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외우는 게 아니야. 느끼는 거지.”
‘조직의 미션(Mission), 비전(Vision), 핵심가치(Core Values)’는 단순한 선언문이 아닙니다. 조직 구성원이 "우리는 왜 존재하고, 어디로 가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공동의 나침반이죠.
경영학과 HRD 분야 연구에서도,
구성원이 조직의 미션과 자신을 연결지을수록 몰입도, 직무 만족도, 이직률이 유의미하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특히 가치 일치감(value congruence-개인과 조직 간의 가치나 규범이 일치하는 정도)은 조직 몰입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강조됩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이 가치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는 여전히 도전입니다.
일부 조직에서는 진급 시험에 미션·비전 암기 시험을 봤습니다. 한마디로, “외우는 교육”이었죠.
다르게 저는 [개인의 가치 발견→ 조직 가치 이해] 흐름으로 교육을 설계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견된 개인의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기에 "서로의 다름"만 발견하는 교육이되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긍정조직학의 Appreciative Inquiry(AI, 장점탐구/ 가치탐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AI는 문제를 분석하기보다는, 이미 잘 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는 탐색/탐구 경험입니다.
Appreciative Inquiry는 조직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장 긍정적인 경험, 강점, 성공 사례를 탐색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의 가능성과 변화의 방향을 설계하는 조직개발 방법론입니다.
말 그대로, ‘잘 되고 있는 것을(Appreciate), 긍정적인 마음으로 탐구하는(Inquire)’ 과정입니다.
이 접근법은 조직행동학 박사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그는 2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 사람들이 조직의 결함을 발견할수록 조직에 대한 실망과 서로에 대한 비난이 증가한다.
- 조직의 문제에 개입해서 바꾼다는 자세보다는, 조직의 강점과 생명력을 탐구한다는 자세로 접근할수록 변화가 더 잘 일어난다.
따라서 기존의 조직개발이 ‘문제를 진단하고 고치는 것’에 집중한다면, AI는 “조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긍정성을 탐구하고 발견하면서 변화의 에너지를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AI기법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긍정성을 올리는 개입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번에 미션·비전·핵심가치를 설명하지 않고,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순간들을 함께 발견하고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즉, "이 말이 왜 중요한지"가 아니라, "이 말이 살아 있는 장면이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보고 나누게 한 거죠.
영업직군의 실제 인터뷰 영상을 활용했습니다.
고객 접점에서 미션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긍정적인 사례 중심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교육생은 이 영상 속에서 긍정적인 가치가 발현된 장면을 스스로 찾고, 이를 조별 토론을 통해 나눴습니다.
R&D 기획팀 인터뷰를 활용했습니다.
비전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핵심가치**가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영상 기반으로 AI 탐구하게 했습니다.
[정량적 결과] 교육 전후, 다음 문항의 평균 응답 변화 확인 : 평균 0.5점 상승
1점 회사의 미션은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2점 회사의 미션이 무엇인지 알긴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3점 회사의 미션이 조직의 방향성인 건 알지만, 내 일과 연결짓긴 애매하다
4점 회사의 미션이 내 업무 방향과 관련 있고, 내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점 회사의 미션이 내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고, 내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느낀다.
[정성적 반응]
“회사 제품이 실제로 고객 삶을 바꾸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익숙해져서 진부하게 느끼던 우리회사 제품의 가치를 상기시킬 수 있었어요."
“R&D에서 이뤄온 발전 기술들을 알게 되었어요.”
영상 기반 AI 탐구는 몰입도를 높였지만,
영상이 3분을 넘어서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보였습니다.
또한, 영상→토론→공유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일부 조는 루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아래 방법으로 보완해 보고자 합니다.
짧고 인상적인 클립 + 상호작용 요소(예: 강점 키워드 카드 뽑기)
영상 속 긍정적 장면을 기반으로, “나도 현장에서 해볼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카드에 적기 -> 조별로 카드를 돌려 읽고, 가장 와닿는 실천카드 뽑기
이번 실험은 아직 ‘완성된 교육’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직의 가치를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살아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것을 탐구하게 할 때 구성원은 조직의 미션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이 조직 내 미션·비전·가치 교육을 고민하시는 HR/OD 동료들에게 작지만 실제적인 인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더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지 커피 한 잔 제안해 주세요. ☕
참고 글
- 신좌섭, [AI: 조직 개발의 새 패러다임 (장점탐구)], (DBR, 2022. 05)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