠다고 ...

그러니 노여워 마세요

내가 죽어 하늘이 되면

그대에게 못해 준 많은 것들을 위해

나의 영혼을 버릴 테니

그대 ... 나에게 노여워 마세요

지금 그대 앞에 서면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당신이 어느 날 행복을 느끼며

바라본 가을하늘이 나의 영혼인 것을

그대 나의 노래를 통해 알게 되겠죠

그대 울지마세요

아쉽지만 난 그대의 눈물을 받아 주진 못하죠

그것이 또 나를 슬프게 할 테니


1996년 作


매거진의 이전글 No 144, 강촌(江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