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美親)녀석: 내 스무날의 고독과 사랑 이야기
어제까지 비가 내렸어요
어느 곳은 물이 넘치도록 내렸었기에
어젯밤 내리는 비를 보며 마냥 감상에 젖은
나를 욕할 사람도 있을 테지요
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지만
결코 그들에게 죄지은 표정을 하진 않았죠
그만한 걸로 죄지은 표정을 하기엔
나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 거죠
노여워 마세요, 여러분
내겐 더 중요한 보상이 있을 테니까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이 없어요
단지 두려워할 뿐 그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몰라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거겠죠
난 그래서 당신의 짐을 덜어드리려구요
큰 다리에서,
그것은 높기도 높은 섬과 섬을 이어주는 거죠
그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차라리 내 머리 위 하늘보다 나아요
더 푸르고, 더 생동감 있고
그것은 진짜 하늘이죠
까마득해서 어쩌면 한 뼘 길이로만 보이는 곳
그곳에 삶이 보여요
난 그래서 결심한 거죠 삶을 찾아가기로
남들은 그것을 바보 같은 짓
바로 나 자신보다 사실은 죽음을 더 걱정했죠
그것이 여러분인 걸요
난 느껴요 바람을 가르며 바다가 아닌
하늘을 향해 삶을 찾아간다는 것
그것은 죽음이 아닌 거죠 삶의 의미예요
내 곧 하늘이 되면 여러분께 보상할게요
가득히 여러분 가슴에
추억을 적시는 비만을 내리겠다고 ...
그러니 노여워 마세요
내가 죽어 하늘이 되면
그대에게 못해 준 많은 것들을 위해
나의 영혼을 버릴 테니
그대 ... 나에게 노여워 마세요
지금 그대 앞에 서면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당신이 어느 날 행복을 느끼며
바라본 가을하늘이 나의 영혼인 것을
그대 나의 노래를 통해 알게 되겠죠
그대 울지마세요
아쉽지만 난 그대의 눈물을 받아 주진 못하죠
그것이 또 나를 슬프게 할 테니
1996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