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워도, 널 좋아했어
복숭아 알레르기
시/ 그리니
털이 보송보송
하얀 솜털 복숭아
하얀 아기 엉덩이 같기도 하고
햇살 머금은 소녀의
볼처럼 발그레한 너
하지만 네 솜털이
살짝만 스쳐도
온몸에 간지러움이 번져
눈까지 붉게 물들고
가렵고 아프고... 그래도
나는 너를
멈출 수 없이 좋아했어
한입 베어 물면
달고 단 향이
혀끝에서 마음 끝까지 퍼졌고
널 좋아하면서도
늘 아파야 했지만
어느새 그 간지러움 마저
익숙함으로 변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아마
널 너무
좋아했나 봐
간지러움도,
붉게 물든 마음도
다 너라서 괜찮았어
(이 시는 복숭아 알레르기를 겪었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아프면서도, 좋아하게 되는 마음,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감정들...
그것이 결국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임을 담고 싶었습니다.
복숭아는 때론 누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온 어느 계절의 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