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민요 소리꾼의 새로운 사운드를 응원한다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이희문은 전통을 과거의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흐름이 새로운 전통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의 음악은 경기민요의 원형대로 진행하기도 하고, 재즈나 팝, 락, 디스코와도 끊임없이 만난다.
2021년 11월 21일, 자유로운 홍대 상상마당의 무대에서 만난 이희문은 노선택을 리더로 하는 '오방신과' 밴드와 함께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경기민요로 풀어낸다.
이 밴드의 사운드는 시작부터 관객의 귀와 눈, 심장을 사로잡는다. 공연장에 가면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팬층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오프닝은 '정선 아리랑'이었는데 새로운 편곡으로 힘 있는 락처럼 들리기도 한다. 득음의 경지를 경험한 소리꾼의 진정성 있는 노래는 장르를 초월해 관객에 마음에 직접 닿는다.
코로나로 인해 관객의 흥을 유도하거나 함성을 지르게 하면 공연이 중지된다는 안내를 들었다. 이 위대한 공연을 앉아서 소리 없이 들어야 한다니 관객도 연주자도 못 할 짓이지만 그래도 몇 달만의 대면 공연인가 싶어서 코끝이 찡하다. 하지만 엉덩이는 들썩이고 어깨춤이라도 절로 나온다.
브라스, 기타, 드럼, 타악기, 건반의 합이 너무나 좋다. 처음 결성 이후 멤버 교체가 간간히 있었지만 작은 교체에도 이젠 흔들림이 없다. 소리는 아주 안정적이며 연주자들끼리의 케미가 너무나 좋아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흐뭇함을 느끼게 한다.
여러 장르를 경기민요, 제주민요, 강원도 민요 등에 풀어내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희문의 무대 장악력도 좋고 이 아름다운 사운드를 가능케 한 리더 노선택의 음악성도 찬탄할 만하다.
마지막 곡인 디스코로 편곡을 한 정선 아리랑, '아라리요오옹'은 오프닝의 정선 아리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시작의 정선 아리랑이 감상곡이라면 마지막 정선 아리랑은 스탠딩 공연 피날레에 걸맞은 단체 댄스곡이다. 이 흥겨운 무대를 점잖게 앉아서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희문의 공연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 예술가는 같은 공연도 매 번 다르게 연출한다. 신곡도 발표하고 있던 곡도 편곡을 바꿔가며 항상 새로움을 모색한다. 이 소리꾼의 피나는 노력에 관객을 그저 즐겁고 황송하다.
이 위대한 예술가와 밴드가 오래가기를 바란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나오는 수 많은 '오방신과'의 영상중에 가장 그들을 잘 표현한 영상을 첨부합니다.