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숲, 죄의 심연

영화《퀸 오브 하츠》 리뷰

by 씨네진

“때론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해.” — 안느


욕망과 욕정은 사랑과 무관한가? 욕망은 위선과 거짓을 동반하고, 욕정은 배반을 숨긴 채 시작된다. 겉으로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 다가오지만, 그 본질은 사랑이 아니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계모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친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숲에 버린다. 이는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우리는 종종 그런 본성을 잊거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하지만 《퀸 오브 하츠》(Queen of Hearts)는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이야말로 동화보다 더 깊고 복잡한 욕망의 숲임을 경고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공동제작한 이 영화는 아름다운 북유럽의 자연을 배경으로, 도덕과 윤리, 욕망과 위선이 교차하는 한 여성의 파국을 다룬다. 영화는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끝은 잔혹한 심리 드라마로 치닫는다.


욕망의 장면


주인공 안느는 청소년 전문 변호사로, 쌍둥이 딸들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재혼 가정을 이루고 있다. 겉보기에 그녀의 삶은 완벽하다. 그러나 남편과 전처 사이의 아들 구스타브가 사고를 치고 함께 살게 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안느는 중년의 위기 속에서 흔들리고, 점차 구스타브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춘기의 분노와 혼란 속에 있는 구스타브, 그리고 감정의 공백을 메우려는 안느는, 도덕적 금기를 넘어서며 위험한 관계를 맺게 된다. 안느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구스타브에게 착한 아들이 되라고 강요하고, 스스로는 법과 윤리를 수호하는 ‘훌륭한 어른’의 가면을 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안느의 선택이었음을, 영화는 한 치의 자비 없이 보여준다.



숲이 지켜본 인간의 죄


북유럽의 울창한 숲은 영화 전체에서 하나의 인물처럼 기능한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회전하는 카메라는 숲을 바라보며 말없이 경고한다. 이 숲은 동화 속처럼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인간의 욕망과 죄악을 고스란히 감추고 있다.


구스타브가 얼어 죽는 마지막 장면까지, 숲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로 존재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나무들은 마치 “네가 한 짓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흐름은 그 자체로 인간 감정의 외피를 벗기며, 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영화의 시간은 죄의식이 깊어지는 내면의 순환을 상징한다.



위선의 얼굴


안느는 결국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의붓아들 구스타브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자신은 조롱당하고 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감행한다. 진실을 말하러 돌아온 구스타브를 다시 내쫓고, 자신을 믿지 않는 남편에게 오히려 분노한다. 그녀는 결국 아무 일 없다는 듯 남편과 두 딸과 함께 평화로운 뒷모습을 남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평화로움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눈 덮인 산 속에서 죽어간 구스타브의 시선, 그의 마지막 말 없는 외침이 안느를, 그리고 관객을 짓누른다. 안느가 짊어지고 갈 죄의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심장을 죄며 남는다.


연기와 연출, 그리고 불편한 질문들


트린 디어홈은 안느 역을 통해 욕망과 위선, 죄책감이 뒤엉킨 인물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냈다. 그녀의 눈빛 하나, 말 없는 정지 속의 떨림은 도덕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스타브 역의 구스타브 린드 또한 불안정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청소년의 복합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불안과 긴장감을 조성하며, 인물의 내면을 뒤흔드는 감정을 심리적으로 몰아간다. 사운드는 마치 숨죽인 심장처럼,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거칠게 관객을 압박한다.


욕망은 사랑인가


안느는 자신의 유년시절 불행 때문에 딸들에게만큼은 좋은 엄마가 되려 애썼다. 그러나 남편의 아들에게 지은 죄는 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욕망은 죄인가, 인간은 그 본성을 억누를 수 있는가? 진실을 외면한 평화는 과연 평화인가?


《퀸 오브 하츠》는 이 모든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끝난다. 대답은 없다. 다만, 한 여자의 죄의식만이 눈처럼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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